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에 감사해
<생에 감사해>, 김혜자, 수오서재, 2023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김혜자.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중·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미술을 전공했습니다. 1962년 KBS 공채 탤런트 1기에 합격하며 배우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전원일기> <사랑이 뭐길래> <눈이 부시게> 등 100여 편의 드라마와 <만추> <마더> 등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이 책은 ‘국민 배우’, ‘국민 엄마’로 불리는 배우 김혜자의 생이라는 무대 위의 고백입니다.
김혜자 씨는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내 인생은 매 순간순간이 무의미하지 않을 것이다’로 끝납니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살아있으므로 느끼는 것입니다. 우리는 생의 모든 것에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혜자 씨가 출연한 <눈이 부시게>라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내 삶은 때론 불행했고 때론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의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 질 무렵 우러나는 노을의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그녀는 우리들에게 생에 대하여 평범하지만 깊은 진리를 이야기해 줍니다. ‘잘 보고, 잘 걷고, 잘 숨 쉬는 거, 우리한텐 그게 당연한 게 아니야. 되게 감사한 거야. 나도 몰랐어. 내가 이렇게 늙어 버릴 줄. 인생에는 언젠가는 걷는 것에 감사하고, 숨 쉬는 것에 감사하고, 매사에 감사할 날이 찾아와.’
김혜자 씨는 모태 신앙인입니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삽니다. ‘하나님, 나한테 왜 이러세요?’라고 해 본 적이 없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경험한 삶이 그냥 없어지게 하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살아 있음에 늘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이기철(응암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