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기원
<타인의 기원>, 토니 모리슨 지음, 이다희 옮김, 바다출판사, 2022
인종차별은 왜 존재할까? 퓰리처 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작가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은 자신의 책『타인의 기원』(Origin of Others)에서 인종차별은 피부색, 계급, 빈부차이 등을 빌미로 상대를 “타자화”(Otherness)하는 행위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약함을 가리고 부끄러움을 외면하기 위해 타자를 만든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어려운 문제인 인종차별의 원인으로 나와 타인을 구별하는 지독한 “타자화”의 결과에 기인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상대를 “타자화” 함으로써 차별, 증오, 폭력 등을 정당화하기에, 인종차별은 단순히 백인, 흑인, 동양인, 유색인과 같은 다른 인종을 구분하는 행위가 아니라, 비인간적이고 야만적인 사회의 민낯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모리슨이 2016년 하버드 대학 노튼 강연을 묶어 2017년에 출판하였고, 한국어로는 2022년에 번역되었다. 모리슨은 상대를 “타자화” 함으로써 자신을 정당화하는 사회적 행위를 자기 자신의 삶과 해리엇 비처 스토우(Harriet Beecher Stowe), 어네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등의 문학작품 행간에 숨어 있는 수많은 “타자화”의 흔적을 찾아 고발한다.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피부색이 타자를 만드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임을 밝힌다. 어린 시절 증조 할머니가 자신의 집을 방문했을 때, 얼굴을 찌푸리며 비교적 밝은 피부를 가진 모리슨과 그녀의 여동생을 가리키며 던진 말, “이 애들 잡종이구만!”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이 “타자화”된 경험을 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회상한다.
모리슨은 동일한 인간을 “타자화” 함으로써 타인을 비인간적으로 묘사하거나, 노예제도라는 비인간적 행위에 낭만을 부여하는 행위가 문학 작품에서도 발견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해리엇 비처 스토우(Harriet Beecher Stowe)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Uncle Tom's Cabin)은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문학 작품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악마적인 노예제도를 낭만적인 이야기로 각색하여 백인이 가한 잔인한 폭력(성폭력을 포함)을 감추어 백인 청중에게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모리슨은 비판한다. 작품에서 흑인 등장인물을 “타자화”시켰다는 것이다.
정치적 담론, 선전, 문학 작품 등을 통해 반유대주의자들은 유태인을, 백인 노예 소유주는 흑인을, 식민지 개척자들은 원주민을 “타자화”시켰다. 결국 이들의 행위는 인간에 대한 차별, 증오, 폭력을 정당화 시켰다.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를 “타자화”하는 행위도 경제적 착취를 정당화하고 자신의 안전과 소속감을 강화하기 위한 비인간적인 인종차별이다.
예수는 스스로 의롭다고 확신하고 남을 멸시하며 세리를 “타자화”하고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려고 한 바리새인보다 세리가 더 의롭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이다”(누가복음 18:14). 자기를 낮춘다는 것은 아마도 피부색, 계급, 빈부차이 등의 이유로 인종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소중한 존재임을 자각하여 한 인류 공동체 안에서 조화와 평화를 일구어 나가는 변혁적이고 겸손한 삶의 자세인 것이다.
김진양 목사 (연합감리교회 세계선교사, 세계교회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