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화라구요? 잘못 아셨습니다.
<걸리버 여행기-무삭제 완역본> 조나선 스위프트 / 이종인 / 현대지성 / 2019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읽지 않은 책.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다 읽었거나 혹은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의 이들이 읽지 않은 책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 책 중에 저는 오늘 ‘걸리버 여행기’를 소개 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에게 걸리버 여행기를 읽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아~ 그 동화책. 어렸을 때 동화책으로 읽었지.”라고 답을 합니다. 동화로 그리고 영화로도 많이 나온 내용이라 많은 사람들이 책에 대해서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걸리버 여행기의 내용은 10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걸리버는 항해 중 조난을 당해 소인국(릴리펏, 블레퍼스크)에 방문했다가 다시 항해 중 당한 조난으로 대인국(브롭딩낵)을 방문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모험과 여행에 대한 열망으로 다시 시작된 여행에서 하늘의 도시 라퓨타, 날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일본(지팡구), 그리고 후이놈(말)의 나라 등을 여행하며 그 다양한 나라의 사람(혹은 존재)를 만나 나눈 대화와 그가 방문한 곳의 문화와 사회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책입니다.
마냥 재미있을 듯 하고 동화 같은 이 책은 실제로 읽어 보면 매우 심오한 풍자를 품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 영국의 사회, 정치, 문화, 심지어는 인간들의 학문과 종교까지 모든 것을 각각의 나라에 있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각각의 나라들의 경우 인류가 그동안 이룩한 다양한 업적(제도, 문화, 학문 등)들을 각각의 분야별로 숭배하고 지키며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데, 그것을 지나치게 신봉하면서 나오는 문제 역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이 책은 동화가 아닌 100% 풍자 소설이자, 18세기 영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 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18세기 영국에서 금서로 지정되기까지 했습니다.
오래 된 책이고 누구나 알 듯한 내용이지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 당시 저자의 풍자와 비판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출세를 힘쓰는 이들, 의미 없이 법을 추종하는 이들, 신분이라는 권위를 이용해 다른 이들을 핍박하는 이들, 이성과 학문을 최고의 가치라고 얘기하면서 실상을 이를 다른 이들을 지배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이들, 그리고 이 모든 부조리에서도 여기에 순응(굴종)하며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이 시대 아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인간 사회의 부조리에 대한 강력한 경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나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번 읽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마지막 후이넘이 다스리는 나라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돌아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장세현 목사 (베트남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