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일드후드>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 캐스린 바워스 공저, 샘앤파커스, 2023
나에게는 두 자녀가 있다. 올해 스무살인 둘째는 물론 2살 더 많은 큰아이도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한참 부모의 손이 필요한 아이처럼 생각된다. 동시에 부모로서 내가 우리 아이들이 온전한 성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어떤 역할을 해야하고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많은 고민이 있던 터에 ‘와일드후드’란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자연 속 다양한 동물들의 관찰을 통해 청소년기의 본질을 탐구하는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모두 ‘10대’를 거친다. 물론 동물의 종마다 세세하게 그 기간이나 시기는 다르지만 며칠에서 몇 년에 이르기까지 저마다의 ‘청소년기’를 통해 ‘어른’이 된다. 어린 아이가 한순간에 어른이 되지 않는 것처럼 망아지에서 종마로, 새끼 캥거루에서 어른 캥거루로 변신하는 그 과도기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이 과정 속에 시간과 경험, 연습과 실패를 겪게 되고 이 시간들을 통해 성체(어른)으로 성숙해진다.
많은 경우 ‘청소년기’와 ‘사춘기’를 혼용해서 사용하지만 정확한 의미는 다르다. 사춘기(puberty)는 생물학적 과정을 뜻한다. 이 시기는 호르몬에 의해 시작되며 생식 능력을 갖추게 되며 끝이 난다. 따라서 청소년기는 신체적 발달을 겪는 기간을 설명하는 단어다. 인간 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도 사춘기를 겪는데 성장 속도가 가속화 되고 무엇보다 난자와 정자를 만들기 위해 난소와 정소가 활성화 된다. 백상아리, 악어, 판다, 나무늘보, 기린, 심지어 곤충도 변태의 한 과정으로 사춘기를 겪는다. 반면 청소년기는 이와같은 신체적 변화와 자신이 행동을 조화시키는 단계다. 따라서 청소년기는 신체의 발달로 끝나지 않고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날 때까지 지속된다.
이 책의 저자들은 모든 동물들이 ‘사춘기’를 겪을 때 일종의 ‘수평적 정체성(horizontal identity)’ 공유한다고 설명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수직적 정체성과 달리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또래 사이에서 형성되는 그들만의 방식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유년기와 성인기 사이의 시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성의 시기를 ‘와일드후드’라고 부른다. 자연의 모든 동물은 ‘와일드후드’ 기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한다. 심리학자들은 이 시기를 ‘회고절정’이라고 부르는데, 이 때 축적된 기억은 그 이후 학습되거나 경험된 것들보다 더 깊이 오래 지속된다. 이 책에서는 ‘와일드후드’기간에 배우는 삶의 4가지 핵심기술이 있다고 설명한다. “①어떻게 자신을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 ②어떻게 사회적 지위에 적응할 것인가 ③어떻게 성적 소통을 할 것인가 ④어떻게 둥지를 떠나 스스로를 책임질 것인가” 이 지면에 4가지 주제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안전, 지위, 성적소통, 자립이라는 4가지 핵심기술은 6억년의 세월동안 수많은 동물들이 와일드후드를 통해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어려움들을 견뎌내고 성공하는 지침들이 될수 있었다.
특별히 저자들은 오늘날 청소년들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개척자라고 말한다. 현실세계에서라면 부모나 나이 많은 어른이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과 청년을 지도할 수 있겠지만, 디지털 세상에는 이와 같은 경험과 지혜를 전해줄 어른이 없다. 따라서 4가지 핵심기술을 이해하는 것을 통해 디지털 세상에서 더 건강한 성인으로 자신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는 자녀들이 될 수 있도록 응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펭귄 우르술라, 하이에나 슈링크, 흑동고래 솔트, 그리고 늑대 슬라브츠까지 네 마리의 동물들이 경험한 ‘와일드후드’의 생생한 기록들을 살펴보며 나 자신을, 그리고 우리의 자녀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박상원 목사(이천만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