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능감 있는 ‘지구를 위하는 마음’
- 지구를 위하는 마음 : 오늘보다 무해한 내일을 만드는 심리학 수업 (김명철 지음, 유영 출판, 2022)
유미호 /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우리는 오랜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절망감과 허탈함 속에 빠져 있었다. 이러한 감정을 일컬어 심리학자들은 ‘무망감(hopelessness)’이라 부른다. 전쟁과도 같은 큰 위기의 상황이나 반복되는 좌절을 겪는 상황에서 생겨나는 감정이다.
지금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오늘의 지구에 도움이 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오늘보다 나은 지구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심으로 지구를 사랑하면서 그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좋아질 것인데,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지금의 위기를 만들어낸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은 매우 미미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일일지라도 우리의 마음을 살펴서 하는 일은 주께서 크게 보아 주실 것이다. 그리고 그 일로 말미암아 주님에게 칭찬받고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권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눅 16:10~12).
올해는 지구를 위하는 마음에 실천을 서두르기보다 신음하는 지구를 바라보며 나와 우리 안에 올라오는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자. 조지 세션스는 온 우주 만물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을 하나의 ‘전환’이라고 하였다. 일단 그 마음이 일어나면, 우리는 모든 생명과 만물을 위해 우리의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며, 마침내 전 세계가 변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누가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건, 자신 아닌 다른 생명체들에 대해 완전히 열려지는 것, 곧 깨어진 마음들을 어루만짐으로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은 지구가 처한 상황에 겁먹고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을 겁주고 기죽이는 일을 삼가자. 그같은 마음은 우리를 공포나 무망감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 공포는 행동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오히려 목표로부터 도망가게 할 뿐이다.
패배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이들이나 환경문제에 무관심한 이들보다 더 맹렬하게 기후 행동의 가치를 부정하는 일을 일삼을 수도 있다. 나와 타인에 대한 마음을 잘 지키고 돌보려면 마음이 열려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구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미래를 위해 행동하게 하는 희망을 품게 할 것이다.
한 가지만 더 말하면, 행동의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급한 마음에 죄책감을 일으키려 해서는 안 된다다. 죄책감은 사람들의 진정한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죄책감을 조장하는 것은 의도와 달리 서로 변명을 일삼고 서로 손가락질하게 할 수 있다. 1인당 탄소 배출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또 그 행동이 얼마나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확신하게 하지 못하면, 무력감이나 패배감에 빠지게 하기 쉽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겨 먹었을까?'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하는 수치심을 느끼게 할 수 있고, 그러면 자신이 한 행동이 아닌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행동을 바꾸기보다 변명만 늘어놓게 할 수 있다.
지구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이든 그것이 지구의 미래를 희망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이를 성공시키려면, 각자 각자가 세상을 바꾸는 자기 효능감(自己效能感, self-efficacy)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자기효능감은 어떤 상황에서든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신념이다. 두려움과 절망, 우울함에 빠지지도, 적당한 실천으로 체면을 차리거나 안일한 실천 속에서 함께 하지 않는 이들을 손가락질하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하나님이 세상을 보시고 다시 ‘참 좋다’ 할만한 곳으로 바꾸어낼 수 없다.
“내가 이제 새 일을 하려고 한다. 이 일이 이미 드러나고 있는데,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내가 광야에 길을 내겠으며, 사막에 강을 내겠다”(사 43:19).
우리 안에 끝내 지구회복력을 지켜내게 하실 계획을 이미 세우시고 이루어가고 계신 주님을 믿고 행하자. 이미 우리 안에는 행하고 계신 하나님을 믿고 새로운 미래를 위해 행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화석연료를 대신할 풍력과 태양 에너지, 새로운 방식의 운송수단, 녹색 일자리,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 등 우리 안에는 이미 조용히 그러나 지속적이고 근원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울도 모든 피조물을 향한 영광의 비전으로서의 희망을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절망을 느끼는 건 당연할 수 있지만, 고통의 현장에는 파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버티고 있고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일들이 행하여지고 있다. 무관심한 이들뿐인 듯하나, 의로운 분노와 거룩한 불만족, 가능성에 대한 열정이 곳곳에 있다.
내가 먼저, 우리가 먼저 작지만 의미 있는 기후 행동 한 가지를 정해 지금 당장 시작해보자. 물론 목표는 자기효능감을 분명히 발휘하는 목표로 잡아야 한다. 결코 처음 잡은 목표에 만족하지 않고 충분한 성찰 속에서 계속 늘려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품은 미래에 대한 희망은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같이 사랑하라”(레 19:18)신 말씀대로 신음하는 피조물 즉 자신을 대변할 수 없는 존재들을 우리에게 맡기신 주님의 사랑을 행동으로 보이는 진정한 이웃으로 당당히 서는 우리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