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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3-01-22 01:11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5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853 [108]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승효상, 컬처그라퍼, 2012

 

“우리 선조들이 일군 모든 집들의 마당들이 그런 아름다움을 가졌었다. 그 마당은 대개는 비어 있었지만 언제든지 삶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어린이들이 놀든, 잔치를 하거나 제사를 지내든 그 공간은 늘 관대하게 우리 공동체의 삶을 받아들였고 그 행위가 끝나면 다시 비움이 되어 우리를 사유의 세계로 인도했다. 그게 불확정적 비움이었고,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우리에게 전한 아름다움이었다.”(40)

 

  아스팔트 킨트, 뭔가 세련된 외래어처럼 보인다. 아스팔트 위에 태어나 아스팔트 위에서 생을 마감하는 현대인들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콘크리트는 가차 없이 지구의 살갗인 흙을 뒤덮는다. 숨을 쉬지 못하는 피부가 병들 듯, 도시는 시들어간다. 그 위에 발을 딛는 인간도 마찬가지다. 콘트리트 벽은 사람들 사이를 가르고, 자연으로부터 사람들을 분리시킨다. 인간성이 상실되지 않을 수가 없는 환경이다. 

 

  도시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건물을 어떻게 지을 것인가, 이런 질문들은 중요한 것은 그런 연유이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고,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건축이 사람들의 일상을 크게 좌지우지할 수 있다. 육체를 지녔기에, 인간은 외부의 물리적 환경에 의해 길들여지게 마련이다. 도시가 위계를 바탕으로 설계되곤 한다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꽤 친숙한 명제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신도시의 거주민으로서 그 명제를 음미할 수가 없다. 옛 것이 자꾸 폐기되는 현장만 목도하게 되는 까닭이다. 도시의 실핏줄인 골목길과 아기자기한 상점들은 사라지고, 대형아파트단지와 프랜차이즈로 점철된 상가들이 적절한 간격을 두고 새로 지어진다. 행인보다는 자동차들이 주인행세를 하는 세상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초고령화 사회라고 하지만 신도시에서 어르신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디론가 격리되어 있는 모양이다. 

 

  승효상에 따르면, 도시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번잡한 곳, 쉴 곳 그리고 경건한 곳이 필요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 여유롭게 사색할 수 있는 산책로는 적절히 배치가 된 듯하나, 한 요소가 부족하다. 종교시설이 있긴 하나, 묘지만한 경건한 장소가 없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땅값 떨어진다고 무덤은 기괴한 장식으로 범벅이 되어 늘 구석으로 내몰린다. 비움보다는 채움에 혈안이 된 천박한 물신주의 문화의 현주소다. 

 

  사유화를 추앙하는 이들이 많다. 공공의 것이 자주 위협당하고, 찬탈당한다. 공유공간을 어떻게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어쩌면 건축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인해 환경파괴는 물론 유구한 역사도 망각될 위기다. 기억을 박제하는 것을 포월하여 오늘의 건축으로 어떻게 되살려낼 수 있을까. 승효상은 투기와 유흥의 대상이 되어버린 제주도를 실례로 대안을 제시한다.

 

“제주가 관광의 수입이 긴요하다면 그 관광의 형태는 위락이나 유흥이 아니라, 천 년 이상을 육지로부터 고통 받아 온 제주에서 이념과 분쟁의 결과가 어떠한지를 사유케 하고 그 속에 우리 인간의 그래도 선하고 진실됨과 아름다움을 믿게 하는 그런 관광의 형태가 강구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식인의 사유를 위한 관광, 인간의 존엄을 확인하기 위한 관광이 제주 관광산업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말이다. … 자연을 기록하고 역사를 기록한 인공구축물의 조직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이 풍경이야말로 진정하며 제주적이고, 그래서 이를 관광하는 이들에게 선한 기억을 남길 것이 틀림없다.”(233~235) 

 

  본과 말이 전도된 세상이다. 오로지 이윤만 추구하다보니 도시는 획일화되고, 아이러니하게 인간조차 소외되고 있다. 공동체적 삶의 기억을 만들며 서로를 엮는 귀중한 공공영역으로서의 길, 자연을 매개하는 수단으로서의 건축, 이런 지향점들을 붙들어야 할 것이다. 어떻든 폐허가 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부디 그 부서짐의 과정이 경쾌했으면 좋겠다.

 

“모든 도시와 건축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세운 자의 영광을 나타내기 위해 아무리 튼튼하게 지었다고 해도, 중력의 힘에 의해 반드시 건축과 도시는 무너지고 만다. … 영원한 것은 우리가 같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며 그 기억만이 진실한 것이다.”(275)

 

김민호 목사 (지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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