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님이 브랜딩을 해보자고 말했다
(<어느 날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 좀 해보자고 말했다>, 박창선 저, 미래의창, 2020)
책 제목부터 재미있다. 한번 가정해 보시라. 당신이 일하는 곳의 대표님이 “우리도 브랜딩이라는 것을 좀 해보자!”라고 미션을 준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서점에 가서 브랜딩과 관련된 이런저런 책들을 뒤적여보고, 구글에 몇몇 키워드를 검색해볼 것이다. 그런다고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이 그려질까? “그래서 브랜딩을 한다는 게 뭔데!?!?” 불만이 먼저 쏟아져 나올 것이다. 브랜딩은 막연하고 추상적이다. 그래서 늘 헷갈린다. 브랜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여기저기서 브랜딩과 관련된 내용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업과 조직, 사람이 모이는 곳곳에서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연 브랜딩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책임을 맡은 사람은 기업과 조직의 명운을 짊어진 브랜딩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책은 브랜딩과 관련된 이론적인 교과서는 아니다. 그러나 브랜딩을 해나가는 실무에 있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세밀하게 그 방법을 소개해주는 좋은 안내서이다. 브랜딩을 시작하는 당신! 이 책의 매뉴얼을 따라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엉뚱한 상상을 해보았다. 어느 날 예수님이 목사인 나에게 “우리도 브랜딩을 좀 해보자!”고 요청한 것이다. 필자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손을 대야하는 것일까? 단순히 설교 준비를 열심히 하고, 성실하게 심방을 하고, 성도를 진심으로 공감해준다고 브랜딩이 될 것 같지는 않았다. 미션은 주셨지만 방법을 제시해주지 않은 예수님을 대신해서 이 책을 탐독했다. 나는 어떻게 내 목회에 색깔을 입힐 수 있을까? 어떻게 큰 구획 정리를 해 갈 수 있을까?
이 책은 <마음을 보다>, <전체를 보다>, <업무를 보다>, <바깥을 보다>라는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는 교회 브랜딩의 과정도 이와 같다고 보고, 제목을 조금씩 바꾸어 보았다. <목사(나)를 보다>, <우리 교회 분위기를 보다>, <교회 사역을 보다>, <세상을 보다>라고 말이다.
- 마음을 본다는 것은, 내부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교회의 가장 본질적인 것은 그 교회의 담임자로부터 나온다. 설교하고, 사역하고, 교제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키(Key)맨은 담임목사이다. 교회의 정체성과 컬러는 담임자로부터 나온다. 담임자가 어떤 신앙의 고백, 신학적 입장에 있는지에 따라 많은 것들이 좌우될 것이다. 나는 어떤 목회를 원할까?
- 전체를 본다는 것은, 교회 분위기를 본다는 말이다. 목회자는 자신의 이상과 더불어 반드시, 상황에 목회를 맞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설교자의 선포는 사랑 없이 울리는 꽹과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교인들의 수준과 사고, 생활방식과 니즈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말씀과 사역을 펼쳐나가야 한다. 피드백에 둔감한 리더는 공동체를 힘들게 한다.
- 업무를 본다는 것은, 그 조직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교회로 따지면 사역(ministry)이다. 예배, 찬양, 선교, 지역사회 봉사, 소그룹 모임 등이 어떤 사명을 가지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마음(목회자)과 전체(교회 구성원)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앞선 두 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양자를 어떻게 조화하고, 도전해서 건강한 방식으로 풀어낼 것인가?
- 바깥을 본다는 것은, 세상의 눈높이를 파악한다는 말이다. 교회는 자신들만의 신앙과 언어에 갇혀서 세상을 외면하면 안 된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것처럼, 사역은 언제나 세상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그것이 목표이다.
이런 방식으로 각각의 챕터를 재해석하고 나니까, 하나하나의 실무적 지침들이 교회 브랜딩을 위한 과정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현실을 파악하는 일, 디자인하는 방법, 조직의 리더와 간신히 참여만 하는 사람 사이가 어떻게 동기화되고 소통할 수 있는지, 체계는 어떻게 세우고, 무엇을 세상에 말할 수 있는지, 그 일을 위해서 모든 구성원이 어떻게 마음을 모을지 등.
내용 중, 브랜딩을 위한 체크 리스트가 있다.
- 우리에게 브랜딩이 필요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가?
- 우리 회사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는가?
- 아이디어의 실마리로 삼을 잡학 지식을 갖췄는가?
- 우리 팀의 분위기와 특징을 파악했는가?
- 오늘 나의 업무를 소유 시간과 중요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는가?
- 고객의 입장에서 우리 상품을 사용해 보았는가?
- 타인의 피드백 혹은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 때때로 길을 잃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각오가 되었는가?
목사인 나는 왜 브랜딩에 집착하고 있는가? 그것은 교회를 세상에 소개하기 위해서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서 마침내, 세상에 그것을 마음껏 알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계단계, 과정 과정의 여정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진 내적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다듬고, 그것을 외화하여 승부를 보고 싶다.
우리는 세상에, 그리고 기존의 그리스도인에게도 ‘교회’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 브랜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예수쟁이를 어떻게 평가할까? 이 대답을 위해서 우리는 본질에 대한 의미를 끊임없이 묻고, 이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해야 한다.
신동훈 목사 (마포 꿈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