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성준 교수가 새로 쓴 세이비어교회 이야기>
(유성준, 신앙과 지성사, 2022년)
올 해 새 감리사님이 선출된 이후 우리 지방(중앙연회 이천북지방)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매월 열리는 교역자회의 때 1부 예배설교를 교회자회의로 모이는 교회의 담임목사가 했었는데, 앞으로는 꼭 담임목사가 설교하지 않아도 되고, 자유롭게 강사를 섭외해서 좋은 설교나 간증이나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하셨기 때문이다. 틀에 박힌 대로, 예전에 하던 전통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본인들이 소개하고 싶거나, 교역자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강사를 세워보자고 하셨고 교육부총무에게 개교회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책임을 맡겨주셨다.(교육부총무는 나다)
그래서 얼마 전 교역자 회의때는 모인교회의 권사님 중에 10명의 자녀를 입양한 분을 강사로 세워서 큰 울림과 도전을 주었고, 돌아오는 목요일(7월 13일)에 열리는 교역자 회의때 모이는 교회에서는 오늘 내가 소개하려고 하는 책의 저자 유성준교수님을 강사로 모시기로 했다. 그 교회 담임목사님의 인맥을 통해 섭외하셨다고 한다. 좋은 강사를 모셨으나 길어야 1시간 정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으니, 강의시간이 효과적일 수 있도록 2달 전에 36권의 책을 구입하여 전 교역자들에게 나누어주면서. 미리 읽어오고 질문할 것들을 준비해줄 것을 요청했다. 곧 저자의 직강을 듣게 될 기대감이 크다.
저자인 유성준교수가 오래전 저술했던 『미국을 움직이는 작은 공동체, 세이비어교회』(평단)라는 책을 처음 읽은 것은 내가 양양에서 첫 목회를 하다가 목사안수를 받은 2005년도였다. 어떤 목회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내게 세이비어교회는 바람직한 대안교회의 모델로 도전이 되었다. 당시 이 책은 1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였기에 훗날 한국교회에 세이비어교회와 같은 교회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흘러 세이비어교회를 소개하는 그 책이 출판된 지 18년이 지났다. 분명 도전을 받고 세이비어교회의 정신과 목회철학을 실천하는 교회와 목회자들도 있을테지만 드러나지 않아서일까? 그때의 기대와는 달리 우리나라에 세이비어교회와 같은 모델의 교회가 많아진 듯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
첫 책이 출간된 지 17년이 지난 2022년도에 내용과 매뉴얼이 업그레이드된 “유성준교수가 새로 쓴 세이비어교회 이야기”, 바로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마음속으로는 세이비어교회와 같은 교회공동체를 만들고 싶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많은 목회자들에게 이 책은 여전히 세이비어교회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알려주고 이전 책에 없던 구체적인 사역 매뉴얼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세이비어교회는 1947년 고든 코스비 목사가 워싱턴 북쪽의 빈민 지역 아담스 모르간(Adams Morgan)에 설립한 교회이다. 코스비 목사는 평소에 “내적인 영성, 영성의 표출로서의 외적인 사역, 그리고 사랑과 책임 있는 공동체에 중점을 둔 작지만 밀도 있게 헌신하는 훈련된 사람들의 모임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그래서 세이비어교회는 영성(Inward Journey)과 사역(Outward Journey)의 균형을 강조하며 철저한 입교과정과 고도의 훈련과정을 통하여 훈련된 150명의 성도가 45가지 이상의 지역사회를 섬기는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인 제자공동체의 모델이 되었다.
대신 세이비어교회의 정식 교인이 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입교조건이 있다. ①하루 한 시간 성경 읽고 기도하기, ②2,3년이 소요되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위한 학교와 서번트리더십학교 훈련과정 참여하기, ③온전한 십일조헌금 드리기, ④소그룹 미션그룹 모임에 매주 참여하기, ⑤45가지 지역사회 사역 중에 은사별로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기, ⑥자신의 삶의 전 지경을 포함하는 영적 자서전 쓰고 공동체에 발표하기 등의 까다로운 과정을 따라야 한다. 또 이런 입교과정은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갱신해야 한다.
세이비어교회의 핵심적인 목회철학은 ①영적인 삶을 통하여 예수님을 닮아가는 삶을 추구하고, ②예수님이 보여주신 긍휼의 마음으로 교회가 위치한 지역사회를 섬기며, ③예수님이 공생애기간 섬기셨던 소외자들을 섬기는 일에 헌신하며, ④용기와 희생적인 삶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헌신하는 것이다.
