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나무옆의자, 2021
고등학교 시절부터 뒷북치는 경험을 한 적이 많았다. 친구들이 좋아하던 노래를 한참 뒤에 알게 되고는 푹 빠져서 주구장창 그 노래를 들으며 그 노래에 관해 신나게 이야기하곤 했었다. 아마도 유행에 덜 민감해서 이리라. 어쩌면 오늘 소개할 오늘의 책도 뒷북일 수 있겠다.
<불편한 편의점>은 2021년 4월 출간되어 코로나 팬데믹 시절 온 가족이 함께 읽는 대표적 힐링 소설로 잘 알려진 책이다. 2022년 누적 판매고 100만부 이상을 달성했고, 미국을 포함해 11개 언어권 13개국에 수출된다고 하니 이미 한국을 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까지 널리 읽히게 될 것이다. 작년에는 1편을 잇는 <불편한 편의점2>도 출간되었다.
나는 우연히 친한 언니가 초등학생 딸과 함께 읽었다기에 뒤늦게 호기심에 책을 집어 들었다가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1인 가구의 증가와 MZ 세대들의 소비 트렌드에 빠르게 발맞춘 덕분에 이미 국내 편의점 점포 수가 5만개를 넘어선지 오래다. 편의점은 우리 일상 속에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저자 김호연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제목이 가지는 형용모순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한다. 저자는 어릴 적 구멍가게 같은 친근한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미스테리한 야간 아르바이트생 ‘독고’라는 인물과 여러 손님이 가지는 불편한(?) 만남을 각기 다른 화자를 통해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코로나에 이거저거 불편하다고 불평들 하지만 사는 게 원래 불편한 것이라고 나긋이 전한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전혀 불편한 편의점이 아니라 어딘가에 있을 법한,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편의점을 상상하게 된다. 그저 잠깐 음료수 하나 사러 들렀던 그 편의점에 실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진 누군가가 일하고 있다는 것과 아무런 의미 없이 스치듯 지나는 만남에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대중매체나 SNS에 화려해 보이고 빛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의 현실과는 다르게 느껴져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다. <불편한 편의점>은 불안과 좌절, 고독을 절절하게 경험하는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를 평범한 일상의 공간에서 따뜻하게 그려낸다. 신을 이야기 하지 않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말과 손길 속에서 신의 온기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최규희 목사(시냇가에심은나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