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5일 금요일
성경 요한복음 5:5~9
요절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7)
들것 하나 메어 줄 친구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말라버렸지만, 예수님 당시 예루살렘 성내에 치료의 효험이 있다 하여 많은 병자들에게 아주 유명한 못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자비의 집, 은혜의 집이라 뜻하는 베데스다 연못입니다. 이곳에 가끔 천사가 내려와 물을 움직였는데, 그때 제일 먼저 물에 들어가는 사람이 어떤 병이든 고침을 받았기에 그 기적의 장소는 늘 병자들로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아픈 사람 곁에서 가족들이 병간호를 하며 오랫동안 함께 기다림의 시간을 보냅니다. 끝을 알 수 없는 그 기다림 속에서 옆에 있는 병자에게 안부도 묻고 위로도 하며 때론 먹을 것도 나누는 좋은 이웃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막상 물이 동하기만 하면 한순간 그곳은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내 가족을 먼저 못에 넣고자 수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못 안으로 뛰어듭니다. 그곳에는 배려도 없고, 양보도, 이해도, 사랑도 없습니다. 그런 시간도 잠시뿐, 물의 동함이 멈추면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가 언제 그랬냐는 듯 기다림의 시간을 반복합니다.
그런 곳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날마다 누워서 패배자의 아픔을 달래는 38년 된 병자가 있었습니다.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우리는 이 말에서 그의 상실감이 얼마나 컸을 지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가버나움에 가셨을 때 네 사람이 중풍 걸린 사람을 들것에 실어 지붕 아래로 내려 보내 고침을 받게 한 이야기와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연못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주님의 자비와 은혜를 받고자 소원하였습니다. 하지만 받기만을 바랄 뿐 38년 된 병자의 아픔에 먼저 자비를 베풀고 은혜를 베푼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세상은 베데스다 연못과 같습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수많은 사람이 인생의 역전을 꿈꾸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경쟁의 선두에 서는 일이 아닙니다. 거저 받은 은혜를, 변함없는 사랑을 나누는 일이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이요, 주님이 원하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리할 때 이 땅은 참으로 행복해질 것입니다. 오늘은 ‘자원봉사자의 날’입니다. 38년 된 병자에게 들것 하나 메어 줄 친구가 되어 주십시오.
기도
사랑의 하나님, 생명까지도 아끼지 않으신 주님의 은혜로 구원받아 천국의 삶을 살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무엇이 진짜 베푸는 삶인지 보여 주신 예수님을 닮아, 좀 더 나누고 베풀고 사랑하는 오늘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김용식 목사
* 2014 가정예배서 [하늘양식]
도서출판k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