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번영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묻다
(<인간의 번영: 지구화 시대, 진정한 번영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묻다>, 미로슬라브 볼프 저, 양혜원 역, IVP, 2017)
미로슬라브 볼프의 저서 <인간의 번영: 지구화 시대, 진정한 번영을 위한 종교의 역할을 묻다>의 영문제목은 “번영”(flourishing)이다. 볼프가 말하는 “번영”(flourishing)은 개인이 추구하는 “축복”(prosperity)이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일구어 나가는 “번영”(flourishing)을 말한다. 진정한 “번영”(flourishing)은 부서진 공동체에 화해와 치유가 이루어지고, 파괴되고 일그러진 창조 세계의 회복을 포함한 모두가 충만한 생명을 누리는 삶이다.
성장과 경쟁으로 점철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서 과연 모두가 충만한 생명을 누리는 진정한 “번영”(flourishing)을 이룰 수 있을까? 불프는 종교가 “번영”(flourishing)에 기여할 수 있는 내적 자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다”(신 8:3; 마 4:4)는 성서 말씀에 근거해 종교의 참된 역할을 탐구한다.
역설적이게도 떡으로만 사는 이는 늘 배고플 것이고 항상 떡을 요구하게 되어 만족하지 못한 삶을 산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서 탈출하게 되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시장주도의 지구화 때문에 빈부격차는 역사상 전례가 없을 정도로 크게 벌어져 버렸다. 종교가 자기 중심적인 “떡”으로만 살아가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지구화에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말씀”이라는 영적인 양식을 공급해 줌으로써 진정한 “번영”(flourishing)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볼프는 종교가 지닌 신앙적이고 정신적인 요소는 갈등과 분열의 사회를 화해와 평화로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정의, 평화, 창조세계의 보전이라는 “번영”(flourishing)을 위해 종교 간의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도 함께 주장한다. 이 책은 탐욕과 경쟁으로 얼룩진 지구화의 절망적인 현실속에서 “진정한 인류의 번영을 위해 시장 중심의 지구화는 종교로부터 영적 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종교의 역할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며 종교가 진정한 “번영”(flourishing)의 길로 안내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시장주도 및 시장가치 구현은 삶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상품을 제공하고 종교는 상품을 공정하고 잘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특히 볼프는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는 분쟁과 갈등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화해의 능력이라고 한다.
볼프는 자신의 또 다른 저서 <공적신앙이란 무엇인가: 광장에 선 기독교>(2014)에서 역시 개인의 신앙에만 몰두한 오늘날 기독교를 비판하면서 교회의 공적인 책임을 강조하였다. 그는 교회의 공적인 책임의 근거를 디아코니아(섬김) 사역에서 찾고, 디아코니아 사역은 교회성장을 위한 지역사회 봉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디아코니아가 교회의 본질임을 인식할 때, 교회는 세상을 진정한 “번영”(flourishing)의 길로 안내 할 수 있다고도 강조한 바 있다.
우리의 신앙이 우리 사회와 공동체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신앙은 개인의 “축복”(prosperity)만을 추구하는 우상숭배 행위로 전략하고 말 것이다. 우리의 신앙이 공동체가 함께 일구어 나가는 진정한 “번영”(flourishing)의 길을 이끌어 나가는 힘과 원천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김진양 목사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사, 세계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