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책구름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하나의 숙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죽음’이다. 부인하고 싶을 정도로 무거운 이야기이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의 삶의 궤도는 죽음이라는 종착역으로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 죽음이라는 개념에 대해 두려워하고 회피하곤 한다. 죽음을 다루는 작품들은 글을 꾹꾹 눌러 담아 읽기도 사실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한 글을 과감하게 적어 내려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 죽음이 있기에 우리 모두의 삶에 동력이 피어오른다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죽음을 마주해야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 얼마나 값진지 느낄 수 있다. 부디 오늘의 책을 통해 하루를 산뜻하게 시작했던 누군가가 있다면 너무나도 무거운 이야기를 꺼낸 나에 대하여 심심한 용서를 구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 신민경 씨는, 자신의 삶의 흔적을 남기고자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이라는 이름의 기록을 남겼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경제적 자립과 심리적 안정이라는 목표에 많은 것들을 미루고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국내외의 다양한 봉사활동과 더불어 개발도상국에서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한 생명 바치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한 그녀는 너무나도 젊은 나이, 죽음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처음 그녀에게 유방암이 발병했을 때 그녀는 가족들에게도, 친한 이들에게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힘썼다. 그것이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자 그들에게 괜한 걱정이 되지 않기 위한 일말의 노력이었다. 혼자 그 어려움을 이겨낸 후로부터 2년이 지나고, 그녀는 동생의 결혼식이라는 경사를 앞두고 다시 한번 암과 관련된 재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한 번도 어려운 암이라는 병을 치료하는 수술을 두 번이나 겪은 그녀는 지치지 않았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대학원의 입학허가를 얻고 삶의 동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고, 많은 일들이 잘 풀리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병마는 그녀의 계획을 다시 한번 누그러뜨린다. 첫 유방암 발병으로부터 5년 후 그녀는 다발성 전이 판정을 받으며 본인이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책을 통해, 죽음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그녀가 얼마나 쇠약해지고 있었는지, 어떤 고통들이 그녀를 둘러쌌는지를 잔잔하지만 생생한 문장들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면서도 내 마음이 오히려 억울했다. 자신의 삶을 바쳐 누군가를 돕겠다는 목표를 가진 이 젊은이를,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세상을 헤엄치고 있는 한 여성의 삶에 왜 이러한 좌절과 아픔이 찾아온 것이었을까.
당위적으로 무엇이 옳은지를 따진다면 이 여성의 삶은 죽음이 앗아가기에 너무나도 아깝다. 사실 그 누구도 죽음에 마땅하다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는 한 떨기 꽃잎이라도 더 피울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죽음은 옳고 그름을 따지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나도 그리고 나의 주변에 있는 누군가에게도 그 그림자가 예상치 못한 속도로 드리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그 덕에 당연한 줄만 알았던 오늘의 아침에 감사한다. 창문을 통과해서 내리쬐는 아침 햇빛 때문에 아침잠이 깼다는 것이 억울한 것만 같았다가도, 다시 한 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 오늘 하루, 늦은 시간동안 학교의 열람실에 앉아있어야만 하는 나의 삶에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온전히 나의 삶을 위해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지금의 순간에 감사한다.
어느 날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 데, 감사 기도를 할 때만 되면 입이 잘 떼어지지 않았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생각해보더라도 감사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입술의 고백이 잘 되지 않더라. 죄를 고백하는 회개와 앞으로의 바람을 바라는 기도보다 특히나 감사 기도가 어려워지는 것 같았다. 이 날의 찝찝한 기분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본디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에 대한 감사는 참 어렵다.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와 닿지 않았기에, 나는 당연한 것에 대한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없었던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밀려오는 식곤증에 급하게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그런 소박한 일상이, 잠에 들기 전 SNS를 보며 별 의미 없는 게시글에 희미한 웃음을 짓는 하루의 마무리가 모두 다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 사실을 고백할 수 있다는 게 나의 하루를 보다 의미 있게 만들 것이다.
오늘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시작일 수도 있고, 반대로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마무리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지 간에, 이 글을 통해 그 누구든 나의 삶이 오늘도 계속 되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은기 (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