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저, 창비, 2010

내가 세상 중심이 되어서 다른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일은 꼭 저만의 일은 아닐 겁니다. 내가 아는 만큼 내가 경험해 본 만큼 세계관 안에 갇히다 보니 다른 사람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어떤 고통 가운데 있는지를 헤아리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나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며 어떤 모습들로 위기를 벗어나는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어렴풋이 알 수 있게 되죠. 

밀양, 번지점프를 하다, 주홍글씨...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에 나오는 유명한 한국 영화 이름들입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금발이 너무해, 안토니아스 라인... 이 이름들도 역시 이 책에 나오는 외국 영화 이름입니다. 아마 제가 영화 제목을 쭉 꺼내는 걸 보니 영화를 소개하는 책인가 보다 싶으실텐데요, 사실 이 책은 영화가 초점이 아닙니다. 이 책 큰 글씨 옆에 작은 글씨로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라고 써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 책은 인권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책 표지에는 여러 사람들이 웃고 있지만 책을 읽다보면 웃음이 나오기 보다는 오히려 보면서도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생각하게 되면서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인권? 누군가 이 주제로 말을 꺼내면 듣는 사람들이 불편해 합니다. 차별금지법, 특정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한 법이지만 2007년에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지금까지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입니다. 인권이라는 주제는 괜히 아무 일도 없는 잔잔한 물에 돌을 던져서 물결이 점점 밀려나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 문제없다고 애써 여기며 살아가던 사람들 마음을 흔들어 놓기 때문입니다. 

저도 인권은 거창하고 나와는 거리가 먼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참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참 꿈꾸고 웃고 자라야 할 청소년들이지만 교복으로 점수로 대학으로 우리는 그들을 옳아 매두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정말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두기 보다는 부모인 어른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아이들을 맞추려고 합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세상 반은 여자인데 용모단정이라는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고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폭력으로 비뚤어지게 대하는 현실에 그대로 노출된 여성 말입니다. 영화 ‘300’을 말하면서 장애인에 대한 인권도 말합니다. 이 영화는 노골적으로 장애인을 비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어쩌면 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만든 영화 ‘오아시스’에 숨어 있는 위험을 글쓴이는 찾아 끄집어냅니다. 조금만 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면 이전에 못 보던 세계를 보게 되고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성소수자, 고단한 노동자들의 아픔을 함께 공감할 수 있도록 해 주며 군대, 종교, 검열 그리고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들을 조금만이라도 눈을 돌려서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참 마음이 불편해 집니다. 

하지만 책 제목이 말하듯 불편함이 목적이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지나치던 일들이 불편해 지면서 소수자의 마음을 약자의 형편을 다른 이들의 불편한 삶을 조금씩이나마 이해하게 될테고 고쳐 나갈 수 있게 되겠죠.

인권,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렵게 생각하느라 오히려 그냥 편하게 좋은 거라 여기며 살지 말고 드라마를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그 걸음을 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누군가 그 길을 쉽게 걷도록 이렇게 애 써서 도와주고 있으니 잘 따라가다 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죠.

송주일 목사 (신장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