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목요일
철판의 은혜
[성경] 고린도후서 12:7~10
[요절]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 (10)
해군에 입대하여 모든 교육과 훈련을 마치고 함정에 배치되어 간 첫날, 상관에게 들은 말입니다. “앞으로 군 생활을 잘하려면 네 발 밑에는 오직 철판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함정은 사람이 생활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날마다 차가운 철판만을 딛고 살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파도치는 대로 흔들거리면 멀미하기가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이 되자 만족할 만한 여건은 아니지만 이 철판이라도 있으니 몸을 지탱하며 서 있을 수 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살 수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차가운 철판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 철판의 은혜가 나를 나 되게 하였습니다.
하나님은 사도 바울에게 많은 계시를 주셨는데 그와 함께 육체의 가시도 주셨습니다. 바울은 그것이 자기에게서 떠났으면 해서 세 번이나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다른 응답을 주셨습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9)는 것입니다. 우리는 은혜를 당장에 좋은 것이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는 변치 않으면서 나중까지 좋은 것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겼거나 혹은 벼락출세를 한 사람이 교만해짐으로 말미암아 얼마 안 가서 비참해지는 것을 종종 봅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은 차라리 돈이 안 생겼더라면, 차라리 출세를 하지 않았더라면 하며 심히 안타까워합니다. 정말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며 넘어짐의 앞잡이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끝까지 겸손한 사람이야말로 아름다운 사람이며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우리는 현재 가장 문명화된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갈수록 자살률은 높아지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요?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만해져서 하나님도 아니면서 하나님처럼 살고, 하나님도 뛰어넘으려 바벨탑을 쌓기 때문이 아닐까요? 세상에서 강한 자가 되기를 구하지 말고 차라리 약한 자가 되기를 원합시다. 하나님 앞에 섬광처럼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사람이 아니라 진실한 친구처럼 오래 함께하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시다. 그래서 사도 바울이 그렇게 기뻐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할 수 있는 은혜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도]
인간의 몸을 입고 죽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 그리스도를 본받아 살아야 할 우리가 온갖 욕심에 이끌려 허영과 다툼으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우리를 용서하시고 인도하셔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르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승환 목사
* 2014 가정예배서 [하늘양식]
도서출판k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