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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1]
 
 
 
     
 
 
 
작성일 : 23-07-06 06:35
   
​집의 일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737 [81]


 

집의 일기 

 

(<집의 일기>, 박성희 지음, 책사람집)

 

“일흔을 앞두고 나는 집을 지었다. 집을 지었다는 말은 지금까지의 삶의 틀에서 벗어났다는 말이다. 오랜 관습과 익숙함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더 넓은 나의 내면으로 떠날 준비를 갖추고 그 터를 마련한 것이다. 열심히 살았고 나에게도 마땅한 자격이 있다. 아무도 나에게 상을 내리지 않는다면 스스로라도 나를 위로하고 칭찬할 필요가 있다.” p100

 

자연 가까이에 지어진 너른 마당이 있는 집에 살던 어린 시절의 기억. 

대학 시절부터는 주욱 도시생활을 했지만 아파트에서 요양원으로 이어지는 삶을 거부하고, 어린 시절에 살던 꽃과 나무가 무성했던 집들처럼 마당이 넓은 집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었던 작가.

보통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보다 익숙한 것을, 편안함과 안정을 추구하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노년의 나이에 시골에 집을 지어 살 거라는 작가의 결심에 주변 이들 모두가 반대했다고 한다. 춥다고, 일이 많다고, 관리가 힘들 거라고.. 작가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말에 흔들리지 않고 모두의 염려를 뒤로하고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편안하고 아름다운 마을에 터를 잡고 집을 짓기로 결심한다. 

 

“나는 그저 내가 좋아하는 색깔과 내가 좋아하는 공기와 냄새, 내가 좋아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고 싶을 뿐이다. 이것이 집을 짓는 목적이다.” p19

 

“바깥 하늘에서 달이 뜨고 달이 지는 풍경을 집 안에서도 보고 싶은 거다. 가꾸지 않아도 잘 자라는 들판의 풀들처럼. 내버려 두어도 잘 자라는 풀들이 가득한 마당을 갖고 싶은 거다.” p20

 

자신의 기호를 잘 아는 것. 삶을 조금 살아보니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보통의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선 자기 스스로를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삶의 터를 두고 예를 들자면 나는 복작복작하지만 편리하고 빠른 도시의 삶이 맞는 사람인지 조금은 느리고 불편해도 아름다운 자연 가까이에서 고요한 삶을 사는 것이 맞는 사람인지. 시골에 살더라도 도시에 가끔은 가야하는 사람인지 사계절 내내 시골에서만 지내도 괜찮은 사람인지 하는. 

 

“좋아하는 것은 거저 얻어지는 법이 없다. 과거의 나는 매번 너무 쉽게 물러났다. 가장 좋은 것을 포기하고 두 번째에 만족하는 타협을 자주 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을 양보하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이제 내 생애의 마지막 장에서 해야 하는 최대의 결정을 앞두고, 나는 물러서기가 싫다.” p22

 

집을 짓기 전의 작가의 마음과 결심, 그려오던 집이 완성되기까지의 그 과정, 그리고 완성된 아름다운 나의 집에서 보내는 사계절 동안의 일기. 작가의 문장들을 따라 읽어내리는데 봄이 오기 전부터 부지런히 땅을 갈고 싹을 틔우기 위한 노력과 그 기다림, 각 계절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주는 기쁨과 경이로움. 삶의 터전에서 계절의 시간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성실히 그날그날의 삶을 살아내는 작가의 일상이 내 눈 앞에 그려진다. 그녀의 삶의 태도와 잔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노라면 내 마음도 따라 편안하고 잠잠해진다.

 

“문을 열고 발을 내 딛으면 느껴지는 땅과 풀의 감촉,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이 촉촉한 아침 대기. 저절로 숨이 크게 쉬어진다. 차분히 몸이 가라앉는다. 옅은 안개가 걷히어 올라가는 그 위로 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간다.

