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해방일지
<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창비
이 소설은 작가의 자전적 작품으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소설의 시작부터 작가는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했고, 그녀는 아버지의 삶을 회고하며 작품의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에게도 그리고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도 원망받았던 인물이었습니다. 일명 빨갱이라고 통칭되던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아버지는, 당대의 연좌제 제도로 인하여 모든 가족들에게 낙인을 남기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뜬금없이 낯선 이를 집에 불러다 보살핀 경우가 여러 번으로, 이로 인해 집안의 물건이 도둑맞거나 가족들에게 벼룩이 옮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런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작가는 그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벗어던지고 아버지라는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아홉 살부터 아버지와 척을 지고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 같던 작은아버지도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는 다시 그에게 돌아와 부둥켜 안고 우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며 언제고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죽음을 맞이한 누군가를 돌아보게 되면 우리는 어떤 감정을 느끼나요? 한 강연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고로 인해 약 2분 정도 후면 본인들이 죽게 된다는 것을 직감한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보냈을까요? 모든 메시지들에는 부정적인 말들이 없습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저주하고, 비난하는 말들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고, 그간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고마움, 상대에 대한 사랑과 진심 어린 애정 등이 메시지에는 가득했습니다.
강연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는 앞으로 상대방과의 시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는 죽음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혹시 원망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나요? 혹은 지금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대상이 있나요? 그러면 한 번쯤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과연 우리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해도 되는 지금의 상황에 적당히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미운 감정이 올라오는 누군가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과연 우리는 같은 태도일지 한 번은 돌이켜보는 오늘의 시간이, 우리의 관계를 그려나간 지도에 새로운 한 획을 그을지도 모릅니다.
단순히 미움의 대상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쩌면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으니 표현을 감추고 있었다면, 지금 우리의 입술의 고백이 필요한 시간일 지도 모릅니다. 전해야할 사과가 있다면, 오늘 그 일을 서둘러 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는 세상의 평범한 명언이, 오늘 하루쯤, 나의 삶에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은기 (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