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류시화, 수오서재, 2022)

꽃 피는 계절이 오면, 언제나 그런 듯 코를 훌쩍이게 된다. 햇살은 따스하지만 바람은 차가운 탓이다. 때로는 포근한 햇살에 꽃들이 일찍 피어나기도 하지만 이내 살을 애는 바람에 멈칫하기 마련이다. 꽃들은 가장 화려하게 자신의 모습을 뽐내고 싶었겠지만 갑자기 성큼 다가온 추위로 인하여 자신이 존재마저도 의심하게 된다. 이토록 추위는 나를 포함해서 다른 피조물에게도 ‘개화의 시기’를 착각하게 만든다.

꽃샘추위, 말 그대로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여 내는 추위라는 말을 지닌 이 말은 단순히 꽃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꽃샘추위를 견디는 꽃은 반드시 자신의 꽃망울을 피우게 된다. 인과적으로 말한다면 그것을 감당한 결과가 개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선택이 시기상으로 알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견뎌내고 나서야 꽃은 자신을 피우게 된다. 그렇기에 꽃샘바람에 힘겨워 하는 꽃은 이내 자신을 피울 수 있다.

류시화 시인은 이 점을 착안한다. 꽃샘추위에 흔들리는 것은 꽃만이 아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꽃샘추위에 흔들려하고 의심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나 이내 꽃이 자신의 꽃망울을 피우는 것처럼 우리도 고난의 시간 속에서 결국 자신을 피워낼 수 있다. 꽃이 개화했을 때 제일 먼저 그 꽃을 바라보는 이는 누구인가? 바로 꽃 자신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이 피어난 자신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꽃샘바람에 흔들리는 나라면 이내 활짝 피어오른 자기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우리는 꽃이다.

많이 흔들리고 싶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주어진 삶의 추위가 마냥 무의미하지는 않은가보다. 모든 꽃들이 거짓으로 피지 않는 것처럼 삶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존재자들의 삶의 의지 역시 거짓으로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열심히 살아간다는 말의 기준도 각자마다 달라서 어른들이 보기에는 하얗게 불태우며 살아가는 인생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우리도 나름대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 안달하지 않는가? 분명 류시화 작가의 말처럼 어느 꽃도 거짓으로 하진 않는다. 다만 꽃 마다 개화시기가 다른 것처럼 동백꽃에게 개나리처럼 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이 말을 사람마다 시기가 정해져있다는 운명론처럼 받아들이지 않기 바란다.

꽃이 피는 걸 시샘하여 부는 차가운 바람도 결국은 꽃이 피어나기 위한 발걸음이 아닐까? 만약에 꽃샘추위를 견디고 있는 피조물이 자신의 개화를 기다리게 알아차릴 수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고난과 고통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말은 너무나도 쉽게 할 수 없다. 당하는 자의 아픔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본인만의 것이기에 아무도 나 대신 고통을 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한없이 고독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알겠지만 오직 유일하게 우리를 위해, 인류 그 자체를 위해 대신 고통당하신 분이 계시다. 꽃은 자신의 개화를 스스로 입증할 수 없으나,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통해서 우리의 꽃샘추위가 이내 부활이라는 꽃망울을 피울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꽃샘바람을 견디는 독자들이 있다면, 그 힘겨운 시간을 신앙으로 견뎌보길 바란다. 자신의 인생만이 아니라 신앙의 어려움 속에서도 꽃샘바람을 견디는 이는 자신이 꽃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예수의 부활소식처럼, 씨앗이 죽어 싹을 피는 것처럼 우리도 피어날 것이다.

이경우 (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