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를 지킨 양심
<시대를 지킨 양심: 한국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나선 월요 모임 선교사들의 이야기>, 짐 스텔츨 엮음, 최명희 번역, 도서출판 오름, 2007
한국에서 선교사의 이미지는 종종 신문명의 길잡이로서 사회의 취약한 계층을 돌보는 복지, 교육, 의료 사업 등의 사회 선교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서양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복지사업이나 사회선교를 넘어 한국의 민주화와 노동자의 인권, 더 나아가 분단된 한반도의 통일을 위해 헌신한 선교사들이 있다.
대다수의 선교사들이 한국의 인권문제와 민주화를 위한 운동에 침묵하고 있을 때, 복음과 선교의 장을 인권, 정의, 평화의 차원으로 넓힌 소수의 선교사들이 있었다. 『시대를 지킨 양심: 한국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나선 월요 모임 선교사들의 이야기』(More Than Witnesses How a Small Group of Missionaries Aided Korea’s Democratic Revolution)는 이들의 이야기와 고백을 담고 있다.
1970년 한국의 군사독재 정권은 반정부 인사를 투옥했고, 언론, 집회, 표현의 자유를 부정했으며, 노동자의 권리를 묵살했고, 유신 독재 정권의 정당성을 위해 반공주의 음모를 조작했다. 당시 대다수의 선교사들은 침묵하고 있었다. 그들은 손님으로서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월요 모임(Monday Night Group)을 조직하고 참여했던 선교사들은 달랐다. 이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출신으로 로만 카톨릭과 여러 개신교 교단에서 한국으로 파송된 선교사들이었다.
짐 스텐츨(Jim Stentzel)은 서문에서 월요 모임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우리(월요 모임)는 그냥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성경이나 그 어떤 근거로도 중립적 입장을 정당화 할 수 없었고,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했다. 선교사들은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 편에 설 수 밖에 없었다.” 이들은 억울한 죄목으로 목숨을 잃은 인혁당 사건의 여덟 분의 죽음에서 예수의 죽음을 실존적으로 경험했고, 노동 문제와 도시빈민 문제 해결을 위한 연대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고백한다. 이들은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한국인을 변화시키겠다고 파송을 받았지만, 정작 자신들의 변화를 경험한 것이다.
이 책에서 월요 모임에 참여한 선교사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변화에 대해 고백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국 농장에서 결코 배울 수 없었던 것들을 한국에서 배웠고, 선교가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봉사의 의미를 넘어 고난 받는 사람들과 깊이 연대하는 것임을 깨달았고, 불의와 폭력 앞에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 없었던 선교사의 양심이 결국 한국의 인권, 민주화, 통일을 위한 투쟁에 참여함으로써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또한 예수를 따르는 제자로 성장해 나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월요 모임 선교사들의 사역과 그들의 깨달음은 선교사의 이미지와 사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선교는 인간의 존엄성, 화해, 정의, 평화 등 그리스도의 복음의 가치를 세우고 일구어 나가는 거룩한 사역이며, 이 일을 위해 선교사는 부르심을 받은 것이다.
김진양 목사(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사, 세계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