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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2-11-16 23:53
   
언니들과 같이 뛰는 이어달리기
 글쓴이 : dangdang
조회 : 7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493 [116]


 

언니들과 같이 뛰는 이어달리기

 

(<언니에게 보내는 행운의 편지>, 정세랑 외 19명 지음, 창비)

 

   ‘행운의 편지’를 받았다.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어, 4일 안에, 7명에게 전달’하지 않으면 불행이 닥쳐올 거라 주문하는 편지가 아니라, 동시대 혹은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살아온 여성들에게 존경의 마음과 애정을 담아 보내진 편지다. 편지를 적은 이들은 한국에서 소설가, 화가, 다큐멘터리 감독, 음악감독, 배우, 디자이너, 시인, 유튜버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스무 명의 아티스트이고, 편지의 수신자는 그들의 ‘언니’다. 

 

   ‘언니’의 정체에 대해, 필자 중 한 명인 김정연은 말한다. “이 편지는 ‘뒤를 졸졸 따르고 싶으면 언니다’라는 간단한 미명 아래 쓰였어요.” 문득 같은 해(2021년)에 출간된 황선우 작가의 「멋있으면 다 언니」라는 책의 제목이 떠오른다. 나이, 세대, 분야, 공간을 뛰어넘어 나에게 영감을 주었거나 지금도 계속 영향을 끼치고 있는 여성들을 ‘언니’라 부르며 소환하는 것이다. 나지막히 “언니”하며 소리내 읽어보니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단어가 낯설게 들린다. 그리고 질문이 생긴다. 나의 ‘언니’는 누구일까? 

 

   여성들에게 익숙하고 남성에게는 낯선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은 ‘언니’를 부르며 그 대상이 되는 어떤 이를 떠올리는 것은 여성들에게도 생경한 일이다. 존경하는 사람, 영향을 받은 사람, 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 뒤따르고 싶은 사람 등으로 호명되는 세계의 저명인사 대부분의 자리를 남성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의미에서의 ‘언니’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잠시 멈칫하게 된다. 내 앞에 혹은 옆에 걸어가고 있는 여성들의 수가 생각보다 더 적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흠칫 놀란다.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여성들이 있는 경우는 드물고 능력보다 평가절하되거나 해당 분야에서 아무리 뛰어난 성취를 이루어도 ‘여성00’ 등으로 불리며 입지가 좁아지는 일도 허다하다. 남성들의 이름이 줄줄 거론될 때, 여성들의 이름은 호명될 기회가 없었다. ‘그 많던 언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질문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호명되지 않았을 뿐, 언제나 어디에나 언니들은 있었다. 앞서 걸으며 길을 내기도 하고 옆에 있는 이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어깨를 내어주기도 한 언니들. 기억하고 호명하며 그들의 존재를 상기하는 것은 막막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천년 전, 이천년 전의 여성 작가들을 생각하면 이상하게 마음속에서 ‘언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흐름 속에 내가 있구나, 릴레이 같다는 생각을 해요.” (‘에필로그’에서 정세랑 작가의 말)

 

“언니의 말들은 제가 제 안에 있는 것을 긍정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게 해주었어요. [중략] 우리 사이에는 40년의 세월이 흐르고 벨라루스와 한국은 7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그럼에도 언니의 바통을 제가 이어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 두 사람이 바통을 들고 뛰어가는 폼은 조금 다르겠지만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보내는 하미나의 편지 중)

 

“여성들이 서로를 독려하고 끌어줄 때 발휘되는 힘은 엄청난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잘했다고 더 많이 말해줘야 합니다. 여성은 쉽게 공격당하고 폄하되고 통과하기 힘든 벽을 늘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손수현 배우’에게 보내는 김인영 감독의 편지 중)

 

“무엇보다 언니는 나를 맹목적으로 지지했어. 누군가 내 가능성을 의심하면 언니는 상대가 기죽을 정도로 코웃음을 쳐줬잖아. [중략] 누가 어릴 적 자기를 챙겨줬다면 많은 게 바뀌었을 거라고, 언니 참 입버릇처럼 말했다. 나는 꼭 어린 여자들을 도와줄거야, 좋은 언니가 될 거야.” (‘혜영 언니’에게 보내는 임지은 작가의 편지 중)

 

   남성들에게는 의미 없는 책일까? 그럴 리 없다. 여성들의 서사가 더 많이 들려지고 읽혀지는 것은 여성, 남성 가릴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이롭다. 편지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즈음에는 내 언니들의 얼굴이 여럿 떠올랐다. 그리고 나도 편지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발적으로 릴레이 편지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다니, 진정한 의미에서의 행운의 편지가 아니겠는가. 더 많은 언니들에게 이 편지가 가닿기를 바란다. 

 

“실은 언니가 꼽은 세가지 불행이 아직도 언급되곤 해요.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 우리도 아직은 여기에 공감할 수 있어요. 그래도 언젠가 언니가 돌아온다면 언니가 다시 떠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어 있도록 애쓰고 있을게요. 저 세가지 불행에 공감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있을게요. 우리는 그렇게 애쓰고 있어요.” (‘허난설헌’에게 보내는 김겨울의 편지 중)

 

정유은 목사 (라오스평화선교사, 꿈이있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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