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회퍼 40일 묵상
<디트리히 본회퍼 40일 묵상>, 디트리히 본회퍼, 정현숙 엮음, 펴낸 곳 좋은씨앗, 2016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올 때쯤,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믿음과 삶으로 고백하는 부활절을 기다리는 사순절이 시작된다. 매년 다양한 사순절 묵상집이 출간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되새기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도록 힘을 보태 준다.
그중에 독일의 루터교회 목사이자, 신학자이며, 반나치운동가였던 디트리히 본회퍼의 시와 설교, 그리고 사진과 설명을 엮은 <디트리히 본회퍼 40일 묵상 - 행동하는 신앙인 디트리히 본회퍼와 함께 생각하는 이타적 기독교>를 통해, 우리를 위해 사람이 되신 하나님의 사랑과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그리고 언제나 우리 곁에서 함께 하시는 성령의 도우심을 느끼고 고백할 수 있다.
디트리히 본회퍼는 그리스도인이 살아가는 터전, 그의 신앙과 삶의 진실됨을 증명할 수 있는 곳은 이 세상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이 세상에서 적응해서 살고, 이 세상에서 함께 일하고, 영향을 끼치며,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행해야만 한다는 것이다(20). 그 삶은 모든 것 위에 하나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고 하신 말씀 그대로 사는 것이다(36).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하신 일은 우리의 삶에 부여하신 짐을 가져가지 않으시고, 그 짐을 지는 방법을 가르쳐 주셔서 우리가 져야 할 짐을 가볍게 해 주셨다. 예수님께서 지신 멍에는 그분의 온유와 겸손이다(47-48). 우리는 예수님의 온유와 겸손을 배워 공동체를 파괴하는 비판을 버리고, 오직 사랑하고 용서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53).
믿음이란 오직 하나님이 하신 일, 그리고 지금도 하시고 계시는 그 일을 믿으며 산다는 것(62)으로, 우리가 소망을 품는 것은 당연한 것(63)이다. 하나님은 하나님을 등지고 떠난 우리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시기도 하지만, 우리가 이 땅에서 성령의 도우심을 의지해서 하나님의 자녀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과 제자로 살아가기를 바라신다. 따라서 우리의 소유는 이 세상에서 잠깐 누리고 말 것을 얻는 것을 바라는 축복, 그리고 죄를 용서해 주시는 하나님의 인자하심 만이 아니라, 우리를 믿고 맡겨주신 일을 해내는 책임이다(68).
기독교의 구원과 심판은 믿음에 따라 갈라진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심판을 알게 하신 것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가는 길을 찾기 위해서다(70). 그런데 심판자가 예수 그리스도다. 이것은 은혜가, 용서와 사랑이 심판자라는 뜻(71)이다. 즉 심판은 목적이 아니라, 구원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마르틴 루터가 마지막 숨을 거둘 때, “우리는 영적으로 거지다.”라는 쪽지가 그의 책상에 놓여 있었다고 한다(95).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하심이 아니면, 우리는 어느 누구도 감히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계시와 은혜다(94).
소망이 있는 곳에 패배란 있을 수 없다(102).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제자들은 이제 믿음으로 고난의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119). 하지만 우리는 연약한 존재이기에 여전히 우리의 욕심에 믿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하나님은 이러한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신다. 문제투성이의 현실 세상 그대로를 사랑하신다(127). 하나님과 우리, 하나님과 세상의 화해를 위해 예수님은 자신을 내어주어 다리가 되어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은 우리와 우리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사형 선고였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다시 살아나셨으므로, 우리에게 내려진 사망 선고는 무효가 되었고,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다(142). 그리스도에 대한 하나님의 긍정이 하나님께서 만드신 우리와 세상의 긍정이 된 것이다.
<디트리히 본회퍼 40일 묵상>을 눈과 마음, 그리고 삶으로 깊이 새기며 사순절을 보내다 보면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길을 찾게 될 것이다.
우리는 보통 사순절 기간, 그리고 특히나 고난주간에 우리가 즐겨하던 것들을 잠시 내려놓는 일에 열심을 낸다. 이번 사순절부터는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더 열심을 내보는 것이 어떨까? 책의 부제를 기억하며 ‘행동하는 신앙인인 이타적인 기독교인’으로.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