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권지명, 설렘)
오늘은 책과 함께 개인적인 소중한 한 인연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회복지사 부모님의 딸로 30년, 사회복지사로 23년을 살아온 권지명 작가입니다. 책을 통해 권지명 작가가 평생 사회복지와 시민운동, NGO 활동, 교육운동을 통해 ‘늙은 전사’로 사셨던 고(故) 권술룡님의 따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권술룡님은 제가 국제NGO 생명누리를 통해 인도에서 마을개발운동에 참여했을 때 단체의 공동대표로 만난 분입니다. 우리 교회 교우가 자신의 옛 동료가 책을 냈다며 소개해 준 것이 인연이 되어 책을 읽었고, 2주 전 장애인주일에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에서 일하다 운명처럼 만난 지금의 남편과 사랑하고, 결혼하고,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담겨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독기를 품고 진행했던 이혼은 실현되지 않았고, 미움과 후회가 고마움으로 변했습니다. 그래서 책 제목인 ‘당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은 두 가지의 뉘앙스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이혼을 준비하는 과정의 마음과 다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인 기쁨의 마음이.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의 얕은 지식과 선입견을 허물어줍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처럼 살아갈 능력이 없고 우리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불쌍한 존재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똑같은 삶의 욕구와 욕망, 그리고 능력이 있습니다. 사회의 차별이 줄어들고, 전동 휠체어 같은 보조기구의 도움만 있다면 충분히 자립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장애는 신체적, 혹은 정신적 손상이 있는 장애인에게 있지 않습니다. 그들을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이 사회의 장벽이 진정한 장애입니다. 지금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환경의 개선으로 장애인이 손상 때문에 겪는 불편이 많이 해결되었습니다. 실제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불편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공부할 수 없거나 기업이 고용을 꺼릴 때 비로소 장애인들은 ‘장애’를 실감하게 됩니다. 신체나 정신에 손상을 가진 사람들을 ‘장애인’으로 만드는 것은 비장애인들의 태도와 우리 사회의 장벽들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장애인이 더 많습니다. 선진국에서 장애인이 더 많이 태어나고, 각종 사고의 위험이 더 커서가 아닙니다. 선진국일수록 장애 개념이 더 넓게 정의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 [장애 범주]를 검색하면 우리나라와 각국 나라에서 장애를 구분하는 분류표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장애인으로 분류되고 등록됩니다. 그러나 독일과 호주는 인구의 10% 정도가, 미국과 스웨덴은 전체 인구의 20% 정도가 장애인입니다. 선진국은 알코올 중독과 암, 약물중독 등도 장애라고 생각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신체, 지적, 혹은 내부 장애(호흡기, 순환기, 생식 등)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 이민자를 사회적 장애인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장벽 없이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각종 사회제도와 프로그램을 지원해 줍니다.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이날은 장애인을 불쌍히 보며 어떤 도움을 줄까 고민하는 날이 아니라, 미래의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실천과 연대를 다짐하는 날입니다. 한국교회가 그렇게 반대하는 “차별금지법”이 하루속히 통과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어린 시절부터 늘 마음 속에 품었던, 인생을 이끌어 준 하늘말씀을 나눕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성소수자 모두 하나님의 자녀입니다.
이제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너를 속량하였으니, 두려워하지 말아라.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 (이사야 43장1절)
김준표(손잡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