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신비
<희망의 신비>, 신시아 부조 지음, 김형욱 옮김, 비아, 2015
“당신에게 희망이 있다면, 희망은 당신이 살아가게끔 힘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새롭고 커다란 파동을 만들어 당신이 무슨 일이든 다시 해볼 수 있다는 기분을 자아낼 것입니다. 이는 생활 태도를 바꾸고 관점을 새로이 하기보다 한결 쉽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무엇이 되었든,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희망을 찾고 싶어 합니다.”
영혼 깊은 곳에 어딘가에 불이 하나 둘씩 꺼지다 마지막 하나 남은 작은 불꽃마저 꺼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갈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두려움, 좀처럼 생기를 되찾기 어려운 무기력감.. 그 무엇보다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과 슬픔은 우리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정한 사건이나 당면하고 있는 복잡한 현실로 인한 것일 수도 있고, 오래된 습관과 굳어버린 삶의 태도, 깨어진 관계 때문일 수 있다. 원인을 밖에서 찾든 안에서 찾든, 마음에 힘을 다시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아니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까?
미국 성공회 사제이자 영성가인 신시아 부조는 아주 작고 얇은 책인 <희망의 신비-Mystical Hope>에서 희망을 다시 되찾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리고 그 길로서 그리스도교 신비라는 수원(水原)에 담긴 희망의 원천을 찾아가는 여정을 소개한다. 저자는 충만하게 구현되는 희망을 묘사하기 위해 ‘자비’(mercy)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우리 자신이 희망의 원천이 될 수 없지만 동시에 희망의 원천이 우리 안에 있다는 역설을 이야기한다.
신시아 부조 사제에게 희망을 품고 산다는 것은 곧 궁극적이고 한결같은 하나님의 자비 안에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님 당신이 직접 찾으시고 선택한 이들을 당신과 묶는 사랑’이 곧 자비이며, 만물을 존재케 하고 지탱하는 하나님의 이 따듯한 맥박이 창조 세계 안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비에 잇닿아 살아가기 위해 영적 훈련으로 묵상과 향심기도, ‘죽기 전에 죽기(dying before you die)’를 제안한다. 저자가 인용한 토머스 머튼이 죽기 얼마 전 ‘진정한 자유’라는 강의에서 물었던 질문과 대답 속에서 죽기 전에 죽는 훈련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여러분이 하나님을 진실로 알게 된 때는 언제입니까? 하나님은 우리가 최종적인 파괴를 앞에 두었을 때 바로 그 옆에 계십니다. 그분은 모든 것을 취하셔서 최종적인 파괴가 일어나는 곳까지 그것들을 끌고 가시며 파괴가 일어나기 직전 그중 일부만을 남기십니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남아 있는 황금 낱알 몇 개가 여러분을 이루는 핵심요소입니다. 하나님은 바로 이것들을 보호하십니다...”
얇은 책이지만, 제목처럼 ‘희망의 신비’를 다루고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읽어야 좋을 책이다. 자신의 영적 여정을 곱씹으며, 소개되는 방법들을 한 번, 두 번 직접 따라해 보고, 문구 하나 하나를 음미하며 읽어 봄직하다. 개인적으로는 부제가 더 와 닿았는데 결국 희망이란 ‘거룩한 자비를 신뢰하며 나아가는 여정’ 그 자체에 있는 것 같다. 바라던 무언가를 이루거나, 어떤 변화나 상황이 주어져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 곳곳에서 그리고 우리 영혼 깊은 곳에서 변함없이 흘러넘치는 자비를 의식하며 신뢰하는 것, 그 자체가 희망의 신비이리라.
하나님의 다함없는 거룩한 자비가
곧 부서질 것 같은 이 세계와 우리가 속한 공동체,
그리고 바로 우리 자신과 우리 삶에 흐르고 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타오르는 희망의 불꽃으로 온기를 나누는 삶 살게 하소서.
최규희 목사(시냇가에심은나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