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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2]
 
 
 
     
 
 
 
작성일 : 23-06-06 04:27
   
분노와 애정
 글쓴이 : dangdang
조회 : 3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591 [98]


 

분노와 애정

 

(<분노와 애정>, 도리스 레싱, 에이드리언 리치 외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시대의 창)

 

아이가 태어나기 전날 오전부터 아내는 내게 강한 진통을 느낀다고 호소하였다. 서둘러 짐을 챙겨서 아내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다. 간호사들이 검사를 위해 그녀를 침대로 안내하였다. 하지만, 예정일이 일주일 정도 남아있던 시점이었고, 검사를 했을 때에도 출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출산의 진통이 아닌 그냥 일시적으로 배가 아픈 것이라며 웃으며 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태어나 처음 맞이하는 임신, 그리고 출산의 과정들이었기에 우리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간호사의 말만 듣고 병원을 나와 허탈한 마음과 허기진 배를 달래보려 인근의 햄버거 가게로 향했다. 내 아내가 계속 진통을 느낀다는데도 웃으며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는 간호사의 태도에 약간은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 아내는 계속해서 진통을 느꼈겠지만 우리는 평소처럼 시간을 보냈다. 

 

그날 저녁 무렵, 당시 내가 인턴으로 섬기던 교회의 미국인 부목사님께서 아내의 출산예정일이 곧인 것을 알고는 한인 식당에 들려서 김치찌개와 비빔밥을 사서 우리에게 갖다주셨다. 감사함을 느끼며 사랑 가득한 저녁을 먹었다. 그렇게 아내와 나는 평소처럼 시간을 보내고, 취침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우려는데, 아내는 진통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말하였다. 그때가 밤 열한 시쯤이었던 것 같다. 이미 오전에 병원에서 다음에 오라는 말을 들었기에 병원에 다시 가는 것이 약간은 주저되었지만, “만약 병원에서 다시 돌려보내면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되지 뭐.” 라는 생각으로 우리는 출산에 필요한 물품들을 다시 챙겨서 병원으로 향하였다. 

 

간호사들은 몇가지 검진하고는 곧 내게 말하였다, “때가 되었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출산을 준비하기에 앞서서 그들은 우리에게 두 시간 정도 병원 복도를 걸어야한다고 당부하였다. 아내를 부축하며 걷기 시작한 때는 자정이었다. 아내는 통증이 잦아들었을 때는 천천히 걷다가 강한 통증이 오면 벽을 잡고 심호흡을 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걷고서 새벽 세 시가 되어서야 분만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아내는 분만실 침대에 그리고 나는 보호자 소파에서 있으며, 그녀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있을 때마다 얼른 건네주기도 하고, 극심한 진통에 호흡을 힘들어하면 출산 전에 연습했던 것처럼 옆에서 호흡을 돕기도 하고, 쪽잠도 자면서 아이를 기다렸다. 

 

주기적으로 간호사가 분만실로 들어와 확인을 하였고, 무통 주사를 맞고 아내가 평온해졌다가 몇시간 후 효력이 떨어지면 굉장히 고통스러워했고 그 후로 마취과 의사는 두 번이나 더 와서 무통 주사를 놔주었다. 긴 시간 동안 우리의 아이는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힘차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침내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고, 분만실에 있는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분만에 집중했고 드디어 우리는 우리 아이를 품에 안았다. 나는 눈가가 뜨거워지며 인생에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벅참과 감동, 기쁨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올라오고 나는 지시에 따라 탯줄을 잘랐다. 

 

간호사는 나와 아내를 닮은 아이를 수건으로 감싸며 우렁차게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여주었다. 그때는 오후 세ㅡ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였고 아주 화창한 전형적인 캘리포니아의 날씨였다. 서른 네시간의 진통과 출산 끝에 그날에 우리는 초보 엄마아빠가 되었으며, 우리는 아주 작은 아기와 병실에서 함께 지내며 기저귀를 갈고 속싸개를 싸는 것부터 해서 하나하나 부딪혀가며 배우고 익혀야만 했다.

 

책 <분노와 애정>은 20세기에 활동했던 16인의 북미 여성 작가들의 엄마됨에 관하여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어떤 작가는 첫째 아이에 대한 육아를 하면서 둘째 아이를 출산하기 까지의 여정을 적어놓기도 하였고, 어떤 작가는 육아에 대한 힘듬, 고단함, 아이가 삶의 중심이 되면서 자아실현과는 점점 멀어져가는 그들의 삶에 대한 애환과 그러면서도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에 대한 사랑을 적어놓기도 하였고, 아이를 키우면서 적어 놓았던 현실적인 일기를 공유하기도 하였다. 

 

비록 나는 남자이고, 아빠이지만 고향을 떠나 의지할 곳이라고는 하나님과 배우자밖에 없는 이 낯선 타지에서 아내와 함께 공동육아를 해온 입장에서 작가들의 글에서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다.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는 육아” 는 말에 부정하지 못하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육아는 힘든 것이다. 그리고 어려운 것이다. 나는 <분노와 애정>이라는 이 책 제목을 참 잘지었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내 아이가 태어나던 날에 대해서 묘사하였는데, 그 아이가 이제 세돌이 지났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육아는 쉽지 않지만, 나는 아이가 좀 더 어렸을 때만해도 거의 매일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우리 부부 곁에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딱 한 사람만 더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한 사람은 목회를, 한 사람은 육아를, 한 사람은 가사를 맡아주면 좋겠다고. 

 

끝없는 육아가 때로는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나게 할 때도 있고, 아이가 깨어 있는 낮시간 동안에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얼른 아이가 밤잠에 들고난 후 몇 시간이라도 육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던 날들도 있다. 아이가 자람에도 여전히 육아가 버겁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아이를 애정한다. 내 아이가 우리에게 왔던 그날을, 그날의 감동을 떠올린다. 천진함으로 가득한 내 아이의 얼굴에서 다시 살아갈 힘과 사랑을 길어 올리며. 

 

민학기 목사(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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