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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3-05-07 01:27
   
내 아이를 내 목숨보다 사랑합니다만,
 글쓴이 : dangdang
조회 : 8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442 [110]


 

내 아이를 내 목숨보다 사랑합니다만,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김이설 백은선 안미옥 이근화 조혜은 지음, 다람 출판) 

 

34시간의 진통 끝에 만난 우리 아이. 아기를 집으로 데려온 첫 한 달은 ‘참 아름다워라’ 찬양을 들으며 우리를 닮은 생명을 만난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에 잠을 못 자도 피로한지도 모르고 우리 부부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지었더랬다. 잠이 부족 한 날들은 3개월, 6개월, 1년 이상 지속되고 내 간절한 소망 중 하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깨우는 이 없이 실-컷 푹 자는 것 이었다. 아기가 자라 네 살이 되고 언젠가부터 나는, 아이는 커가고 남편은 함께 육아를 하면서도 성실히 자신의 삶의 계단을 밟아 나가는데, 나 혼자 멈춰져 있는 기분, 나만 제자리걸음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도 그리고 싶고, 책도 읽고 싶고, 글도 쓰고 싶고, 디자인 작업도 하고 싶지만 내 하루 중엔 나에게 주어진, 나만의 시간은 없었다. ‘아이가 잠들고 난 후에 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아이는 두 돌 되기 전부터 두세 시간 자던 낮잠을 건너뛰고 지금은 아침 9시쯤 눈을 떠 12시간을 깨어 있다가 저녁 9시쯤 잠에 든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대충 씻고 부엌으로 내려가 식사를 준비하고 중간중간 아이 간식도 챙겨주고 종일 아이와 놀아주면서 아이의 필요를 채워주고 틈틈이 살림도 하며 그렇게 내게 주어진 하루를 정신없이 보낸다. 그러고 난 밤에는 나라는 존재는 하얗게 타버리고 내 안에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나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낮 동안은 내 마음 속에서 무언갈 하고 싶은 마음들이 둥둥 떠다녔지만, 아이가 잠들고 난 뒤에는 아무것도 할 여력이 안돼 침대에 꼼짝 않고 누워 휴대전화 화면만 바라보다 잠드는 날도 많았다. 아이가 태어나고 이런 시간들로 점철된 몇 년이 흐르고 어떤 날은 숨이 턱 막힌 듯 ‘나는 왜 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데에 버거운 마음이 드는 걸까’라든지 온전한 내 시간을 갈망하며 ‘어쩌면 나는 내 아이보다도 내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한 사람일까?’라는 물음과 함께 자책하던 밤들도 있었다. 지금은 내 삶에 우선순위를 다른 것으로 두지 않고 아이의 다시 오지 않을 어린 시절을 함께 하며 아이의 하루하루를 충만한 사랑과 행복한 경험들로 채우는 것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내가 하고 싶은 작업에 대한 조급함이나 내 삶에 대한 조바심 또한 내려놓게 되었다. 

 

그러다 얼마 전, 한국에서 엄마로서 아이를 키우며 글을 쓰는 여성 작가 6명의 고군분투기를 묶어낸 이 책을 만나게 됐고, 책을 읽기도 전에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라는 제목에서부터 깊은 공감이 되어 나는 고민도 없이 책을 주문했다.

 

소설가 정이현은 추천의 글에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소개한다. “글 쓰는 여자가 아이 엄마로 사는 일, 아이 엄마가 글 쓰는 여자로 사는 일의 막막함과 고단함과 절망감에 대하여. 그럼에도 멀리 있는 희미한 빛을 놓지 않고 안간힘을 다해 또 하루를 살아가는 진심과 희망에 대하여”

 

“잠든 아이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고 거실 한 켠에 있는 내 책상에서 조심스럽게 타자를 치던 새벽, 나는 무엇이 그토록 간절했을까. 내 이름을 갖고 싶었다. 미치도록 그랬다. 누구의 며느리도,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그냥 나. 그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p17-18

 

작가가 이 시기에 썼던 시들은 온통 아이 얘기뿐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토로에 가까운 시들이었지만 그거라도 쓰지 않으면 작가로서의 경력이 단절될 것만 같아 끊임없이 쓰며 작가로서 왕성히 쓸 수 있음을 증명하려고 했다고. 나 또한 아이가 9개월 즈음 되니 디자인 작업이 너무나 하고 싶어서 잠을 줄여가며 몇 달 동안 로고 디자인 작업에 매진했었다. 공모에 당선도 되고 디자인 작업에 대한 즐거움도 컸지만, 타국에서 사는지라 누군가에게 잠깐이라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롱텀으로 봤을 때 누군가의 도움 없이 부부 두 사람이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 이후로는 ‘아이를 조금 더 키워놓고’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작업이 들어올 때는 작업을 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일을 찾지는 않았 다.

