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로운 식탁과 먹거리 전환
<탄소로운 식탁: 우리가 놓친 먹거리 속 기후위기 문제>, 윤지로 지음, 세종서적, 2022
지난해도 우리는 재생할 수 있는 양보다 많은 지구 자원을 소비했다. 전 세계는 7월 29일에 ‘지구의 생태 용량’을 초과했고, 우리나라는 4월 2일부터 내 것 아닌 것으로 살아 지구의 기후에 전례 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태초부터 주시는 복을 한 번이라도 충분히 누린 적이 있던가. 충분히 누리기는커녕 우리의 식생활과 건강 상태를 보면 ‘못 먹어서’ 죽거나 ‘많이 먹거나 잘못 먹어서' 죽는 경우가 더 컸다. 음식에 욕심을 내고 또 잘못 먹은 탓에, 자신의 몸은 물론 지구의 건강을 망가뜨렸고 무엇보다 모두의 삶을 지지해주는 기후를 벼랑 끝에 내몰았다.
이제라도 나와 내 후손이 살려면 너나 할 것 없이 탄소중립사회로의 전환 목표를 세우고 함께 힘껏 노력해야 한다. 탄소중립 내지는 기후 행동 없이는 태초에 우리에게 맡겨진 창조세계 돌봄의 사명을 감당하는 것은커녕 생존 자체가 힘들어졌다.
얼마 남지 않은 기회의 시간 동안에, 어디서 얼마의 탄소를 줄이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기후변화의 원인을 화석연료에 돌리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의 30% 이상은 음식에서 비롯된다. 더구나 그중 절반은 육식 위주의 식생활, 축산업에 있다. 날로 거대해지고 있는 축산업은 목축지와 사료 재배를 위해 엄청난 양의 토지를 훼손한다. 공장식 축산이란 이름으로 많은 가축에게 고통을 주며 잔인하게 사육한다. 그뿐 아니라 에너지와 자원, 물 사용량 역시 어마어마하다. 기후변화 영향이 가장 큰 소의 경우 배설물 처리뿐 아니라 트림으로 인해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산화탄소보다 21배나 더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의 37%가 축산업에서 나온다. 게다가 이산화탄소 수치로 보면, 가축들이 내주는 것이 자동차, 항공기, 열차, 선박 등 모든 교통수단이 내는 것보다도 많으니, 우리가 어떻게 먹거리를 선택하느냐에 나와 지구의 건강과 미래가 결정지어진다.
우리가 무엇부터 할 수 있을까? 기후위기시대에 필요한 먹거리는 어떤 것일까? 그 동안 우리 식탁에 오른 먹거리는 식탁에 오르기까지 많은 탄소를 배출했으니, 이제라도 그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후위기를 넘어서게 할 먹거리로 바꾸어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먹거리와 기후위기의 관련성과 먹거리 전환을 시도하는 노력들을 살펴야 하는데, '탄소로운 식탁'이란 책이 안성맞춤이다. 식탁이 초래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원인과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한다. 인류의 멸종까지 예고되는 기후 위기 시대, 위기를 더하는 식량시스템의 악순환을 끊고 저탄소 먹거리로 탄소중립의 사회를 이루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걱정이 되는 것은, 익숙해진 식사를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저탄소 식사로의 전환을 이룰 수 있을까? ‘탄소로운 식탁’의 저자는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졌었지만 ‘고기로 태어나서’(한승태 저, 시대의창)라는 책을 읽고는 육식을 즐길 수 없었던 스스로의 입맛에 대한 고백을 통해 먹거리 전환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지금 당장 우리 자신이 먹는 한 끼 밥상이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살피고(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co2e/), 먹거리를 전환해야 한다면 무엇으로 시작할 것인가. 매일매일 채식을 할 수 없다면 ‘고기 없는 월요일’ 세계캠페인처럼 일주일에 단 하루만이라도 고기 없이 지내면 어떨까. 비틀즈의 전 멤버 폴 매카트니가 제안한 대로 ‘고기 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캠페인’을 ‘주 1회 혹은 1일 고기 안 먹기’로 해봐도 좋지 싶다. 7명이 매 주일 하루씩 채식한다면 매년 1200여 평의 숲을 살릴 수 있다고도 하니, 해볼 만한 도전이 아닌가. 매일 한 끼 채식하는 것도 방법이다. 변화를 만들어 내기에는 미약한 실천일 수 있으나, 거기서부터 태초에 허락하신 밥상은 회복될 것이고 일용할 ‘하루의 양식’으로 풍성히 누리며 나누는 삶은 시작되는 것이다.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개인 뿐 아니라 학교, 정부기관, 지자체 등 대규모로 참여하고 있는 곳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시는 2019년 9월부터 모든 공립학교 월요일 급식에서 동물성 식품을 뺐고,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는 캠퍼스 내 식당, 카페 그리고 각종 행사에서도 붉은 고기(소, 돼지 등)를 쓰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서울시, 전북교육청, 전라남도 광주시 등에서 ‘주 1회 채식’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아무쪼록 ‘탄소로운 식탁’을 통해 먹거리가 우리를 기후위기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것을 제대로 알아 회개하고, 우리의 식탁에 놓인 먹거리와 관련된 사람과 땅, 온갖 식물과 가축들의 가치를 존중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우리의 식탁에 더 이상 지구 재앙을 부추기는 ‘죽임의 먹을거리’가 아닌 ‘생육하고 번성’하게 할 ‘생명의 먹을거리’로 교회와 교우 가정의 밥상을 차리는 일을 확산해보자. 그것이 우리 식탁의 주인이신 창조주 하나님께 온전한 감사를 드리며 영광을 돌리는 일일 테니 말이다.
유미호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