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 배철현, 21세기북스, 2019.

  이 책은 은 세상과 인간을 마음에 염두에 두고 진리를 찾아가는 구도의 길에서 길어 올린 한 고전문헌학자의 깊은 묵상의 글이다. 이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며 내면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에 대한 충실한 응답이다. 학자들이 전형적으로 갖고 있는 사변적인 글이라기보다 구체적인 일상에 파장을 일으키는 행동지침서이기도 하다. 내 안에 잔잔히 퍼지는 파장은 반드시 삶의 결실로 맺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책 속에 들어 있는 단어 하나하나는 흐리멍텅한 우리의 정신에 비수를 꽂는다. 그리고 문헌학자답게 단어 하나하나에 서려있는 본의(本意)를 세심하게 풀어냄으로 우리를 진리에 더욱 가깝게 인도해간다. 

  그가 말하는 정적(靜寂)은 다른 말로 하면 ‘내면에서 들려오는 미세한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내면의 고요는 평화로운 삶, 진리의 삶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책은 ‘<심연>, <수련>, <승화>와 함께 네 권으로 이루어지는 ‘위대한 개인’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그는 말한다. 자신의 ‘심연’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미세한 소리를 감지하고,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수련’을 거친 사람은 ‘정적’을 통해 자기 자신이 변화하는 고요한 울림을 들을 수 있다‘(12p)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단어 하나를 쉬이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각 장에는 하나의 단어로 된 제목이 붙어 있고, 그에 대한 짤막한 설명이 이어진다. 참으로 절묘하게도 이 제목들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진리의 손이 내 목덜미를 움켜쥐는 듯한 번뜩이는 깨우침을 준다. 

  ‘평정(平靜) -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시간’,

  ‘부동(不動) -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포부(抱負) - 나에게 건네는 간절한 부탁’

  ‘개벽(開闢) - 나를 깨우는 고요한 울림’

  이 단어들은 모두 내면의 상태를 표현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것이 바로 정적(靜寂)이다. 정적에서부터 발현된 마음의 파장들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소한 것들에,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재(現在)에 더욱 천착(穿鑿)하게 한다. 배철현 교수는 그렇게 우리를 철저히 내면의 중심으로 이끈다. 

  내면의 중심에 가닿기 위해서는 우리의 삶의 에너지를 ‘말하기’가 아닌 ‘듣기’로 중심이동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정적(靜寂)의 중심에는 ‘경청(傾聽)’의 자세가 있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듣고 반응하며 얻어진 결과물이다. 그러나 외부의 소리에 반응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숱한 말들을 내뱉게 된다. 말을 많이 하는 순간 내 주장을 펴기 쉽고 그만큼 상대에 대한 이해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내면의 소리에 반응하다보면 말은 줄어들고 묵묵한 실천이 뒤따른다. 내면의 소리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끊임없이 들려온다. 그러나 우린 그것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어느 특정한 때에라야 뒤늦게 자기성찰의 에너지를 쏟는다. 정적(靜寂)은 끊임없이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를 경청하고 반응할 때에만이 우리의 삶의 든든한 배경으로 자리 잡는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인생의 무수한 점들인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린 아직 덜 성숙된 인간이기에 누군가의 소리를 듣고 삶의 방향을 정하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여러 소리가 우리 귓가에 맴돈다. 지금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외부의 소리인가? 아니면 내면의 소리인가?

 이혁 목사(의성서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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