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모한 희망”일지라도
(<무모한 희망 : 사라져가는 동물들과 나누는 사순절 이야기>, 게일 보스 저, 데이비드 G. 클라인 그림, 김명희 역, 터치북스, 2021)
전 세계적으로 동물들의 고통이 급증하고 있다. 사순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매년 수백만의 참으로 아름답고 무고한 각종 피조물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독서모임을 했다. 우리의 몸과 생각과 마음의 습관이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것들을 죽이는 일을 돕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이해했고, 그래서 더 괴로웠다.
“수년간 낚시꾼들이 그 만에서 게를 너무 많이 잡았다. 거기다 전 세계적으로 해류와 기류가 따뜻해지면서 사나운 폭풍이 남겨진 게들의 산란 일정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폭풍해일은, 게들이 알을 숨기려고 한,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일부 해변도 앗아갔다. 그렇게 사라진 것들은, 이 작은 새 역시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그녀의 일생동안, 세계의 붉은가슴도요 75%가 사라졌다” (32쪽)
“20년 동안 이곳의 박주가리가 99% 사라졌다. 그동안 농부들이 밭에 ‘라운드업’으로 시장에 나온 글리포세이트를 뿌렸다. 옥수수와 콩은 그 제초제를 견딜 수 있도록 유전학적으로 변형되었기 때문에, 농부들은 자주, 성장 시기 내내 그것을 뿌린다. 식용작물은 살아남지만, 박주가리는 뿌리까지 죽는다. …. 한때 10억 마리의 제왕나비가 멕시코까지 날아갔는데, 그들 대부분은 중서부 박주가리에서 자랐다. 라운드업이 도입된 이후로 빛나는 순례자 90%가 사라졌다.” (88쪽)
“식욕과 질병으로 인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중국 판골린 혹은 다른 일곱 종의 판골린 중 하나가 야생에서 5분마다 잡힌다. 이는 지난 15년 동안 2백만 마리가 넘는 수치다. 그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밀거래되는 동물이다.” (149쪽)
멸종 직전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들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음이 심히 슬프고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곧 닥칠 죽음의 고통을 겪으며, 이 땅에서 주리고, 거처를 빼앗기고, 쫓기는 이들의 이야기는 그들 생명의 경이로움을 바라보게 하고, 지금 당장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갖게 한다.
비록 우리가 이제서야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우리는 결코 절망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 고통의 현장에는 파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버티고 있고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일들도 행하여지고 있다. 무관심한 이들 뿐인 듯하나, 의로운 분노와 거룩한 불만족, 가능성에 대한 열정이 곳곳에 있다. 더구나 하나님이 시작하신 새 일이 행해지고 있다.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이사야 43:19)
눈을 뜨고 마음을 열어 주변을 둘러본다면, 하나님의 영이 우리를 통해 역사하시며 세상에 새 숨을 불어 넣게 해 드릴 수 있으리라. 부서지기 쉽고 의존적이며 서로 연결돼있는 우리 피조물들을 보며,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하고,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면 날마다 조금씩 희망은 자라날 것이다. 그것이 “곧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서,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영광된 자유를”(롬 8:21, 22) 함께 누리게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는, 육신을 입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주님의 사랑을 마음에 깊이 새긴다면, 이 땅 다른 생물들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느낄 수만 있다면,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무모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소망이 몇 번이고 다시 샘솟으리라. 주님의 사랑이 육신을 입고서 모든 것을 새롭게 하시리라 믿는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