이것이 내가 누려도 되는 행복인가. 과분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잠시 숨을 죽인다.” p91

 

“밤의 풀밭을 바라보면서 여름의 향기를, 그 에너지를 듬뿍 마셔본다.” p107

 

“너 거기에서 평생 살거야?” 한국 방문에서 만나는 지인들에게 어렵지 않게 종종 받는 질문이다. 한국은 분명히 재미있는 공간도 신나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그곳에서의 삶을 떠올려 보노라면 왠지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진다. 성냥갑 같은 고층 아파트가 빼곡히 모여있는 단지들. 한국에서 살 적에 해질녘 풍경을 보고 싶어 전철역으로 두세정거장 이상의 거리를 걸었던 기억이 있다. 기약없이 눈 앞에 펼쳐진 노을 풍경을 고대하며 한참을 걷다 만난 아파트 단지의 나지막한 언덕에서 이미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허무하고 쓸쓸했던 기억이 있다. 매일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는 노을의 색, 하늘의 변화를 바라보는 것이 작은 기쁨인 내게, 이곳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자연이 만들어낸 풍경을 가리는 고층 건물이 없다는 거다. 그 주의 주도 다운타운에나 가야 고층빌딩들을 볼 수 있고 보통은 높은 건물들을 만나기 어렵다. 동네를 걷다가, 혹은 집 안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노을과 지평선의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계절의 크고 작은 변화를 가까이에서 목도하며 평화로운 삶을 이미 누려본 터. 이것들을 누리기 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가 없는 것이다. 타국살이에서 분명 즐거움만 있지는 않을테지만 말이다. 덩그러니 우리 세 식구만 외딴섬에 와있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모두가 잠든 밤, 설명할 길 없는 외로움에 사무치는 날도 더러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양면을 가지고 있는 법. 이렇게 값없이 우리 앞에 주어진 아름다운 계절과 풍경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집의 일기를 읽으며 나의 집의 시간들을 더듬어 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미국 위스컨신, 작가님이 계신 곳은 강원도 평창 유포리. 

각자가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 곳은 다르지만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 모두 살고있는 곳이 도시에서 떨어진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이기도 하고, 봄이 유독 더디 오는 지리적 특징도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무엇보다도 작가님과 나는, 도시에 사는 동안 자연을 내내 그리워하던 사람, 지금은 자연과 가까이에 살며 느끼는 행복감과 만족감이 다른 이들에 비해 퍽 큰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시골의 주택살이는 도시와는 다르게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서 생생히 목격할 수 있고 계절마다 누릴 수 있는 즐거움들이 있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사택 뒤뜰에 누군가가 심어놓은 산딸기 나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지금과 같은 계절엔 이름 모를 그에게 참 고마웁다. 6월 중순 즈음 되면 산딸기 열매가 잘 열리고 있나 가끔 들여다보고 7월이 되면 아침에 일어나 아이와 해를 가릴 수 있는 긴 챙이 있는 모자를 쓰고 산딸기를 따러 뒤뜰로 간다. 산딸기 나무에서 빠알갛게 잘 익은 것들만 골라내 따먹는 재미. 챙겨 나온 그릇은 어느새 가득 차고, 집으로 들어와 깨끗한 물에 씻어서 이 여름의 열매를 함께 나누어 먹는다. 여름의 기쁨. 대가를 지불할 필요 없는 이 계절의 즐거움.

 

“집이란 소유나 재산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과 행복을 담는 그릇이다.” p106

 

타국에서 전업주부로서 내 하루 중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는 나는, 언젠가는 혹은 먼 훗날, 우리에게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내 취향대로 살 테지 라며 지금의 행복을 미루어 두지 않는다. 신랑 유학생활 동안 기숙사 아파트에 살면서도 우리는 우리 상황에 맞는 가구와 살림을 들여 심플하면서도 단정하게 살았다.

 

신랑이 소속되어 있는 UMC(연합감리교회) 특성상 목회자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파송되는 시스템이기에 우리는 우리가 살 지역이나 살 집을 선택할 수 없다. 그런 부분이 가끔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적도 있다. 요즘 들어 나는 어디에 사는가 보다는 어디에 어떤 집에 살든, 그곳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닐까 한다.

 

“집. 집은 공간만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살고 싶은 생활 방식이다.” p19

 

김은진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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