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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0]
 
 
 
     
 
 
 
작성일 : 23-02-08 01:41
   
네 이웃을 사랑하라 타인에게만 구원이 있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941 [126]



네 이웃을 사랑하라 타인에게만 구원이 있다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아담 자가예프스키, 문학의 숲)

 

 우리의 세계는 수많은 인간관계의 확장과 축소로 숨 쉬는 유기체다. 절대 ‘나’는 홀로 존재할 수 없고 반드시 타인과, 하나님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정립해나간다. 하지만 타인의 존재는 참 힘들다. 수많은 배신과 할퀴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받고 실망과 좌절을 통해 점점 인류애를 잃게 만든다. 

 

 2023년은 더욱 그렇다. 오히려 전쟁과 가난의 때보다 더욱 타인에 대한 측은지심이 메말라 버린 듯 삭막하다. 가끔씩 들리는 훈훈한 소식에도 시니컬한 댓글이 달리기 일쑤다. 사르트르는 그의 희곡 <닫힌 방>을 통해 ‘타인이 지옥’임을 설파하기도 했다. 닫힌 방에서 영원히 타인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을 지옥으로 묘사한 그 작품은 분명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 의해 상처를 입어도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가슴 뻐근하게 남는 것은 심지어 자신을 십자가에 매달도록 종용한 군중과 배신한 제자를 겪고도 마지막까지 용서를 부르짖던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크리스천의 숙명이 아닌가싶다. 

 

 강제로 고향을 떠나게 되고 정부와의 마찰 때문에 평생을 외국 도시를 떠돌던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의 시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같은 맥락에서 타인을 부정하고 미워하고 싶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이다.

 

... 타인들은 지옥이 아니다,/꿈으로 깨끗이 씻긴 아침/그들의 이마를 바라보면./나는 왜 어떤 단어를 쓸지 고민하는 것일까,/너라고 할지, 그라고 할지,/모든 그는 어떤 너의 배신자일 뿐인데, 그러나 그 대신/서늘한 대화가 충실히 기다리고 있는 건/타인의 시에서뿐이다.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中, 26p)

 

 시에서 묘사된 장면을 따라 상상해 보았다. 아침에 먼저 깨어 잠들어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곤한 이마를 바라볼 때, 조용히 먼저 외출하며 한 줄의 메모를 남겨놓는 글줄에 어떤 말을 쓸지 고민하는 장면. 어떤 때에는 싸우기도 하고 감정을 서로 상하게 하기도 했지만 결국 충실히 나와 대화해 주는 것은 그 또는 너, 당신 뿐인 관계 말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장면이다. 나의 제 1의 타인은 결코 지옥이 아니다. 타인들은 결코 지옥이 아닐 것이다.

 

 시인은 평생을 고국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늘 이방인으로, 타인으로 많은 도시를 떠돌아 살았다. 방랑객의 마음으로, 타향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늘 애수에 젖어 사랑하고자 애쓰는 타인들의 모습이다. 많은 시들이 시인의 관점으로 바라본 타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거리의 한 귀퉁이에서’, ‘낯선 도시들에서’, ‘르부프로 간다’, ‘델프트 풍경’, ‘카르멜츠카 거리’, ‘암스테르담 공항’, ‘두우가 거리’, ‘포텡가 극장’ 등, 특정한 장소에서 관찰한 타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시들을 읽다보면 저절로 아름다운 장면들이 영화처럼 스쳐 지난간다. 아무리 외로워도 타인들의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읽어내고 동참하고 싶어하는 시인의 마음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저녁 무렵의 광장에서 빛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나는 게걸스럽게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얼굴을, 저마다 다른,

각자 뭔가를 말하고, 설득하고, 

웃고, 아파하는 얼굴들을.

 

나는 생각했다, 도시는 집을 짓는 게 아니구나,

광장이나 가로수길, 공원이나 넓은 도로를 짓는 게 아니라

등불처럼 빛나는 얼굴들을 짓는구나,

늦은 밤, 구름처럼 피어나는 불꽃 속에서 땜질을 하는

용접공의 점화기처럼 빛나는 얼굴들을. 

