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원에서 배우는 영성 훈련
(<수도원에서 배우는 영성 훈련>, 데니스 오크흠, 배응준 옮김, 규장, 2022)
데니스 오크홈은 침례교에서 자라고 장로교회를 섬기는 복음주의 목회자이다. 그는 1987년 우연히 베네딕트 수도원을 방문하고 난 이후 20년이 넘게 수도원 영성을 삶의 자리에서 이루어 가는 일에 힘쓰고 있다.
저자는 베네딕트 규칙서에 대해서 성경이 근원적인 규칙이며, 수도원은 ‘주님을 섬기기 위한 학교’라고 한다(p. 43-44). 즉 세상과 동떨어진 삶이 아니라, 주님이 허락해 주신 이 땅에서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삶의 길잡이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베데딕트 수도원의 영성을 7가지로 이야기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시작된 침묵은 다음 날 아침에 ‘주여 내 입술을 열어주소서 내 입이 주를 찬송하여 전파하리이다’(시 51:15)의 고백으로 깨진다(p. 67). 침묵하는 동안 듣는 법을 배워서 주변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활동을 주목할 수 있고, 또 형제자매들의 필요, 곧 그들 자신조차도 의식하지 못하는 필요한 것들에 주목할 수 있다고 한다(p. 72).
모든 소유를 다 포기하는 가난이 아니라, 모든 소유를 공동으로 나누는 생활을 청빈이라고 한다(p. 81). 마태복음 6장에 나오는 말씀대로 이 세상에서 잠깐 누리고 말 것에 마음을 쏟는 대신, 하나님 나라에 시간, 노력, 관심, 그리고 물질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p. 89). 즉 이 땅에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힘쓰고, 받은 것에 감사하며,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꺼이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의지력 대신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는 정결한 삶을 살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으로, 겸손히 서로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서로에 대한 복종을 이야기한다. ‘복종’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한쪽의 뜻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복종’이다. 이는 하나님 앞에서 서로 책임지는 공동의 책임감을 북돋아 준다(99-103).
겸손에 대해서 자기 가면을 내팽개친 사람이라고 한다. 겸손한 사람은, 인간은 신이 아니며, 피조물이며, 죄인이며, ‘막다른 궁지에 몰린 존재’라는 것을 알아서 자신을 거짓 없이, 숨김 없이 다 드러내는 사람이라고 한다(p. 126-127). 이렇게 자신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만이 진정으로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다(p. 137)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마치 문 앞에 그리스도가 계신 것처럼 대하라고 한다. ‘다른 사람을 나의 형상대로 만드는 대신에,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사람으로 여기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살리려고 죽으신 사람으로 여기라’고 권하는 모습에서 베네딕트 수도사들이 어떻게 환대하는 지 알 수 있다(p. 151).
착실함에 대해서 ‘콘베르사티오 모랄리스’(생활의 변화 혹은 날마다 하나님을 향하는 행위)와 연결된 것으로 일평생 동일한 공동체에 머물겠다는 다짐으로 이야기한다(p. 165). 어딘가에 이르려고 그 자리에 머무르는 삶인데(p. 179), 이르려고 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뜻하신 사람이 될 때까지이고, 그것을 위해 머무르는 자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두신 곳에 머물면서 착실하게 영적 변화를 체험해야 한다는 것이다(p. 181).
베네딕트 수도회의 표어는 ‘노동하고, 공부하고, 기도하라’이다. 수도사는 보통 하루에 6시간 노동하고, 3시간 공부하고, 4시간은 기도하면서 보내는데(p. 185),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신 삶을 균형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베네딕트는 일에 대해서는 ‘무슨 일을 하는가’는 ‘어떻게, 누구를 위해, 무슨 목적으로 그 일을 하는가’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일깨운다(p. 197).
베니딕트 수도회의 영성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주에 거하며 하나님의 평안을 전하는 증인, 곧 외국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한다(p. 203). 주어진 세상에서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먼저이고, 영원한 하나님 나라로 돌아갈 존재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원’이라는 말에서 세상과 동떨어진 삶이 떠오른다. 하지만 수도원이라는 공간은 그럴지 모르지만, 그 안의 ‘영성’은 오히려 이 땅에서 성령의 능력을 힘입어 주님의 자녀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와 증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을 등진 것처럼 보이는 수도원에 대한 종교개혁자들의 비판이 있지만, 그들은 결코 세상을 등지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뜻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론 우리가 수도원의 규칙을 다 따를 수는 없지만,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고, 깨닫고, 그 뜻대로 살아가기 위해 힘쓰고 있는 정신은 우리가 배우고 지켜야 할 것이다.
오충환 목사(꿈이있는미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