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의 정신으로 드리는 예배>, 잭 넬슨 폴마이어 & 브렛 헤슬라, 남 호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2023)
주일학교에서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나 많은 죽음이라니, 충격에 몸을 바르르 떨 법도 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성서의 하나님은 적을 쳐부수는 압도적인 폭력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신다. 정복한 땅의 백성을 전멸시키라고 명령하기도 하신다. 사람과 짐승이 모두 심한 염병에 걸려 죽는다거나, 어린 자녀들이 눈앞에서 박살이 나고 집은 털리고 아내는 겁탈당할 것이라는 둥의 선지서의 경고들은 너무 자세해서 마음에 무게추가 달리는 느낌을 준다.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일까?
누군가 위와 같은 내용으로 고민하고 내게 질문한다면 나는 신학을 공부한 목사로서 어렵지 않게 대답해줄 수 있다. 그러나 사람들, 특히 어른들은 좀처럼 질문하지 않는다. 혹자는 그 본문을 읽고 하나님의 압도적인 폭력을 흠숭하고 또 고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비로소 하게 됐다. 예배를 드릴 때마다 하나님의 폭력에 대한 기대가 걸러지지 않은 폭력적인 언어와 함께 반복되었다면 우리의 예배에서 무엇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 걸까?
오늘 소개하는 책 <예수의 정신으로 드리는 예배>의 저자는 기독교가 왜 하나님에 대해 폭력적인 이미지들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출애굽 신학, 포로기 신학, 묵시종말적 신학을 통해 구원하는 폭력, 벌주는 폭력, 신원하는 폭력에 대하여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예수와 당시 사람들은 하나님의 폭력적 이미지들에 근거를 둔 이러한 신학에 익숙했다. 이러한 배경과 폭력을 당하는 역사적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폭력에 대한 기대가 신약성서로 넘어갔고, 그리고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 예배, 음악, 기도문 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역사적 반전을 말하는 예언자적 약속에는 해방시키는 폭력에 뿌리를 둔 희망 담겨 있다. 묵시종말적 세계관은 세상 마지막에 하나님의 급박한 폭력이 도래하는 것에 희망을 둔다. 구원하는 폭력, 즉 월등한 폭력이 구원할 것이라는 생각과 적들의 패배가 구원이라는 생각은 현대에도 여전하다. 예수는 잘못 해석되어온 히브리 성서의 구절들을 뒤집어엎는 데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썼다. 저자는 많은 전쟁과 살육을 자행한 성서의 하나님을 문자적으로 믿고 하나님의 묵시적 폭력을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저자는 폭력적인 이 시대의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예수의 근본정신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전통적인 십자가 보혈과 사죄를 통한 개인의 영혼 구원 중심의 예배를 벗어나 예수의 비폭력 정신에 따르는 제자직 중심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하나님을 비폭력적인 평화의 하나님으로 이해한 예수의 정신으로 예배드리기 위한 구체적인 자료를 다양하게 제시한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았던 점은 예수님이 하신 말씀에서 내가 그간 보지 못했던, 예수님의 결의와 판단, 강조와 격한 거부 등을 읽어내 일관되고 멋진 예수님의 상을 제시해주었다는 점이다. 예수님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신자로서 내려놓아도 될 것과 변해야 할 것들이 경쾌하게 떠오르는 기분 좋은 일이다. 그리고 예배문이 좋았다. 10편이나 되는 예배문과 낭독문, 악보와 예배를 위한 자료들을 보며 저자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새로운 순서와 새로운 언어가 새롭지만 더 예배다운, 예배에 대한 기대를 주었다. 갑자기 친구한테 폭력을 쓴 학생에게 폭력 쓰지 말라며 더 무지막지한 폭력으로 훈육(?)하던 아무개 선생님 얼굴이 떠오른다.
김국진 목사 (산돌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