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를 브랜딩하다
<팬을 만드는 마케팅> 문영호 저, 북스톤, 2021
자, 당신의 눈 앞에 두 개의 티셔츠가 놓여있고,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두 개 다 가슴팍에 대문짝 만한 로고가 달려있다. 하나는 삼성이고, 하나는 애플이다.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물론 선택은 제각각이다. 나는 고민없이 애플 티셔츠를 선택하겠다.
왜일까? 삼성과 애플은 전세계 휴대폰 점유율을 양분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기업 규모로 볼 때, 애플은 삼성을 따라오지 못한다. 그런데 왠지 애플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MZ세대 같고, 삼성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그 회사 직원이 된 것만 같다. 여기까지는 그저 필자의 견해이니 독자와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분명한 것은 브랜드의 가치는 저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이런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같은 가격과 같은 성능을 내주는 제품이라도 거기에 어떤 낙인(로고)이 찍혀있는지에 따라서 그 가치는 전혀 다르다. 우리가 브랜딩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이다. 내가 속한 교회는 어떤 브랜드를 가지고 있을까? 교회 크기와 상관없이 우리 교회는 어떤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하고 있을까?
필자는 교회 목회자로서, 교회 홍보전략과 브랜딩에 대한 관심이 많다. 더구나 지금처럼 교회가 외면받는 이 시대에 교회가 보여주고, 유통하고, 활성화시켜야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수많은 브랜딩 책이 있지만, 나는 “팬을 만드는 마케팅”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팬클럽이 있는 부산의 작은 영어학원 브랜딩 이야기’라는 부제 때문이었다. 어떻게 작은 영어학원이 팬클럽을 가지게 되었을까? 브랜딩을 위한 인프라의 부재를 탓하기 전에, 나는 주어진 상황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저자는 브랜딩의 정의를 “고객의 신뢰를 얻어서 팬을 만든다.”(24쪽)라는 말로 정리한다. 어떻게 신뢰를 줄 수 있고, 어떻게 팬을 만들 수 있을까?
1. 브랜드의 본질(업의 본질)을 선명히 하는 작업이 최우선이다. 내가 파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이 물건을 팔아서 정말 얻기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화장품을 파는 회사의 목표는 단순히 물건을 팔아 수입을 극대화 시키는 것으로 그쳐선 안된다. 제품이 확산되고, 팔려나가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화장품으로 피부가 개선되어 누군가의 삶이 변화되는 일?! 그것을 위해서 화장품을 파는 일이 필요한 것 아니겠는가?
2. 다음으로 브랜드 비전과 미션이 필요하다. 비전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서’, ‘어떤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지’와 관련이 있다. 많은 화장품이 개봉과 동시에 방치되곤 한다. 이를 해결한다면,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들 것이다. 다음과 같은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전략과 행동이 ‘미션’이다. 올바른 비전이 설정되고, 구체적인 미션이 만들어질 때, 브랜드는 한걸음 나아갈 수 있다.
3. 비전과 미션이 성취되기 위해서는 약속이 기반되어야 한다.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고, 정확한 테스트의 과정을 거쳤으며, 적당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약속이 소비자에게 어필되어야만 한다. 이를 통하여, 전문성, 정감성, 공감성을 일으킬 때, 제품은 주목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신뢰할만한 상품을 믿고 제공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밖에도 브랜딩 전략을 위한 여러 이론과 예시가 어렵지 않게 쓰여져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브랜딩을 접하는 이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필자는 본서를 대하면서, 브랜드 전략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더 본질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브랜딩’이라고 하면 단순한 홍보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브랜딩에는 내가 이 일에 몰두하는, 아니 헌신해야만하는 소명이 담겨져 있고, 그 일을 위해서 분투해 온 생생한 이야기가 녹아져있다. 그리고 그 지향점은 함께하는 동역자들 안에서 자연스럽게 쏟아져나와야 한다.
이 책에 나타난 브랜딩을 해야만하는 이유를, 우리교회가 반드시 브랜딩을 해야하는 이유로 바꾸어 보았다.
# 소비자가 구매를 고민할 때 이 제품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 사람들이 교회를 떠올릴 때 우리교회가 생각납니다.
# 조금 더 비싸도 이 제품을 구매 합니다. -> 조금 멀어도 굳이 우리교회를 찾아갑니다.
#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줍니다. -> 누군가 교회를 찾을 때 우리교회를 소개합니다.
# 능력있는 인재를 확보하기 쉽습니다. -> 교회를 세워가기 원하는 뉴페이스가 몰려듭니다.
# 우리 브랜드의 팬을 얻을 수 있습니다. -> 지역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우리교회를 사랑합니다.
교회는 믿음으로 다 완성될 수 있을까? 너무 막연하고 추상적이다. 소개하고, 알리고, 변화하고, 깎아내고, 새로워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에서부터, 비전과 미션, 세상 사람들에게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지 본질적인 부분이 잘 정돈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일관성있게 소개하고, 유통하는 플렛폼이 필요하다.
자, 교회마다 브랜딩을 고민할 때이다.
신동훈 목사 (마포 꿈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