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 에이미 굿맨 • 데이비드 굿맨, 노시내 옮김, 마티 2011)
세상 돌아가는 꼴이 마음에 안 들어 변화를 외치다 보면 바로 돌아오는 소리가, ‘해봐야 안 된다', ‘가만히 있는 게 최고다’라는 반박이다. 사실 지나온 세월을 헤아려 보면 그런 이야기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주변에서 ‘죽 쒀서 개 줬다‘는 경우를 심심찮게 마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소와 무관심은 변화를 원치 않는 이들의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할 뿐이다. 따라서 지금 세상으로도 아무 아쉬울 것 없는 이들은 수시로 대중에게 무기력을 학습시키는바, 그것은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한다 해도 세련된 패배주의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 무기력과 패배주의를 거부하고 미친 세상을 향해 저항을 시작한 이들이 있다.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는 미국의 대표적 진보독립언론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모크라시 나우!’의 창립자 겸 진행자인 에이미 굿맨과 그녀의 동생 데이비드 굿맨이 미국 전역을 돌며 권력과 맞선 시민운동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정치가 혹은 유력인사가 아니다. 단지 자신의 권리와 민주적 가치를 위해 각자 삶의 현장에서 불의에 맞선 이들이다.
"전국을 돌며 취재하는 동안 우리는 뭔가 거대한 움직임을 감지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지역공동체마다 불의에 저항하고 풀뿌리 운동을 주도하는 평범한 영웅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입니다" (8쪽)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에는 허리케인으로 파괴된 집을 되찾기 위해 인종차별주의와 시 당국을 상대로 투쟁하는 뉴올리언스의 주민들, 도서관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공을 명령한 FBI에 맞서 ‘애국법’(테러방지법)에 이의를 제기한 코네티컷 주의 도서관 사서들, 이라크 전쟁에 관한 연극을 무대에 올리려다 제지당한 윌튼고교 학생들, 전쟁의 불법성과 비윤리성을 밝히고 이라크 파병을 거부한 군인 등 모두 8가지 사건의 시민 영웅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세상을 더 살 만한 곳, 더 정의롭고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싸움은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넬슨 만델라는 말합니다. '우리는 여행을 마친 것이 아니라, 더 길고 어려운 여정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너무도 비정상적인 지금 이 시대에 평범한 영웅들의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합니다" (9쪽)
최근 우리는 그동안 쌓아온 민주주의의 성과가 일순간 무너지는 현실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고작 0.73% 차이로 집권한 임기 5년짜리 정권의 무도함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누군가 '멈추라!'고 외칠 때가 아니겠는가! 이 책은 그 누군가가 바로 당신이라고 일러주고 있다.
"취재를 하다 보면 '무엇에서 희망을 보느냐?'고 질문받을 때가 많다. 우리는 늘 그렇게 대답한다. '당신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286쪽)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은 저절로 바뀌지 않는다. 맞서지 않으면 세상의 광기는 계속된다. '데모크라시 나우'(지금 당장 민주주의를)!
"시위는 애정에서 비롯된 행위다. 시위는 세상이 더 착하고 인간적인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굳은 신념 없이는 결코 취할 수 없는 행동이다. 불의를 보고 '안 된다'고 외치는 것은 궁극적으로 희망을 선언하는 행위다" (286쪽)
진광수 목사 (바나바평화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