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 목사의 10분 성경
<보통 목사의 10분 성경 : 마태복음>, 현병찬 지음, 규장, 2023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사역이 중단된 2020년 3월, 사역자로서 나태해지지 않고 목사로서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성경 콘텐츠를 기획하고 영상을 제작해 유튜브(10분 성경)에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중 마태복음 전체 스물여덟 장의 설명과 묵상을 모아 엮은 것이다.
저자는 한 단어, 한 절만 떼어서 보는 대신 사건과 사건, 장과 장 사이의 행간을 읽고 전체적인 흐름과 문맥 사이에서 하나님의 뜻과 마음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자 하였다고 말한다. 한 절과 한 단어를 통해 받았던 은혜와는 또 다른 차원의 깨달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수도를 얼지 않게 하는 것은, 사소해 보이지만, 한 방울 한 방울의 흐르는 물인 것처럼, 한 장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가 ‘나’를 통해 흐르고 있음을 깨닫는다면 어떤 고난과 어려움도 우리를 얼어붙게 하지 못하는 ‘한 방울의 기적’을 믿는다고 말한다. 이 책이 그 한 방울의 기적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을 ‘보통 목사’라고 소개한다. “주님이 크고 높으시니, 우리는 그저 보통이면 됩니다.”라고 말한다. 메시지(복음)보다 전하는 자가 더 높아지려고 하는 이 시대, 아니 복음의 주체인 예수의 자리에 자신이 올라가려고 하는 이 시대에 겸손하게 주님을 따르려는 자세가 보인다. 그 겸손에서 깊은 묵상이 나오는 것일까?
마태복음 28장을 크게 4부로 나누었다.
PART 01. 천국 복음의 시작(1-7장)
PART 02. 천국을 보고 듣다(8-14장)
PART 03. 십자가로 자라는 믿음(15-21장)
PART 04. 그날까지 주님과 함께(22-28장)
무엇보다 요즈음 사람들이 좋아하는 문학적인 감성이 돋보인다. 예를 들면, 마태복음 1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족보 이야기에서, 예수님의 족보에 올라가기에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이름들, 즉 수치와 죄악과 치부를 그대로 드러내는 예수님의 족보를 보면서 생각난 단어가 ‘비틀걸음’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나님은 우리의 ‘비틀걸음’까지도 ‘빛의 걸음’으로, ‘빛으로 가는 길’로 삼을 수 있는 분이시기에, 우리의 연약함과 상처는 우리 인생을 가장 아름답고 복된 삶으로 만드는 귀한 재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26장의 제목을 “십자가‘에’ 질 수 있나?”라고 정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위해 죽을 마음은 있었지만 예수님이 자신을 위해 죽으셔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리처드 보컴의 말을 인용하면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지만 정작 십자가의 길을 따라가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래서 십자가에 지는(lose) 것이 곧 십자가를 지는(carry, bear) 것과 같기 때문에, 십자가에 지지 않으면, 즉 하나님의 뜻에 지지 않으면 결코 십자가를 질 수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과 인도하심이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그때가 바로 십자가를 질 수 있고 십자가에 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목회자의 서재에는 많은 주석들이 있다. 이 책은 책장에 꽂혀있는 또 하나의 책이 아니라, 쉽고, 짧으면서도, 새로운 성경 읽기를 열어주고 있다. 간결하고 명쾌한 논리에 따뜻한 감동을 담아내 이 책은 시대와 세대를 넘어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에게 성경을 보는 눈과 생각을 열어줄 것이다.
권종철 목사 (예수마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