이런 목회철학과 정신이 원동력이 되어 희년사역이 시작되었고 현대적 의미의 최초의 카페교회인 토기장이의 집 카페가 생겼고,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사역, 취업사역, 치유 및 재활사역, 교육사역, 중독사역, 가정사역 등 7개 분야의 45가지에 연관된 지역사회 사역을 진행하며 연간 2천만 불(260억)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역동적인 교회가 되었다. 세이비어교회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모든 사회적 활동에 있어 ‘행함’이전에 ‘존재’를 중시하며 무엇보다 ‘관상적인 삶’을 강조하는 공동체이다.
세이비어교회의 대표적인 지역사회 사역으로는 ①토기장이의 집(점심시간에만 문을 여는 식당 겸 카페로 교회사역과 관련된 공연, 소그룹모임과 예배들이 이루어진다) ②서번트리더십학교(성경, 소명, 공동체, 영성과 기도, 마지막이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하는 삶과 사회적 이슈와 문제점들을 다루는 과정들을 제공한다) ③데이스프링스침묵기도 수양관(세이비어교회를 통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교인들을 위한 비움과 채움의 영성을 위한 피정장소이다) ④그리스도의 집(노숙자병원)과 카이로스의 집(재활프로그램을 위한 장소) ⑤빈민주거 사역모델-새공동체교회(짐디커슨목사가 개척한 교회로, 워싱턴지역의 집이 없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그들의 수입에 맞게 거주하게 해주는 임대주택사역) ⑥헨리나우웬과 워싱턴 디시 방주공동체(라르쉬공동체)(1964년 철학교수 출신인 장바니에에 의해 프랑스에서 시작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가정공동체로 헨리 나우엔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세이비어교회의 흩어져 있는 사역공동체들은 10개이다. ①생명의빵교회(경제적 차원에서의 삶에 특별한 강조점을 두고, 하나님의 의도에 따른 지속가능한 방법들 안에서 살아가기 위해 부름 받은 교회이다) ②데이스프링교회(예수의 길을 따르기 위해 헌신하는 메릴랜드 져먼 타운의 믿음의 공동체로 데이스프링 침묵기도수양관에 자리 잡고 있다) ③제8일사역공동체(이 땅에 억압받는 자들의 고통에 구체적으로 함께 연합하는 방식으로 사역하는 공동체로 영성과 정의를 중심주제로 삼는 북카페 토기장이의 집 사역을 하는 공동체이다) ④축제교회(복이 복음의 중심이라는 믿음으로 다문화, 다세대 간의 갈등이 기도로 정화되고, 은혜에 기초해서 개방되는 견고한 그리스도 중심의 공동체로 이 곳에서 서번트리더십학교가 진행되고 중독사역 28일프로그램의 기숙사로 사용된다) ⑤예수의친구들교회(전인적인 치유를 증진하는 구체적인 방식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구현하는 것을 소명으로 하며 기도와 관상을 통한 내적 여정과 세상에서의 섬김을 통한 외적 여정의 두 가지 차원에서 소명을 이해한다) ⑥희년교회(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듣고 기도하는 것을 교회본질로 삼고 성경과 예수의 삶이 우리 개인과 공동체의 삶에 관해 드러내는 것에 집중하는 공동체이다) ⑦새공동체교회(산상수훈 팔복의 말씀에서 드러난 예수님의 부르심과 비전의 전통 속에 있는 회복과 부활의 공동체이다) ⑧구도자교회(구도자들의 공동체가 되는 것이 소명이다) ⑨그리스도의 집(남자 노숙자들을 위한 24시간 체류시설과 환대의 집이다) ⑩그리스도의 교회, 지금 즉시(중독자들을 위한 12단계 회복그룹을 가지고 있는 교회이다)
저자는 세이비어교회 모델을 우리의 교회 현실에 재조명하기 위해 4가지를 질문할 것을 권한다. ①‘성서에서 말하고 있는 교회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참된 교회는 내적인 여정과 외적인 여정, 하나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소그룹을 통해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②‘내가 속한 교회는 그 본질을 유지하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③‘내가 속한 교회의 구조(입교과정, 지속적인 훈련과정)는 교인들에게 교회의 본질을 양육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가, 또는 아닌가? ④’현재 내가 속한 교회는 참된 교회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키에로케고르는 “예수님의 찬미자가 되는 것은 예수님의 추종자가 되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교회는 정작 예수를 찬미하는 교인들조차 적다는 점에서 세이비어교회의 영성과 사역의 일치는 우리에게 큰 도전을 준다. 조금 더 바래본다면 세이비어교회의 목회철학과 영성을 훈련시킬 수 있는 구체적이고 단계적인 교재까지 제공해주었으면 한다.
임석한(양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