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체제를 향하여
<평화체제를 향하여: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기독교의 사명>, 이삼열, 동연, 2019
“분단 국가에서 교회의 선교적 사명은 과연 무엇을 의미 하는 것일까?”이 책의 제목처럼, 평화체제를 향하는 것이 한반도의 평화통일과 기독교의 사명인 것일까? 저자 이삼열 박사는 교회의 선교적 사명은 단연코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평화체제는 전쟁과 폭력의 원인이 되는 공격성과 증오심, 무력의 대결을 없애는 노력이며, 갈등과 대립을 해소하고 평등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무력대결의 폐기와 군비의 감축 없는 평화 정착은 평화가 아니라, 오히려 전쟁상태나 냉전의 지속일 뿐임을 분명히 한다. 즉,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일은 분단체제를 거부하는 저항운동이고, 미움과 적대감을 사랑과 화해로 승화시키는 영적인 운동이라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평화체제는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속되는 과정이며 열매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난 30년간 평화체제를 일구어 온 한국 교회의 헌신의 역사와 함께 걸어오면서 그동안 저자가 집필한 논문들을 모은 것이다. 제1부는 화해와 평화를 위한 남북교회의 협력과 관련된 글들을 실었고, 제2부는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평화통일 정책의 문제와 한계를 지적하는 글들을 모았으며, 제3부는 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일의 길을 열게 된 독일의 경험을 통해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체제의 길을 모색하는 글들을 소개한다.
저자는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한국 교회의 에큐메니칼 운동을 남북간의 적대 관계를 풀고 화해의 길로 함께 걸어가는 아름다운 여정의 역사라고 평가한다. 특히 평화체제의 물꼬를 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1988년에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위한 한국교회 선언,” 소위 88선언은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평화체제와 통일운동의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인 의미가 크다. 88선언의 저자 중 한 사람인 이삼열 박사는 88선언에서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는5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1) 자주의 원칙, 2) 평화 우선의 원칙, 3) 민족 대단결의 원칙, 4) 민주적 참여의 원칙, 5) 인도주의의 원칙.
남북정상의 만남이나 평화를 위한 끊임없는 대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평화체제는 남북정상이 만나 공동 선언문을 발표한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평화통일 정책의 문제를 논의하면서, 평화체제의 실현 없이는 통일이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무리한 통일 논의보다는 평화체제를 우선에 두는 정책을 펼쳐야 된다고 주장한다.
독일의 통일은 준비과정을 거치지 않고 갑자기 다가왔다. 그 이후 진정한 평화체제로 가는 길은 갑자기 찾아온 통일보다 더욱 길고 또한 더욱 험난한 과정이었다. 저자는 조국의 통일이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남북이 힘을 합쳐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는 일 이야말로 오늘날 분단된 국가의 교회가 짊어져야 할 선교적 사명임을 독일 통일의 역사를 통해 배울 수 있다고 소개한다. 참으로 어려운 선교적 사명임에 틀림없다. 한쪽이 한마음을 가지기도 어려운데 남북이 힘을 합쳐 평화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일이 어찌 쉬울 수 있겠는가? 하지만 평화의 사도들도 부르심을 받은 자들의 공동체 이기에 교회가 앞장서 평화를 일구어 나가는 선교적 사명을 잘 감당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김진양 목사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사, 세계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