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구 구경
<1000개의 그림 1000가지 공감>, 이경아 엮음, 아이템하우스, 2022
친구 같은 존재를 만날 때가 있다. 음악이 그렇고 그림도 그렇다. 친숙하고 다정한, 친구 같은 그림이 있다. 그림은 변하는 법이 없지만, 그림 속 별이 빛나는 어느 언덕은 첫사랑을 고백하던 배경이 되었다가, 어떤 때는 시련의 아픔을 헹구어주던 시원한 바람이 불던 언덕이 된다. 그림 속에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수많은 내가 다른 기억과 상상의 조각을 들고 숨었다. 그들을 모두 만나는 일은 생의 마지막으로 잇닿은 성찰 속에서 기다리는 일이겠다. 늘 변함없이 변하는 친구를 평생 만나는 즐거운 일이겠다.
<1000개의 그림 1000가지 공감>은 그야말로 그림책이다. 1000개의 그림이 있는 책이다. 176명의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이 각 사조별로 담겨있다. 아르놀트 하우저의 명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읽을 땐 그림이 적어서 아쉬웠다. 학생들에게 예술사를 가르칠 때 사조별로 그림을 찾아 모으는 일이 수월치 않았다. 이 책이 조금 빨리 나왔다면 그런 수고와 아쉬움이 훨씬 덜했으리라.
<1000개의 그림 1000가지 공감>엔 미술사나 작가와 그림에 얽힌 사연이 있다. 그 그림이 어떤 사연으로 태어나서 그곳에 걸렸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연이 없는 그림이 없다. 재료, 작가, 모델, 배경 등을 둘러싼 사연들이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림의 색감을 잘 전달해주는 종이 재질이 마음에 든다. 당연한 얘기지만, 화가들은 그림을 잘 그린다. 그림들이 아름다워서 좋다. 전에 유행하던 사조에 대한 반발로, 혹은 역사 문화적인 다른 요인으로 생겨난 새로운 화풍이 그 전 사조의 화풍과 어떻게 달려졌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한 작가의 화풍이 외부적인 요인이나 사유의 변화로 변해가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한 사조 안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신화나 성서에서 비롯된 한가지 모티브를 다른 작가가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좋은 친구를 고르는 재미가 있는 좋은 그림책이다.
김국진 목사 (산돌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