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와이즈베리

CCM 가수 손경민 님의 노래 〈은혜〉의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누려왔던 모든 것들이 / 내가 지나왔던 모든 시간이

내가 걸어왔던 모든 순간이 /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아침 해가 뜨고 저녁의 노을 / 봄의 꽃 향기와 가을의 열매

변하는 계절의 모든 순간이 / 당연한 것 아니라 은혜였소

모든 것이 은혜 은혜 은혜 / 한 없는 은혜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던 것을 / 모든 것이 은혜 은혜였소

우리가 어느새 당연하게 느끼고 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음을, 사실은 모두 은혜였음을 고백하는 이 가사는, 반대로 얼마나 우리가 많은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오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일들을 겪고, 또 이루어내고, 가끔씩은 실패하며 살아가게 된다. 이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이루어낸 ‘성취’는 가히 달콤하고 감격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러한 감정에 가려져 ‘감사’와 우리의 성취의 이면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우리는 쉽사리 지나치기 쉽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대표적인 예시로 대학의 입학을 꼽는다. 입시 전쟁이라는 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대학 입학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요구되는 제도이면서, 동시에 현재의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사회에 처음 나와 이루어내는 성취로 연결된다. 그렇기에 그 어떤 제도보다 표면적으로 공정성이 강조되는 이 입시라는 교육 제도 아래에서의 성취는 학생 스스로에게도 그 부모에게도 큰 성공의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한국만 보더라도 서울대학교 재학생의 비율을 살펴보면 고소득층의 자녀가 저소득층의 자녀보다 3배나 많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얻어야할 교훈은 그 어떤 성취도, 그 성취가 아무리 표면적으로 평등한 상황처럼 보였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루어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개인이 이루어나가는 다양한 것들, 그리고 삶을 살아가면서 쌓아가는 수많은 경험들은 오로지 한 사람의 노력과 희생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부모, 그의 가정, 그의 친구들, 순간의 운, 그리고 그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그가 태어난 국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하나님의 인도하심까지. 수많은 요소들이 결합되어 그의 성취에 영향을 준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의 삶에서의 감격스러운 승승장구 앞에서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 흔히 교회에서 말씀을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얻게 되는 메시지 중 하나가 오로지 나의 힘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끄셨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나만이 노력해서 얻어낸 절대적인 나의 것이 아니라, 나의 모든 상황을 예비하신 하나님의 길임을 알고 감사하며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 한다.

사회 속에서 점점 비교와 시기와, 그리고 부의 격차가 불어날수록, 그리고 기회균등주의와 성과주의가 만연해질수록, 점점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은 크기가 작아지게 된다. 스스로의 성과에 취해 감사함을 가리는 마음이 커지지 않도록, 스스로가 모든 성취에 자격이 있었다고 과신하며 모든 결과 과정이‘공정하다는 착각’으로부터 우리는 스스로를 절제하고 의식하는 삶을 살아가는 연습을 해 나가야한다.

김은기 (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