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 속 들여다보기
<에니어그램과 영적 성장>, 크리스토퍼 휴어츠, 이지혜, IVP, 2019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나도 나를 알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성가들은 자신과 타인, 그리고 하나님의 속마음까지도 알아보려고 노력합니다. 무엇보다도 자기를 아는 것이 우선입니다. 에니어그램은 우리가 참-자기로 돌아갈 수 있는 아홉 가지 방법을 알려줍니다.(27) 에니어그램은 자신을 비춰보는 아홉 거울을 제공합니다. 이 아홉 거울은 우리 스스로 만든 환상을 떼어 내도록 도와 줄 수 있습니다.(31) 본래부터 만들어진 성격(personality)은 페르조나(가면)에서 파생됩니다. 성품(character)은 ‘돌에 새겨 넣다’는 의미의 헬라어에서 파생합니다. 인간의 영적 성장과 변화는 성격이라는 가면이나 환상을 드러내고, 정체성의 핵심(참 나)에 도달하는 결과입니다. 에니어그램은 이러한 내면 작업을 도와줍니다.(34)
에니어그램의 뿌리가 여러 종교에 두고 있다고 하지만, 서양에서 현대적 형태의 에니어그램은 동방정교회 사람이었던 구르지예프라는 것이 확실합니다.(47) 영적 스승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에니어그램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아직 성격 유형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이것이 영적 실천과 관상기도를 통해서 내면의 풍성한 삶을 계발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63) 에니어그램은 영성형성에 있어서 관상적인 자세(고독, 침묵, 멈춤)에 있어 전인적인 성장과 변화를 위해 효과적인 도구가 됩니다.(92) 이것은 세 유형으로 구분되나 그것들의 통합은 전인적 자아(참 나)를 발견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삼분설은 몸(본능이나 장, 8,9,1유형), 가슴(감정이나 정서, 5,6,7유형), 머리(생각이나 이성, 2,3,4유형)형으로 구분됩니다.(101) 이 세 유형을 통합할 때 참 자아로 돌아갈 수 있게 합니다.(115)
서양 그리스도인들은 ‘마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배웁니다. 동방정교회의 영성 고전으로 유명한 <필로칼리아>에서 저자들은 “가슴에 지성을 놓으라”고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신시아 부조는 <마음의 길>에서 영성과 관련된 ‘가슴’을 에니어그램의 지능 중심이나 정서 이상의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즉 조화의 3요소에서 나타난 ‘가슴’은 오롯이 ‘영적 인식 기관’이라고 말합니다. 이 기관이 활성화 되어 세상과 연결되면, 우리는 가슴이 머리와 몸과 균형을 이루게 한 상태로 세상에 참여 할 수 있습니다.(163) 고독, 침묵, 멈춤이라는 관상 기도 자세를 지능 중심과 조율하고, 동의, 참여, 쉼이라는 관상기도의 의도를 조화의 3원소와 연결하는 것은 자신에게 있는 진면목(참 나)의 진실을 깨닫기 시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됩니다.(172)
현대 서구에서 통용되는 에니어그램은 남미의 정신과 의사가 처음으로 미국에 도입했고, 영성 공동체(예수회)가 보급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배경에서, 이것은 대체로 심리학과 영성을 위한 도구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즉 각 유형에 맞추어 영성 형성으로 가는 독특한 실제적이고도 구체적인 길을 제공합니다.(181) 에니어그램은 자신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 성격이라는 족쇄를 깨뜨리게 합니다. 파편화된 정체성의 혼란과 어둠 속을 통과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과거에 자신이라고 생각했던 존재에 대해서도 알아차리게 합니다.(182) 나아가 고독, 침묵, 멈춤은 우리 영혼이 갈망하는 내면의 영성을 길러 줍니다. 또한 마음을 진정시켜서 우리가 인생을 소음 때문에 미처 인식하지 못한 행동을 교정할 기회를 제공합니다.(189) 고독과 침묵과 멈춤은 영적 성장의 길로 향하는 문(관상기도)입니다. 내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거짓 자아에서 벗어나 참 자아(참 나, 얼 나, Imago Dei)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전승영 목사 (한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