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을 읽는다는 것
존 스토트의 생애 / 로저 스티어 / IVP
한 사람의 생애를 마주할 때, 우리가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 단순히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그치면 안 된다. 그러한 말과 행동을 산출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 상황과 그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들과 사상에 그쳐서도 안 된다. 한 사람의 생애를 마주할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온 삶으로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다. 삶을 담아, 삶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다.
특별히 그 사람이 하나님을 묵묵히 추구해왔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삶 속에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담겨 있을 수 있다. 하나님께서 그 사람을 관통하며 동시대의 사람들 혹은 이후의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다. 이는 그 사람과 함께하셨던 하나님의 흔적이다.
‘존 스토트의 생애’는 로저 스티어가 존 스토트에 대해 쓴 전기이다. 그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존 스토트는 뉴욕타임즈 칼럼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복음주의자들이 교황을 선출한다면 아마도 존 스토트를 지목할 것이라”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는 현대 복음주의권 안에서 가장 인상 깊은 흔적을 남긴 사람이다. 그의 삶 속에 남겨진 하나님의 메시지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복음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복음은 무엇인가? 삼위일체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행하시는 구원사역이다. 하나님이 계획하시고, 예수님이 성육신과 십자가와 부활로 구원의 문을 여시고, 성령님이 이를 우리에게 적용하심으로 우리에게 시작된, 그리고 완성될 하나님의 사역이다.
존 스토트는 다양한 현대 사상들 속에서 복음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어느 것과도 복음을 섞으려 하지 않았다. 창조주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전했고, 인간의 타락과 인간 안에 있는 죄성, 즉 자기 이기심을 선명히 전달했고, 그로 인해 빛이신 하나님과 교제할 수 없는 인간의 어둠을 고발했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예수님의 십자가과 부활 사건이 이를 해결하는 하나님의 구원 방법임을 선포하고, 예수님을 구원자로 믿고 따르라고 사람들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존 스토트는 평생을 복음전도자로 살았다. 인생의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그는 전도 집회에서 하나님이 복음을 신실하게 전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디자인하시고, 자신에게 맡겨주신 복음에 다른 것을 섞지 않았다. 그는 복음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었다.
둘째, 복음이 현 시대 속에 다시금 들려져야 함을 알려주었다. 그는 현 시대의 사상에 맞게 복음을 변형하지 않았다. 그는 성경의 계시 속에 담겨진 복음을 그대로를 고수했다. 그러나 이 시대의 문화 속에 복음을 어떻게 잘 전달하고,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는 하나님의 계시로서의 복음을 고수했지만, 근본주의가 가진 반문화, 폐쇄성, 배타성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자유주의가 가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관심은 수용했지만, 기존 기독교 신앙을 해체하려는 움직임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오직 복음이 어떻게 세상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를 위해 그는 성경과 시대문화의 소리를 잘 듣고, 전통과 현대를 잇는 성육신적 가교가 되고자 했다. 이 작업을 그는 ‘이중적 귀 기울임’이라고 명명했다.
셋째, 복음 안에서 감당해야 할 책임 있는 삶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는 믿음으로 복음 안에 거하는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와 세상 속에서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할 사명이 있음을 전했다. 실제로 그는 교회다움과 선교의 책임을 강조함과 동시에 하나님의 창조세계인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선을 이루어가는 일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 속에 그리스도인으로서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함을 강조했다. 교회에서만도 아니고, 세상에서만도 아니고, 교회와 세상 속에서 균형 있게 책임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선포하였다.
사람은 흔적을 남긴다. 그 중에 나에게 긍정적 푯대가 되는 흔적을 남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에게 경각심을 주는 흔적을 남긴 사람도 있다. 존 스토트는 내게 복음의 가치를 다시금 재확인하게 해주었고, 그 복음이 과거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오늘 우리를 위한 이야기임을 알게 해주었고, 그 복음 안에 살아가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었다. 그는 이 땅에서의 사명을 다하고, 주님의 품으로 향했지만, ‘존 스토트의 생애’를 통해 그의 삶에 남겨진 여전한 하나님의 메시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정승환 목사 (한우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