10월 3일 금요일 개천절
흙처럼 소박하고 겸허하게
성경 창세기 2:4~7
요절 여호와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되니라 (6)
하나님은 처음 세상을 여시고 마지막에 흙으로 사람을 빚으셨습니다. 이처럼 우리 몸은 흙으로 창조되었습니다. 또한 흙은 우리가 밟고 서 있는 토대이자 살고 있는 현장입니다. 우리는 흙의 터전에서 잘 살다가 마지막에 흙으로 돌아갑니다. 사람이 어디에 서 있느냐는 자각은 매우 중요한 요건입니다. 서 있는 현장에 역사와 함께 사상, 철학, 신학 등이 자리매김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태초에 흙 위에서 살게 하신 하나님의 섭리는 놀라울 뿐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도시 문명은 갈수록 흙을 외면합니다. 아스팔트에 갇힌 도시의 흙은 숨을 쉬지 못하여 점차 생명력이 사그라지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농촌 체험 교회’로 알려져 있는데, 작년 가을에 도시에 있는 다섯 교회에서 250여 명의 성도들이 다녀갔습니다. 방문한 사람들은 상쾌한 공기와 높고 파란 하늘, 자연의 소리 들을 보고 들으며 감탄사를 연발했습니다. “만져보니 정말 보들보들하다.”, “흙 내음이 참구수하다.”등 단순하지만 생명이 깃든 표현들을 했습니다. 특히 양말을 벗고서 땅을 이리저리 밟던 한 사람은 “신기하네요, 이 흙 속에서 수천 년 동안 생명을 내어놓는다는 것이….”라며 탄복했습니다.
아동문학가인 박상규 선생의 흙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루는 도시 아이들에게 흙에 대한 시를 쓰게 했습니다. 대부분이 “나는 흙이 싫다. 왜냐면 더럽기 때문이다. 나는 흙이 싫다. 비 오는 날 흙탕물이 튀겨 내 옷과 운동화를 버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흙이 싫다.”고 했습니다. 반면 농촌 아이들은 “나는 흙이 좋다. 흙에다 무언가 심기만 하면 그대로 무언가가 나온다. 나온 것으로는 매일 맛있게 먹으며 살 수 있다. 나는 흙이 좋다. 물과 흙을 잘 비벼 놓으면 그 흙으로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다. 흙은 마술 같다.”고 했습니다. 흙에서 나와 자라는 모든 것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거룩함을 보여 줍니다. 오늘 나에게도 그 거룩함이 담겨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움과 생명력이 내 삶의 터전과 모습에서 잘 드러나도록, 이 멋진 계절에 흙처럼 소박하고 겸허하게 지내야겠습니다.
기도
흙으로 우리를 빚으시고 그 위에서 살게 하신 하나님, 우리의 일부인 흙을 소중히 여기고, 우리가 서 있는 자리마다 흙처럼 무한한 생명력이 넘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또 다른 생명을 낳는 선한 이웃들이 되게 인도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박순웅 목사 | 동면교회
* 2014 가정예배서 [하늘양식]
도서출판k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