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사용 설명서
<킵 샤프(Keep Sharp) - 늙지 않는 뇌>, 산제이 굽타 지음, 한정훈 옮김, 니들북, 2021
“아차! 또 깜빡했네!”
깜빡 하는 순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스마트폰과 수첩에 메모해 놓았지만 그래도 깜빡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기록해 놓았지만 기록해 놓았다는 사실을 기억 못하거나 기록해 놓고도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늘어나면 덜컥 걱정이 된다.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많은 일정과 업무를 감당해야 하는 목회자들도 이런 일들을 자주 겪게 된다. 왜 그럴까? 기억해야 할 것은 많은데 우리의 뇌의 용량이 부족해서 인지, 아니면 우리의 뇌의 기능이 노화되어 약화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궁금할 뿐이다.
의학박사이자 CNN 의학 전문 기자인 산제이 굽타는 그의 책 <킵 샤프> 서문에서 에밀리 디킨슨의 말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뇌는 하늘보다 넓고......바다보다 깊다.” 뇌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고 방대하며 뇌의 사용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됨을 시사하는 문장이다.
산제이 굽타는 13세 때 자신이 사랑했던 할아버지가 뇌졸증 진단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뇌 전문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급속도로 뇌 기능이 저하되어 말하기와 쓰기를 할 수 없게 되었지만 의사들이 막힌 경동맥 혈관을 치료하여 건강이 회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뇌의 세계와 치료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그는 뇌와 기억, 뇌의 건강을 연구했고 뇌 전문의가 되어 왕성한 활동을 했다. 그의 관심은 무엇이 우리의 뇌를 파괴하고 노화시키는지, 무엇이 우리의 뇌를 건강하고 활기 있게 만드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떻게 해야 우리의 뇌가 활발하게 새로운 뇌세포를 생성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만들 수 있는 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의사로서뿐 아니라 CNN 의학 전문 기자로도 활동하게 된다. 그는 우리 인생에 있어서 뇌의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뇌의 건강이 우리의 삶의 내용과 과정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사람이 건강하고 균형 잡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뇌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제이 굽타는 뇌에 대한 12가지 오해를 설명하는데 그중 대표적인 오해 두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표적인 오해 1. 나이 들면 잘 잊어버린다] - “부분적으로만 진실이다. 일부 인지 능력은 나이가 들면 쇠퇴하며, 특히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기억력 향상 전략을 사용하지 않으면 이러한 쇠퇴는 가속화 된다.”(118) 연구에 의하면 나이가 많은 성인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거나 단어를 외우는 암기 능력은 젊은 사람에 비해 약할 수는 있지만 훈련을 통해 젊은 시절 못지않은 기억력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오해 2. 노년에 치매는 피할 수 없다] - “치매는 노화의 필연적인 결과가 아니다. 나이와 관련된 뇌의 변화는 질병으로 인한 뇌의 변화와 다르다. 나이와 관련된 뇌의 변화 속도는 충분히 늦출 수 있고, 질병으로 인한 뇌의 변화는 충분히 피할 수 있다.” (119)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저자는 슈퍼 에이저(super ager)를 소개한다. 슈퍼 에이저는 나이가 들어도 젊은 뇌를 유지하는 사람들인데 80세 이상의 노인 중에도 20대 젊은이들처럼 예리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의 뇌 젊음의 비밀은 좋은 습관으로 인한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하면서 5가지 젊은 뇌를 유지하는 방법(움직여라, 발견해라, 느긋해져라, 영양을 섭취해라, 사람들과 교류해라/132-136)을 추천한다.
산제이 굽타 박사는 이 내용을 [파트 2. 두뇌강화]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정신 건강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동, 목적의식을 가진 학습, 충분한 수면과 휴식, 뇌에 좋은 음식 섭취, 보호막이 되는 소통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산제이 굽타가 제안하는 건강한 뇌를 위한 노력은 거의 모두가 우리의 영적인 삶과 신앙공동체의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정기적인 자원봉사, 감사의 표현, 용서하는 마음, 단순한 삶, 기도하는 습관, 지속적인 공부, 목적 있는 삶, 친밀한 공동체 안에서의 교제, 평안한 마음, 성실한 삶이 그것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이 우리의 뇌까지도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생명력 있는 교회 공동체는 성도들의 뇌를 비롯한 삶의 모든 부분에 전인적 건강에 활력을 주고, 그로 인해 이웃과 사회를 건강하고 건전하게 만들어 간다. 개인성화와 사회성화의 열매 또한 맺도록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뇌의 건강과 우리의 인생 그리고 목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우리는 때로 모든 열정과 에너지를 우리의 일과 목회에 집중하느라 정작 우리 자신의 육체의 건강과 영적인 건강을 돌보지 못할 때가 많다. 끝없는 목회사역과 우리 인생의 복잡한 문제들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짓누르고 때로는 우리의 뇌가 정지된 것 같은 혼돈과 아픔을 경험하기도 한다. 산제이 굽타는 이런 우리에게 무엇이라 말할지 궁금하다. 이런 기도를 하게 된다. “주님, 우리의 뇌를 긍휼히 여겨주시고 우리의 뇌에 은혜와 평강을 주옵소서!”
노력과 훈련을 통해 뇌의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 인생과 목회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약함과 노화를 인정하고 겸손히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을 구하는 것이다. 우리의 노화와 뇌 기능의 약화도 우리의 삶의 한 부분이고 우리가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할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늙지 않는 뇌는 없다. 노화가 잠시 유보될 뿐 언젠가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약해짐과 노화됨도 수용하고 감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주변에 치매나 뇌질환을 가진 가족들과 성도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잘 돌보기 위해서는 우리의 뇌가 건강해야 한다. 섬기는 자가 되기 위해 우리의 뇌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효율성과 생산성이 전부인 것처럼 보이는 이 시대에 그리스도처럼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존재를 사랑하고 끌어안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우리의 뇌가 더욱 예리하고 활력이 넘치기를 소망한다.
최명관 목사 (혜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