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 속의 명상
(<고독 속의 명상>, 토마스 머튼, 장은명 역, 성바오로출판사, 2009)
토머스 머튼 신부는 1915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젊은 시절에 닥친 전쟁과 많은 환경의 변화는 그를 종교와 영성을 탐구하도록 이끌었고, 1940년 트라피스트 수도원에 입회하여 1968년 태국 방콕에서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칠 때까지 가톨릭 수사ㆍ영성 작가ㆍ사회정의 수호자로 살았다. 그는 수도원의 황야 지역 외딴집에서 홀로 지내길 즐겼으며, 만년에는 동양의 전통에 깊은 흥미를 보였고, 달라이라마와도 활발한 담화를 나누었다. 1948년 자전적 일기 ‘칠층산’을 시작으로 침묵과 고독과 자연 속에서 기도하고 명상하며 관상하고 하느님께 나아간다 내용으로 70여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책에서 머튼 신부는 먼저 들으라고 말한다. 하나님을 잃어버린 시대, 물질문명과 소비주의가 극에 달한 이 시대는 실은 들을 줄 아는 능력을 잃어버린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고독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는 인간은 이 고독을 잃어버림으로써 자신이 바라는 소리만을 들으며 그것을 부추기는 세상의 목소리들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나의 삶은 듣는 것이고 그분이 말씀하신다”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하나님과 사랑에 대해 말한다 해도 소용이 없다. 복음의 말씀을 듣는 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감추어져 있다. 이 귀는 어떤 내적인 고독과 침묵에 잠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듣지 못한다” “내 삶은 경청이다. 하나님의 현존은 말씀하심이다. 나의 구원은 듣고 응답하는 것이다. 나의 삶이 침묵이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홀로 있음은 내가 건드리는 모든 것들이 기도로 바뀌는 곳이며, 하늘이 나의 기도가 되고, 새들이 나의 기도가 되고, 나무에 스치는 바람도 나의 기도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그 모두이시니 말이다.”
머튼 신부는 ‘참된 겸손과 가난’을 강조한다. “주님, 당신은 겸손을 사랑하도록 가르쳤지만 우리는 배우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오직 그것의 껍질, 사람을 매력적이고 또 매혹적으로 보이게 하는 그런 겸손만 사랑하기를 배웠습니다. 우리는 때로는 자주 우리가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척하고, ‘겸손을 실천함’으로써 그걸 얻은 것처럼 합니다. 우리가 참으로 겸손하다면 우리가 얼마만큼 거짓말쟁이인지 알겠지요.” “나는 당신의 다함없고 영원한 실재의 순간적인 나타남일 뿐입니다. 당신이 나를 끌어당겨 주시지 않으면 당신을 알 수 없고 이 어둠에서 길을 잃을 것입니다.” “우리의 보잘 것 없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우리 안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에 대한 사랑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우리의 모든 가난, 약함, 비참함, 나약함을 지닌 채 그분께 가기를 결코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이다.”
또 저자는 책에서 시종일관 ‘주는 내 안에, 나는 주 안에 있다’고 말한다. “그분의 현존은 나 자신의 존재 속에 드러난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신다.” “내게 성자가 되는 것은 나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성과 구원의 문제는 사실상 내가 누구인지, 나의 참 자아를 발견하는 문제입니다.” “어둠과 싸워서 영혼에서 악을 몰아낼 수 있을까요? 이것은 하나님이 나를 위해 계획한 것이 아닙니다. 내 어둠에서 그분 빛으로 돌아서면 충분합니다. 자신에게서 도망칠 필요는 없습니다. 나 자신을 찾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내 몸과 영혼이 성령의 성전이 되고 내 삶이 그분 사랑의 광채로 반영하고 나의 온 존재가 그분 평화 안에서 안식하는 것이 그분 뜻입니다. 그때 내가 그분 안에 있고 그분이 내 안에 계시기에 그분을 참으로 알게 됩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이지 하나님께서 그에게 주시지 않은 어떤 것을 그의 삶에 부가함으로써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다.” “무한하신 그분 안에 살며 그 무한함을 기뻐하는 것이, 우리 마음의 좁은 공간 속으로 그분의 무한성을 밀어 넣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것보다 더 나은 기도이다.”
신영배 (경기중부기독교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