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도는 우리 가족뿐입니다
<성도는 우리 가족뿐입니다>, 김민철, 죠이북스, 2023
10년 동안 다른 교인 없이 가족인 아내와 세 자녀만 데리고 온전한 예배의 형식을 지키며 예배한다면, 목회자에게 이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있을까? 바로 이 책의 저자인 김민철 목사가 이런 상황에 있다. 저자는 필자와 같은 지방에서 함께 목회하는 후배 목사이다. 그 후배 목사의 책이 올해 1월에 출판되었다. 정확히는 그가 남긴 페이스북 글을 한 출판사에서 보고 감동하여 그 기록을 바탕으로 다시 글을 써 정식으로 출간한 것이다.
저자가 목회하는 한솔교회는 이천 외곽 백사면 한솔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지하에 위치해 있다. 여름에는 습기와 누수, 겨울에는 한파와 동파를 견뎌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다. 그곳에서 저자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손님이 오실 때를 제외하고 등록 교인 없이 가족과만 예배를 드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열매 없이 목회하는 것 같지만, 8년 동안 옆에서 지켜본 저자는 이런 상황에도 힘들어 보이거나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가운데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고백하며 감사함을 잃지 않는다.
이 책은 신학적인 어려운 주제를 담고 있지 않다. 어쩌면 몇 시간 만에 술술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의 부르심과 그 부르심에 대한 저자의 끊임없는 고뇌와 질문들, 그의 회심 과정들, 그리고 그의 삶 가운데 허락된 하나님의 은혜와 흔들리지 않는 삶의 원칙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아마도 그와 비슷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과연 목회의 길을 가는 것이 맞는가?’ 하며 부르심에 대해 질문하고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것 같다. 저자의 책을 읽으며 몇 가지 인상 깊은 점이 있었다.
첫째, 그의 회심 사건이다. 저자는 젊지만 백발에 큰 키와 선한 얼굴, 그리고 서글서글한 성품으로 친근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누가 봐도 선한 목사의 얼굴이지만, 20대 후반 회심하기 직전의 저자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누가 봐도 건달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험악한 인상에 놀랐고, ‘회심이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하는가?’ 하며 또 한 번 하나님의 은혜에 놀랐다. 저자는 고 3 여름 수련회 때 하나님 앞에 목회자가 되기를 서원했으나 대학에 들어간 이후 7년 반 동안 매우 세상적인 삶을 살았다. 이후 어떤 계기로 교회를 가게 된 2006년 2월의 어느 주일, 설교를 듣던 중 하나님이 한순간도 자신을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지켜보고 계셨음을 느끼며 회개하면서 첫 번째 회심을 경험했다. 이후 2009년 1월, 요나서를 비롯한 예언서 강의를 듣다가 예언자들의 외침 속에 담겨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발견하고 통곡하면서 두 번째 회심을 경험했다. 첫 번째 회심은 하나님께로의 돌이킴이었고, 두 번째 회심은 성도와 목회자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결단이었다.
둘째, 부르심에 대한 그의 질문이다. ‘하나님이 목회자로 부르셨다는 내적인 부르심은 확실하지만, 성도가 가족뿐인 자신의 교회 상황에서 자신에게 외적인 부르심이 있는가?’라는 끊임없는 고민이다. 그는 N잡러로서 아르바이트 형태의 여러 가지 일을 해서 받는 소득과 후원으로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면서 목회자로서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의 ‘외적인 부르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셋째, 그의 삶 가운데 허락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저자는 결혼 후 3개월 만인 2008년 1월에 양쪽 무릎을 수술한 뒤 수술이 잘못되어 고난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 기간 동안 성경을 깊이 읽으며 하나님을 알게 되고 자기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레슬리 웨더헤드의 책 <하나님의 뜻>에 따르면, 의도적인 하나님의 뜻은 아니었겠지만 상황적인 하나님의 뜻이 있었음을 고백하게 된 것이다, 그 외에도 그의 인생에서 힘들고 어려운 순간마다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통하여 그를 위로하시고 도와주셨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를 통하여 하나님의 궁극적인 뜻이 성취되기를 소망하는 바이다.
넷째,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 여기는 그의 삶의 원칙들이다. 은퇴자의 은퇴비를 후임목회자가 지불하고 임지를 이동하는 것이 오늘날 암암리에 현실이 되고 있다. 그에게도 그런 기회들이 있었지만, 자신이 설교한 내용과 위배될 때 저자는 용납하지 않는다. 웬만하면 타협하고 묵인하고 넘어가며 좀 더 편하게 자신의 유익을 구할 수도 있지만, 그는 그런 면에서 단호하다. 부모님을 비롯한 주위 모든 사람들이 설득해도 그는 거절했다. 그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하고, 성경을 통해 깨달은 삶의 원칙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다섯째, 그가 가진 성실함이다. 어려운 삶 속에서도 그는 절망하지 않고 낙심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그것도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해 나간다. 영어 과외, 외주 편집 아르바이트, 도서 포장 아르바이트, 노인대학 강사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그는 최선을 다한다. 그 성실함이 그의 중요한 삶의 원칙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그는 이 성실함의 습관을 키워 주려고 노력한다.
여섯째, 가족, 특히 아내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이다. 저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낙심하지 않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저자를 신뢰해 주고 격려해 주는 부모님과 가족들, 그리고 저자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아내의 사랑과 신뢰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빠듯한 삶 속에서도 저자의 아내는 결코 불평하지 않고 남편을 지지해 준다. 그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저자는 늘 고백한다.
저자는 유명해지는 것도, 자신의 자리가 높아지는 것도, 부자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자신은 그 기회를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저 소박하게 주어진 목사의 직분을 감당하며 인간답게 살기를 소망한다. 저자는 종교개혁자들이 말한 교회의 표지에 따라 바른 말씀이 선포되고, 성례가 바르게 시행되며, 사랑으로 행하는 권징이 있고, 성도가 함께 먹고 마시면서 교제하고,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과 삶을 나누는 그런 교회를 추구한다. 성경과 교회 역사에서 논의된 직분에 따라 성경과 교회 역사를 연구해서 설교하고 교육하며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목사, 가장 기본에 충실한 교회를 꿈꾼다.
소위 성공한 목사들의 이야기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이 시대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지 않으며,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저자에게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어려운 목회지에서 고민하고 이 길이 하나님이 부르신 소명의 길이 맞는지 질문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님의 큰 위로와 응답이 될 것이라고 여겨져 추천하는 바이다.
임석한 목사 (양정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