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말하고 슬퍼하고 사랑하라>, 김지윤, 태일소담출판사
‘말’은 우리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매개체죠. 하지만 동시에 잘못 쓰면 이보다 아픈 창이 없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라는 말이 있는 것보면 이 ‘말’이 주는 힘이 꽤나 조상님들의 지혜에도 세었나 봅니다.
어린 시절 제 말 버릇을 생각해보면 이보다 못난 게 또 없습니다. 생각이 들면 감추지도 않고 줄줄이 속마음을 다 말하고, 누군가를 위협하는데 쓰곤 했죠. 사춘기가 찾아왔으면 적당히 숫기라도 좀 부리지 괜히 말 좀 할 줄 안다고 으스대기 바빴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창피하기 그지없어요.
하지만 그런 암흑기를 지나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언어 감수성이나 언어 민감성이 더 높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나의 표현을 해도 조금은 더 섬세하고 색다른 표현을 잘 사용한다는 칭찬을 받는 그런 영어덜트(Young adult: 성인이지만 아직은 온전한 어른이라고 부르기에는 젊은)가 되었습니다.
‘말’을 통해 무언가를 또렷이 표현할 수 있다는 건 나의 내면에도 그리고 외부의 세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특히 ‘감정’을 명확하게 서술할 수 있다는 게 좋다는 생각은, 9월에 쓴 제 두 번째 북 리뷰 <보통의 언어들>(김이나 지음)에서도 장황하고 긴 글을 통해 표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조금 다른 측면에서, ‘말’을 영리하게 이용하는 법에 대해 공유해볼까 합니다. 제 친구 중에 시험만 봤다 하면 참 잘 붙고, 좋은 성적을 받는 친구가 있습니다. 그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며 공부를 하기 시작할 때 어떻게 그렇게 독하게 공부하냐 물었더니, 자기는 아침에 일어나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OOO 시험은 이번에 무조건 붙는다.’같은 문장을 열 번을 읽든지, 적든지 하며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더라고요.
말로 무언가를 내뱉는다는 것은 우리의 무의식에 큰 영향을 줍니다. 우리의 무의식이 가진 힘은? 굳이 하나하나 서술하지 않아도 꽤나 크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살아가고 있죠. 그러면 이쯤에서 무의식 이야기는 각설하고, 마지막으로 이 글이 하루에 한 번 올라오는 북리뷰이니만큼, 오늘 한 번 실천해볼만한 말하기 전략을 하나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김지윤 님은, 바로 ‘초두 효과’에 대해 언급합니다. ‘초두 효과’란 말을 내뱉을 때의 첫 단어가 문장의 어감을 결정하는 효과를 일컫습니다. 문장의 내용이 다소 부정적이더라도, 시작을 긍정적인 어휘로 시작하면 어감을 보다 부드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어느 날 남편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김지윤 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쁜아, 집에서 나가.”
초두 효과를 느끼기에는 너무 과격한 내용인가요? 하지만 적어도 “너, 집에서 나가.”보다는 훨씬 부드러운 어감으로 들립니다. 이날 시작되었을 부부싸움을 그녀는 이 초두효과로 막아냈다고 말했어요. 반대의 예시를 한 번 들어볼까요?
“멍청아, 이 꽃 너무 예쁘다.”
이번에는 확실히 느껴지시나요? 문장의 첫 단어가 가진 힘, 초두효과. 우리의 하루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만 할 겁니다.
오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나타날 확률은 어느 정도 될까요? 흠, 생각보다 높을 지도 모르죠. 나의 연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까요? 혹은 직장의 후배가 게으름을 피우려나요? 아니면 나의 자녀가? 어쩌면 나의 친구가 내 진심을 몰라줄 지도 모르죠. 그럴 땐 이렇게 말해보세요.
“소중한 내 ○○, 그만해.”
김은기 (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