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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3-07-10 01:25
   
한국 역사를 고쳐 쓰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5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757 [68]


 

한국 역사를 고쳐 쓰며

 

(<고쳐 쓴 한국역사>. 김성칠, 앞선 책, 1994)

 

김성칠(1913-1951년)이란 역사가가 있다.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어쩌다 내가 손에 쥐게 된 <역사 앞에서>(1993년, 창비)와 <고쳐 쓴 한국역사>(1994년, 앞선 책)란 그가 쓴 책들 덕분이다. 두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빼어난 글솜씨와 역사이야기를 풀어가는 탁월한 재간을 느꼈다. 아마 자신의 사려 깊은 생각과 품은 의지를 요령 있게 정리한 덕분일 것이다.

 

<고쳐 쓴 한국역사>는 김성칠이 1946년에 집필한 <조선역사>를 말 그대로 맞춤법을 고쳐 새로 정리한 책이다. 해방 직후에만 해도 변변한 우리나라 역사책이 없었다. 설사 있어도 한문투성이어서 젊은이들이 멀리 존재하였다. 평소 읽을 만한 국사책이 없음을 딱해하던 김성칠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답게 행동으로 옮겼다. 그런 까닭에 변변한 출판사가 아니라, 그가 일하던 금융조합에서 출간했다. 저자는 이듬해 1947년, 서울대학교 사학과 조교수로 자리 잡으면서, 정식으로 역사학자로서 이름을 올렸다. 

 

이제 막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젊은이들에게 자기 민족에 대한 자부심을 불어넣는 일은 그 시대 역사가들의 사명이었다. 오래도록 일본식 군국주의교육은 우리 역사는커녕, 조선사람에게 자기 민족에 대한 모멸과 수치심을 주입하도록 강요하였다. 김성칠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함이 학문하는 태도에 있어 신중치 못함이 아닐까 하고 주저되기도 하나 일본말 책 대신 아무 것도 읽을 것이 없어서 재미없어하는 소년들에게 이 초라한 선물이나마 보낼 수 있음을 기쁘게 여긴다”고 썼다.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근세사 편중 ‘조선의 쇠망’ 부분인데 역사가의 진단이 매섭다. 게다가 그 표현이 역사서술 이전에 문학적이다.  

 

“백성들은 나라의 추렴이 많은데 관리의 토색까지 겹들어 부지런히 일하고 알뜰히 살림 살아서 볏섬이나 쌓아놓으면 서원과 양반이 애매한 죄를 얽고, 또 아전의 농간이 일을 더욱 버르집어서 재산을 잃어버림은 물론이며 매까지 얻어맞게 되므로 힘써 일할 생각이 나지 않아서 모든 산업이 오그라들고 나라의 모습이 말 못 할 형편에 이르렀다”(212쪽).

 

저자가 5천 년 조선 역사 중에서 상고사는 물론 근세사 중 ‘망국과 독립’을 다른 시대와 비교하여 소상히 서술한 배경은 ‘우리 역사’에 대한 주체 의식의 자각과 회복, ‘남의 역사’를 극복하여 새 나라를 세우려는 반성과 열망의 반영일 것이다. 책의 마지막 대목에는 해방 77년에 이른 지금도 새겨들을 만한 깊은 우려를 담고 있다.

 

“만일 조선사람이 다시 조선 말년의 잘못을 되풀이해서 (미국과 소련 등) 큰 세력에 현혹하여 제정신을 가누지 못하고 사대주의로 그를 섬기고 체면을 돌보지 않고 이에 빌붙어서 치사스러이 자기 당파와 자기 개인의 이익을 도모한다면, 민족 100년 대계를 그르쳐서 천추만대의 자손들에게 누를 끼치게 될 것이다”(235쪽).

 

김성칠의 염려는 얼마 가지 않아 구체적으로 드러나는데, ‘한 사학자의 6.25 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역사 앞에서>가 그 증거이다. 분단의 현상을 보고 “조선사람의 내부에 필요 이상의 사상적 분열을 일으켜서 조선의 통일과 발전에 한 가닥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게 되었다”고 한 그의 근심이 결국 현실화 된 것이다. 

 

김성칠의 일기(1950년 1-12월, 1951년 3-4월)는 역사가 이전에 한 개인이 체험한 6.25에 대해 실감과 공감을 불러일으켜 준다. 전쟁이란 현실 속에서도 지속된 생생한 일상은 미시(微時)사로서 역사의 의미와 생활(生活)사로서 역사의 가치를 느끼게 하였다. 전쟁 이면에 존재하는 전쟁의 풍경과 전선(前線)이 아닌 일상의 생활고를 통해 맞이하는 그날그날의 불안으로 엮어간 단편들이기 때문이다.

 

<역사 앞에서>를 펼치면서 젊은 역사가의 근심 어린 시선과 눈을 맞추어 본다. 그는 전쟁 중인 1951년 고향 영천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너무 일찍 세상을 뜬 까닭에 이념적 편견이나 편향의 잣대로 규정되지 않는 드믄 현대 역사가이다. 편 몰이와 갈라치기가 엄연한 한국 사회에서 중립적 평가를 듣는 일은 쉽지 않은 경우이다. 역사가로서 김성칠에 대한 평가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다. 

 

그렇게 소중히 간직해온 우리 역사이지만, 정권의 변화에 따라 몹시 흔들리고 있다. 많은 국민의 시선은 마치 고공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곡예사를 보는 듯 역사를 다루는 그들의 솜씨가 불안하기만 하다. 한국 현대사가 이어온 그 줄을 든든히 붙잡을 것인지, 행여 아뿔싸 추락할 것인지, 지금 계승과 단절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 

 

송병구 목사 (색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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