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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126]
 
 
 
     
 
 
 
작성일 : 22-12-15 00:13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9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660 [124]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울라브 하우게, 임선기 번역, 봄날의 책, 2017

 

눈 내리는 날, 봄 마당에 심겨진 나무와 꽃들을 살피는 날, 한 여름 낫으로 풀 베는 날, 바람 든 숲 사이로 산책하거나 느티나무 밑 낙엽 쓰는 날엔 버릇처럼 북유럽의 현자라 불리는 한 시인의 시집을 읽고 시작한다. 그의 시어들은 사람을 보거나 사물을 볼 때 설레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즐겁다. 울라브 하우게의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이다. 

 

노르웨이의 국민시인으로 존경받는 울라브 하우게(1908-1994)는 노르웨이 남서부 피요르드 해안 지대인 울빅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8살, 10살, 12살에 차례로 형들과 누이의 죽음을 겪으면서 50대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몇 차례 정신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는데 그런 고통 속에서 그는 시를 만나게 된다. 

 

그는 1927년에 몇 달 동안 병상에 누워 육백 권 이상의 책을 읽으면서 시를 그의 인생의 목표로 삼게 되었다고 했다. 독학으로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익혀 200여 편의 시를 번역하기도 했으며, 평생 400여 편의 시를 지었다. 

 

그의 시들 속에는 온전히 시인의 과거의 눈물, 현재의 땀, 미래의 고요한 미소가 담겨 있다.  시인의 시는 쉽다. 맘만 먹고 귀를 기울이려 한다면 시인은 어느 누구에게나 아주 편하게 자신의 슬프고 고달팠던 삶의 이야기들을 잠언처럼 이야기해 준다. “길”이 그런 시이다. 그의   자화상이랄까? 불어오는 바람에 과거의 눈물 가득한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을 지우고, 시인은 여전히 모르는 먼 길이지만, 여전히 길을 간다. 

 

   길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 스스로 걸어야 한다 / 모르는 곳으로 / 먼 길이다

   길은 그런 것 / 오직 스스로 / 걸어야 한다 길은 / 돌아올 수 없다 

   어떤 길을 걸었는지 / 남기지 마라 / 지나간 처음의 길은 바람이 지우리  

                                                                 <길> 전문

 

시인은 우리에게 자칭 진리 수호의 십자군 전쟁에 참전하지 말 것을 겸손하고 간곡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속삭인다. 차라리 내 눈, 내 손, 내 피부에 스치는 살아 있는 모든 생명들을 만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리고 그 생명들을 살아 있게 만드는 작은 것들에 마음을 쓰라고 한다. 

 

   진리를 가져 오지 마세요 / 태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 오세요 /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진리를 가져 오지 마세요> 전문 

 

시인은 젊은 시절 원예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울빅에서 평생 농부로 정원과 과수들에 온갖 애정을 쏟았다. 때문에 모든 식물들을 관찰하는 그의 눈은 예리하면서도 따뜻하다. 한 마디로 공감 능력이 탁월하다. 때문에 그는 결국 생명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노래한다. 시인은 장미꽃과 향기가 아니라 야생 장미 가시와 뿌리에 주목한다. 

 

   뿌리가 / 여윈 소녀의 손처럼 / 얼마나 바위를 열심히 / 붙잡고 있는지요

                                                              <야생 장미> 일부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에서도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고스란히 와 닿는다. 시인은 기나긴 겨울을 견디며 눈을 맞고 있는 어린 사과나무를 바라보면서 이 어린 사과나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궁리한다. 그렇다고 눈을 물리치기 위해 눈에게 창을 겨눌 수도 없고, 밤새도록 어린 나무를 껴안고 대신 눈을 맞아 줄 수도 없는 시인은 마침내 이 어린 나무들을 도울 방법을 생각해 낸다.  

 

   저녁 정원을 / 막대를 들고 다닌다 / 도우려고. /그저 / 막대로 두드려 주거나 

   가지 끝을 당겨준다./ 사과나무가 휘어졌다가 돌아와 설 때는 / 온 몸에 눈을 맞는다.”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일부

 

시인은 자신이 삼십년 넘게 숲과 정원을 가꾸며 살았지만 그 숲과 정원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 나무들과 새들이란다. 자신은 그저 비를 맞고 서 있는 또 하나의 참나무일 뿐...  

 

   나무와 나의 오랜 우정으로 거기에 / 조용히 서 있던 거지요 나뭇잎에 떨어지는 

   비를 들으며 날이 어찌 될지 / 내다보며 / 기다리며 이해하며 

   이 세계도 늙었다고 나무와 나는 생각해요 / 함께 나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나는 비를 좀 맞았죠. / 잎들이 우수수 졌거든요 / 

   공기에서 세월 냄새가 나네요 / 내 머리카락에서도  

                                         <비오는 날 늙은 참나무 아래 멈춰서다> 일부

 

깃발과 함성이 가득한 세상에서 잠시 울라브 하우게 시인 흉내 내 보는 것도 괜찮은 봄맞이가 아닐까 싶다. 

 

김수영 목사 (대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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