 

‘얼굴’ 전문 . 171p

 

 시인이 바라본 세상은 문명이나 찬란한 기술이 아닌 타인들의 얼굴, 우리 이웃의 얼굴, 사람의 얼굴이다. 가끔 주일 예배 강단에 서서 찬양을 부르고 기도하고 성도들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다. 교회는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곳이지만 건물이기 때문이 아니라 저기 간절히 기도하는 얼굴들, 아파하고 웃고 즐거워하는 저 얼굴들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 와락 모든 성도들을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설교를 준비하기 전에, 새벽기도를 할 때 그 때 그 자리에 있었던 얼굴들을 하나 둘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나를 힘들게 한 얼굴들도 물론 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미워하는 마음이 들었던 타인들도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 뉴스를 보면 또 세상에 어찌나 나쁜 사람들이 많은지, 그들의 몽타쥬나 머그샷을 보면 저절로 적개심이 차오르고 인류애를 잃게 되기도 한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집필한 한나 아렌트의 마음도 어쩌면 이랬을까 싶다. 수많은 유태인을 잔인하게 학살한 나치 중령 아히히만의 재판을 볼 때 지독히 평범한 이웃이었던 그의 얼굴을 보고 ‘악의 평범성’을 도출할 수밖에 없었던 괴로운 심정을 헤아려 보기도 한다. 원죄를 가진 인간의 해맑은 악, 평범한 악행들을 생각할 때 나의 얼굴이기도 한 타인의 얼굴을 미워하는 것이 고통스럽기도 하다. 그들을 미워하면서도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세상은 늘 배신과 미움으로 상처투성이다.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하려 노력하라 

(중략)

너는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해야만 한다

네가 본 멋진 요트와 배들, 

이들 중 하나만 먼 여행을 앞두고 있고 

나머지에겐 소금기 가득한 망각만이 기다린다

너는 갈 곳도 없이 걷고 있는 난민들을 보았고

처형자들이 즐겁게 노래하는 것도 들었다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해야만 한다

하얀 방에 우리가 함께 있었던 순간을 기억하라

커튼이 펄럭이고 있었다

음악이 폭발하던 콘서트의 기억으로 돌아가라

가을이면 너는 공원에서 도토리를 주웠고

나뭇잎들은 땅의 흉터 위에 소용돌이쳤다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하라

개똥지빠귀가 잃어버린 회색의 깃털을

흩어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부드러운 빛들을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하려 노력하라’, 185p

 

 그러나 시인은 상처 입은 세상을 ‘용서’를 넘어 ‘사랑’을 넘어 ‘찬미하려 노력하라’고 말한다. 이 강력한 권고는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을지,/아무런 악행도 저지르지 않았지만/그렇다고 선행을 베푼 것도 아닌/우리의 미시적인 영혼이/낯선 언어로 던져진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지.(‘대화’ 中, 133p)’ 구원에 이르는 길을 무수히 고민하던 시인이 내린 결론이다. 

 

 세상은 타인들의 얼굴이지만 동시에 타인들에게 상처받은 영혼들이며 원죄와 구원의 중간에서 미적지근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의 세계이다. 이 세상은 난민과 처형자들과 소금기 가득한 세상이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들의 세상이다. 음악이 감동을 주고 가을날 도토리의 소박한 고소함과 나뭇잎들이 쟁기질의 대지 흉터 위를 덮는 포근함의 순환이 이뤄지는 세상이다. 흩어지고 사라지는 것 같지만 결국 다시 돌아오는 빛, 밤이 되었다 다시 낮이 되는 부드러운 빛들의 세상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본받고자 몸부림치는 우리는 이해할 수 있지 않은가, 이 잔인하고도 아름다운 세상의 진면목과 이웃들의 얼굴을. 상처 입은 세상을 찬미하려 노력하려는 우리의 마음, 꿈으로 깨끗이 씻긴 타인들의 환한 이마, 세상을 이뤄낸 환한 이웃의 얼굴을 떠올리며 이 시집을 덮는 순간 세상을 향한 눈물어린 기도가 저절로 흘러나올지도 모른다. 거기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어렴풋한 희망과 타인을 향한 애틋함이 나에게 그, 또는 당신, 또는 너, 타인과 이웃으로 오신 주님의 은혜를 더욱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박창수 목사 (인천성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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