 

“나는 아기가 자라면서 점점 더 편해지고 수월해진다는 그 말을 동아줄 삼아 어떤 시간을 견뎠다.” p86

 

아기를 낳아 키우며 신생아 시절 동안 우리가 맞이하지 못한 기적들을 떠올리며 그 무렵 신랑과 우스갯소리로 했던 대화 가 떠올랐다. 아기가 통잠을 자기 시작한다는 50일의 기적, 100일의 기적, 200일의 기적 따윈 원래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하고. 초보 엄마 아빠가 뜬 눈으로 그 시간을 버텨내고 견디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약이나 희망이 필요할 테니 그 시간을 먼저 건넌 지혜로운 선배 부모들이 만들어 낸 게 아닐까 하는.

 

“세상 어느 엄마가 아이 키우기가 수월하겠는가. 그림을 그리는 엄마로 사는 일도, 음악을 하는 엄마로 사는 일도, 글을 쓰 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아가는 고단함과 다를 바가 뭐 있겠는가 싶은 것이다. 아니, 무슨 일을 하는 엄마든, 무슨 일 을 하지 않는 엄마든, 그저 엄마로 사는 일 자체가 그냥 고단한 것이다. 거기에 무슨 이유가 필요한가.” p101

 

이 세상은 자기 자식을 위한 엄마의 희생은 당연한 거라 말한다. 아기를 낳아 키워보니 나 또한 내 엄마의 젊음을, 그리고 그녀의 육체와 정신을 갈아 만들어진 존재구나 절절이 깨달았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그렇게 해왔기에 그 누구도 고단함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꺼내놓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물며 엄마가 전업주부거나 아이가 셋, 넷도 아닌 하나일 땐 그 고충들은 사소한 일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게 된다.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늘 홀대받는 일이었으며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내 삶을 정당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생활비를 버는 일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일로 취급당했고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여겨졌다. 돌봄은 노동이었지만 일이 아니었다. 이건 시를 쓰는 일과도 비슷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시인은 직업이 아니었고, 내 몫의 육아와 가사 노동을 모두 마치고 가족들이 잘 시간에 시를 쓰는 것조차도 내게는 사치였다. 굳이 정의하자면 나는 가정에서 낮에는 돌봄 노동과 가사 노동을 하는 엄마이자 아내였고, 밤에는 쓰는 노동을 하는 나이자 시인이었다.” p164

 

엄마라는 존재를 하릴없이 집에서 아이나 보는 존재로, 보수 없이 하는 노동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현실은 서글프지만 비단 과거 이야기가 아니다. 현주소이다.

 

“오늘도 아이를 꼭 껴안은 가슴으로, 당신과 잡았던 손으로, 아프고 망가진 몸으로 쓴다. 나에게도 내가 필요해서, 나는 나를 데리고 가는 중이다.” p185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잠든 밤, 피로한 몸뚱이를 일으켜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당신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 아니며 당신이 엄마로서 느끼는 양가감정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엄마나 아내라는 이름이 아닌, ‘나 자신’으로 살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기쁨과 행복감, 충만함 같은 것들,그리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웃다가 아이의 행복에 겨운 웃음소리를 들을 때에나 어느새 커버린 아이가 나를 꼬옥 안아줄 때, 내 마음 속에서 피어나오는 설명할 수 없는 벅찬 사랑 같은, 그 자체로 너무나 예쁘고 소중해서 이 아이를 위해서라면 대신 죽을 수도 있겠다는 그런 마음 뒤에 결코 꺼내지 못하는 말, 속에 넣어두는 마음들,

엄마는 너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엄마도 하고 싶은 일들이 있고 좋아하는 일들이 있다고. 언젠가는 나도 나 자신으로 살고 싶다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누군가의 엄마인 당신, 당신은 지금 부족함 없이 잘 해내고 있다고 이곳에서 나는 당신의 안녕과 당신의 꿈을 응원한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김은진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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