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의 역사 속으로 첫걸음
<신학의 역사>, 로저 올슨, 애덤 잉글리쉬 지음, 김지호 역, 도서출판 100
신학이란 무엇인가? 삼위일체 하나님과 그의 사람들을 탐구해가는 학문이다. 그런 면에서 신학의 역사는 역사 속에서 그 일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에 대한 흔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알고 싶어 섣부르게 접근하는 사람은 그 역사의 광대함에 시작하기도 전에 질려버릴 수 있다. 로저 올슨과 애덤 잉글리쉬가 쓴 ‘신학의 역사’는 이러한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책이다. 광범위한 신학의 역사를 시대별로 읽기 쉽게 요약해 주었기 때문이다.
‘신학의 역사’는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신학의 역사를 설명했다. 초대교회부터 니케아 공의회 전까지, 니케아 공의회부터 칼케돈 공의회까지, 중세, 종교개혁, 계몽주의 이후의 현대 신학으로 나누었다. 모든 시대를 간략하게 요약했기 때문에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시대에 주된 신학적 논쟁이 무엇이었는지, 이에 대한 간략한 배경과 전개과정, 결과들을 알기에는 충분하다.
신학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 사건 이후 기독론에서 시작되어, 삼위일체론, 구원론 등으로 흘러갔다.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정리가 어느 정도 일단락 된 후, 하나님과 사람이 어떻게 관계 맺을 수 있는지 구원론으로 이어졌다. 계몽주의 이후, 다양한 세상의 질문들에 기독교는 어떻게 응답 했는지로 연결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과정이 진공상태 속에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질문과 도전 속에 논쟁과 투쟁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음을 주장했다. 하나님은 시대의 질문들 속에서 하나님을 알고자 치열하게 논쟁하는 사람들을 통해 좀 더 세상에 선명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 속에서 진행된 신학적 분투들은 의미 있는 작업들 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님 편에서 보자면, 하나님께서 사람들의 분투 속에 자신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내주신 과정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논쟁과 투쟁들이 새로운 계시를 불러 온 것은 아니었고, 이미 주어진 계시들을 좀 더 선명하게 밝히는 과정이었다.
교회의 역사 속에서 진행된 일이지만, 이는 한 개인의 삶에서도 구현되는 일이다. 한 사람이 하나님을 알게 되면, 질문하게 된다. 처음부터 하나님의 모든 것을 알고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창조주 하나님을 알았거나, 인간의 어둠을 직면했거나, 구원의 하나님을 경험했거나, 종말에 대해 알았거나 등, 그 시작점에서 알게 된 부분은 다를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과 그의 세계에 대한 일부분에서부터 그 여정을 시작한다. 그 이후부터는 하나님을 향한 끊임없는 질문과 탐구, 때로는 학문적 논쟁을 따라가며 진행되는 내적 논쟁으로 이어진다. 그 속에서 한 개인에게 하나님은 좀 더 선명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나 개인의 신학적 관심도 역사 속의 관심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나님 체험 이후, 나 역시 하나님에 대한 관심이 컸다. 그 분은 도대체 어떤 분일까. 여기서 부터 시작된 관심은 신론, 기독론, 성령론,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하여 그 분과의 관계를 다루는 구원론으로 이어졌다. 다음 내가 살고 있고, 마주하는 세상의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하나님과 교회의 응답이 궁금해졌다. 그런 면에서 신학의 역사는 나와 유리된 객관적 세계의 역사로 남겨지지 않고, 내 안에서 시작되고 진행되는 주관적 역사로 이어졌다.
아마 앞으로도 다양한 질문들이 역사 속에, 또 내 안에서 다뤄질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 속에 신론은 다시금 도전을 받을 것이고, 인간에 대한 윤리적 질문들은 인간론에서 다양한 논의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창조세계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전망은 창조와 종말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일으킬 것이다. 그동안의 신학의 역사들을 살펴본다면, 그러한 도전들을 위협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다양한 질문과 논쟁, 탐구 속에서 하나님이 더 선명해지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과정은 치열하고, 때로는 한숨이 터져 나오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합력하여 선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흔적은 신학의 역사에도 여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모험을 시작하기 전엔 기대도 있지만, 염려와 두려움도 있을 수 있다. 하나님을 향한 신학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만날지 다 알고 출발하진 않는다. 그러나 모험들이 의미 있는 깨달음을 주듯이, 신학의 여정도 그러할 것이다. ‘신학의 역사’는 그러한 모험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책이다. 다양한 질문과 도전, 논쟁들을 만나며, 자신의 신학의 역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속에서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을 마주할 것을 기대하며, 신학의 역사를 써내려가기 시작하는 것,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정승환 목사 (한우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