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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3-07-18 01:06
   
코르착 읽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807 [81]

  

코르착 읽기

 

<코르착 읽기>, 송순재, 내일을여는책, 2017 

 

  교육전도사 시절부터 헤아려도 어느덧 20년 가까이 되었으니, 학생들을 만나고 가르쳐온 기간이 짧다고 할 수는 없게 됐다. 어느 날 교회학교장을 맡게 되었을 때, 내가 교육에 관해 심각하게 무지하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부끄럽게도 그땐 사람을 더 모아 예배당에 앉혀놓는 방법들이 훨씬 더 요긴했다. 그런데 사람이 모이지도 않았다. 기도가 부족한가 하기도 했다. 

 

산돌학교라는 대안학교의 교목으로 재직하는 요즘엔, 바른 교육과 대안적 교육에 대한 관심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에 관련한 책은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왠지 뻔한 내용일 것 같고, 표지들이 맘에 들지 않고,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다. 열심히 읽지도 않으면서 읽고 싶은 책들을 쌓아둔 기행의 관성인지, 하다하다 표지 탓도 하게 된다. 코르착의 책은 사람들이 하도 코르착 코르착 하여 읽게 됐다. 산돌학교의 개교에 정신적인 초석을 놓아주신 송순재 교수님의 저서이기 때문에 코르착이라는 이름을 많이 듣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목사로서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코르착 읽기>를 읽은 건 참 잘한 일이다. 

 

야누쉬 코르착은 유대계 폴란드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코르착이 열한 살 때 정신질환을 일으켰고, 그 후 7년 뒤에 죽었다. 코르착은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식구들을 부양하게 되었다. 그는 소아과 의사가 되어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가고 결정할 권리, 해방된 삶의 권리를 되돌려주고자 노력했다. 어릴 때부터 문학적으로 뛰어났던 그는 대학시절 내내 코르착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의사로 일하면서도 의술과 어린이를 대하는 방법을 주제로 라디오 방송이나 강연을 벌였다. 또한 소논문이나 다양한 유형의 교육 이야기, 동화, 희곡 등을 계속 발표하여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아버지의 정신병이 유전될까 하여 결혼을 하지 않았다. 

 

코르착의 마지막 순간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던져준다. 1차 세계대전 때 포화 속에서도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썼던 그는 2차 세계대전 때는 죽음의 수용소로 집단 이송되는 200여 명의 아이들 곁에 끝까지 남아있고자 했다. 이는 대중의 존경을 받던 그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 결국 그는 가스실이 있는 트레블링카로 송치되었고 역사는 이는 ‘실종’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교사는 먼저 인간으로서 자신의 길을 찾는 사람이다. 지시하고 규정하는 대신 자기 비판적 태도를 갖고 늘 깨어 있으며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는 숱한 연구과 사색 그리고 실천의 경험을 겪었지만 ‘우리는 아이들을 모른다’라고 말했다. 어떤 책이나 어떤 의사도 우리 자신의 깨어있는 생각과 조심스러운 관찰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스스로 고통스럽게 낳아야 하는 생각들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가장 값진 것이다.’(45) 

 

가끔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할 때, 내가 하는 것이 학생들을 위한 훈육인지 내가 편하기 위한 훈육인지 헛갈릴 때가 있다. 코르착은 금지하고 제한을 가하는 교사는 삶과 체험으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고 단지 질서를 위해서만 존재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런 사람은 아이들의 영혼을 돌보는 상담자가 될 수 없고 감시자, 자기에게 사로잡힌 고발자, 통치자, 학대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는 어린이가 교사를 가르치는 책이라고 말하며 어린이들 속에서 인간에 대하여 어린이와 사회 문제에 대하여 이해하려 한다면 그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바를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코르착은 국가나 자본주의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하는, 획일화된 사람들을 공장처럼 찍어내는 교육을 그쳐야 한다고 외친다. 학교는 국가의 정치적 방향이 아니라 학생들 하나하나의 개성을 지향하고 개인의 특수한 잠재능력 안에서 육체적, 정신적, 도덕적 힘과 사회적 힘을 왜곡하지 않고 키워내는 것을 과제로 삼는 ‘삶을 위한 학교’가 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자발적 존재로 인식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그 기본 과제라고 말했다. 

 

코르착은 어린이를 지나치게 감싸 스스로는 아무런 경험도 할 수 없도록 강요된 극단적인 교육 상황에 대해 비판한다. 어린이들이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고, 어려움에 처해 보고, 스스로 깨달아 고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 채워져야 할 욕구와 희망과 행복과 과제가 미래로부터 오는 요구 때문에 하찮게 내쳐지는 아이들의 현실에 대해 고발한다. 학생들은 오늘 행복해야만 하고 행복할 수 있다. 제도와 제도 안에서 머리가 굳어진 부모님들의 방해가 없다면, 당장 가능하다. 미래의 행복과 만족에 모든 것을 저당 잡힌 청소년기를 보냈던 분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행복한지, 만족하시는지.

 

가장 깊이 공감하며 읽은 부분은 ‘자기 모습대로 있을 수 있는 어린이의 권리’이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의 세계와 한계를 가지고 있다. 교사들은 잘만 하면 아이들에게 나름 효과적인 영향력을 키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교사는 아이가 천성으로 가지고 나온 소질과 능력에 반하여 원하는 모양대로 만들어 낼 수도 없고, 그 자라나는 속도를 조정할 수도 없다. 코르착에게 교육이란 변화시키고 재형성하기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아이 안에 잠들어 있는 ‘나’를 깨워내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80) 만들어낼 수 없고 길러내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목사님들에게는 어려운 책이 되겠다. 목사님들은 대부분 정답을 가지고 계시고 길러내기보다 만들어내려고 하니까. 긴 숨을 쉬며 기다릴 줄 아는 참 선생이 되라는, 아이들과 함께하며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 참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잡혀가는 유대인 어린이들을 끝까지 돌보려고 가스실에서 그들과 함께 죽어간 코르착의 말이니까 겸허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다.

 

김국진 목사 (산돌학교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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