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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3]
 
 
 
     
 
 
 
작성일 : 23-01-01 05:19
   
반공의 시대
 글쓴이 : dangdang
조회 : 4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746 [121]



반공의 시대

 

<반공의 시대>, 김동춘,·기외르키 스첼, 크리스토프 폴만 외 지금, 안인경, 이세현 옮김, 돌베개, 2015

 

어린 시절 서울 변두리에서 살았다. 그때만 해도 우리 동네는 북에서 날려 보내는 이른바 ‘삐․라', 전단지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곤 했다. 전단지를 주워 파출소에 가져가면 크림빵이나 단팥빵을 받을 수 있어서 친구들은 삐라를 발견하면 마치 횡재를 만난 것처럼 좋아했다. 하지만 나는 삐라 속 무서운 그림하며, 섬뜩한 문구가 싫어서 슬금슬금 피해 다녔다.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셨기에 더욱 삐라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은 조작으로 판명된 이승복 어린이의 "나는 공산당이 싦어요"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중이었다. 생각해 보면 반공주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 삶의 DNA에 깊이 새겨진 셈이다. 최소한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나 <전환시대의 논리>를 접하기 전까지 자발적 반공주의자로 ‘모범적 삶’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니 신학교 시절은 혼란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교회에서 배운 신앙적 가치가 뿌리뽑히는 한편 굳건하던 반공주의까지 들썩들썩했으니 말이다. 세월이 흘러 이만큼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반공주의는 공기처럼 주변을 맴돌고 있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문득문득 자기 검열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실소한다. 상황이 이럴진대 그동안 반공주의가 어떤 논리와 경로로 작동하는지 체계적으로 사고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반공의 시대>는 여전히 우리 사회를 강력하게 규정하고 있는 반공주의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반공의 시대>는 한국의 김동춘 · 박태균, 독일의 기외르기 스첼 · 디르크 호프만 등 저명한 사회학자들 16명(한국 12명, 독일 4명)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반공주의가 양국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그 부정적 유산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연구한 결과물이다. 책에 실린 여러 논문을 통해 한국의 과거와 오늘 그리고 독일의 과거를 지배해온 반공주의가 모든 사회 영역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볼 수 있다. 본서는 독일의 비정부기구인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주최로 열린 워크숍이 토대가 되었으며, 목차에서 알 수 있듯 이미 통일을 이룬 독일보다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에 더 초점을 맞췄다.

 

반공주의는 근대 공산주의의 등장과 동시에 나타났다. 특히 러시아 혁명 이후 전 세계 모든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무엇보다 반공주의는 냉전기에 소련의 위협을 과장하는 미국의 외교 노선을 집약해주는 용어였지만, 유럽에서 냉전이 종식됨으로써 일단 유럽에서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오늘날 독일을 포함한 서구 사회에서 과거의 반공주의가 담당했던 ‘자본주의 수호의 최전선’이라는 역할은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주자가 이어받고 있다. 따라서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모순이나 위기에 대한 반발은 종교적 극단주의나 '테러와의 전쟁' 따위로 방어되고 있다. 그러나 남북의 대치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남한의 경우, 반공주의는 기세등등한 현재진행형으로 기능하고 있다.

 

남한에서 반공주의가 법적으로 공식화된 것은 1961년 이후다. 박정희 군사정부는 1961년 7월 13일 반공법을 제정해 공산 계열의 정치활동을 금했으며, 유신독재 시절에는 반정부활동을 통제하는 데 이용했다. 박정희 시대뿐 아니라 권위주의 시대 내내 반공주의는 비민주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용해 왔다. 그 결과 반공주의는 남한 사회의 지배 이념으로 뿌리내렸다. 남한에서 반공주의는 한국 지배집단의 이데올로기 정책을 집약한 것이기에 분단된 남한의 국가정체성과 외교, 국내 정치의 기본 원칙, 지배집단의 논리와 심리 그리고 정치적 갈등과 저항운동의 기원을 설명해주는 시금석이다. 또한 남한의 반공주의는 북한과 동전의 양면을 구성한다. 반공주의는 분단이라는 현실적 조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북한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역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한반도는 냉전체제에 꽁꽁 갇혀 있다.

 

"남북한 간의 분단이 70여 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과 전쟁 상태에 있는 남한이야말로 탈식민화의 굴절로 생겨난 한반도 내부의 자생적 반공주의와 미국 주도 아래 냉전 이데올로기로서의 반공주의가 과거가 아니라 아직 현실정치와 사회를 지배하는 논리로 작동하는 세계 유일의 장소다" (412쪽)

 

진광수 목사(바나바평화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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