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는 기도
<센터링 침묵기도>, 토마스 키팅, 권희순 역, 가톨릭출판사 2006
나는 미국 위스콘신에서 타인종 목회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누가 봐도’ 한국 토박이인 내가 미국, 그것도 타인종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미국 중서부 시골 지역에서 목회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도 미국 문화가 익숙치 않아 가끔은 말실수를 할 때도 있고, 언어도 익숙치 않아 발음 또는 미국 억양을 미국인들과 달리 말할 때가 있다. 담대한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실수하더라도 그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에 더 잘할 것을 기약하는데 반해 나는 왜 이리도 소심하고 여린지 실수를 했다하면 그것을 털어버리기까지가 시간이 걸린다.
주일 예배 후에 때로는 교인들과의 대화, 그날의 예배에 대해서 곱씹어보기도 하는데. 지나간 일들을 곱씹어 보는 것이 때로는 새로운 깨달음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머리 속에 그런 생각들로 가득차 머리가 묵직한 게 쉼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목회와 영성 그리고 목회와 기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목회자의 탈진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글을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하였고, 나도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영성과 기도에 관심을 두고 더욱 깊은 영성으로 향하는 훈련을 찾아보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예전부터 익숙히 들었던 ‘관상기도’를 제대로 훈련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토마스 키팅의 “센터링 침묵기도”라는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이 기도법은 우리에게 흔히 ‘관상기도’, ‘센터링 기도,’ ‘침묵 기도’ 등으로 알려져있다. 역자는 이 기도를 센터링 침묵 기도라고 소개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이 기도가 내게 필요하다고 느꼈던 것 중 하나는 센터링 침묵 기도는 “우리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쉬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도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자기 부인’의 과정이다. 센터링 침묵기도는 침묵 속에서 나의 자아, 나의 뜻, 나의 생각, 나의 감정, 심지어 자기 성찰과 영감조차도 내려놓고, 다시 말하면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나에게 쉼을 허락하는 성령의 임재를 느끼는 기도이다.
센터링 침묵 기도는 누구에게나 절실하고 유용한 기도이지만,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우리는 ‘침묵’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침묵을 무언가로 메꾸는데 익숙하고 ‘침묵’을 ‘지루함’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침묵을 메꾸기 위해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밤에 잠들기 전까지 끊임없이 핸드폰을 손에 붙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영혼은 쉼이 필요하므로 침묵을 침묵으로써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도를 하기 위해서 본인이 가장 여유로운 시간대를 선택하고 최소 20-30분 정도의 시간을 가져야 하며 소음 등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을 적절한 장소를 택해야 한다. 가급적 편안한 의자에서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생각을 내려놓기 위해 눈을 감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리고 ‘거룩한 단어’ 예를 들면, ‘하나님’, ‘주님’, ‘사랑’, ‘평화’와 같이 본인의 마음에 와닿는 거룩한 단어를 택하여 기도를 하는 동안 다양한 생각들이 찾아올 때 거룩한 단어를 떠올리며 하나님과의 관계로 돌아가면 된다.
책에서는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과 실수들에 대해서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제 막 센터링 침묵 기도의 필요를 느끼고 시도해보고 있는 나로서는 몇 초에 한 번씩 생각들이 찾아와 기도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려움을 느끼는 만큼 내 영혼의 쉼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것이다.
요즘과 같이 추운 겨울, 그리고 이제는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불안함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방안에 우두커니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 많은 시간들을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자극적인 미디어들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과 다가오지 않은 일들에 대한 염려로 메꾸고 있는 자신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의 영혼에는 몸과 마찬가지로 쉼이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영혼의 휴식이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우리의 모든 것들을 하나님께 맡기는 쉬는 기도인 센터링 침묵기도의 세계에 발을 들여보기를 권유한다. 조만간 무언가 조금은 달라져 있는 당신과 내가 되기를 기도한다.
민학기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