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게시판
바이블25
크리스천라이프
커뮤니티
갤러리
성경/찬송가
지역정보
로중
전도
뉴스
QT
전도모음
Cristian YouTube
     
커뮤니티
칼럼
명언묵상이미지
하늘양식
오늘의책
십자가
명상
영상
설교
말씀
독자편지
독자편지 [119]
 
 
 
     
 
 
 
작성일 : 22-11-09 00:07
   
두 번째 꿈은 시인입니다
 글쓴이 : dangdang
조회 : 5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444 [119]



두 번째 꿈은 시인입니다

 

<쓰는 기분>, 박연준 지음, 현암사

 

정말로 좋은 책 앞에서는 그에 대한 무언가를 쓰기가 망설여 진다. 그 자체로 좋은 글에 평범한 독자의 개인적 감상평이 자칫 누가 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나만 알고 싶은 것. 닳아 없어질까 나혼자만 읽고 싶은 것. 나에겐 박연준 시인이 그러하다. 그가 쓴 책이 그러하다. “나는 읽을 때 묶여있다가 쓸 때 해방된다.”는 그는 “쓰는 기분”이라는 책을 통해 묶여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어떤 책은 제목과 서문, 혹은 첫 페이지의 첫 문장을 기깔나게 뽑아내 사람들을 현혹시켜 책을 사게 하지만, 휘리릭 다 읽고 나면 ‘그동안 내가 읽은 건 뭐였지?’라는 허무함과 함께 다신 열어보지 않을 책으로 남겨지는가 하면, 어떤 책은 서문은 물론이고, 책 마지막 장까지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듯 폭 빠져 읽게 된다. 읽는 동안 글을 쓴 이의 말에 끄떡이기도 하고, 그와 같이 울기도 웃기도 하며 그의 문장들은 내 안의 나를 깨운다. 그의 언어들은 흩어지지 않고 촘촘히 내 마음 밭에 뿌리를 내린다. 당신 안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깨워줄 이 책은 분명 후자다. 누구나 한번은 ‘시를 써보고 싶다.’라거나 ‘언젠가 내 이름으로 된 시집 혹은 책 한 권 내보고 싶다.’라는, 이런 생각을 해봤으리라. 꼭 시가 아니여도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갈망 앞에 주저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펴보시라.

 

박연준 시인은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은 당신과 ‘쓰는 기분’을 나눠 갖고 싶어서 썼다. 손끝에서 생각이 자유로워질 때의 기분을 나누고 싶었다. 성급하고 불완전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 내 속에서 걸어 나와 흰 종이에 도착하는 과정을 돌보는 일, 손가락이 그를 쫓는 일, 쫓다 멈추는 일, 멈추고 바라보는 일, 바보 같은 일이라고 그를 탓하는 일, 서로 엉키면서 작아졌다 커졌다 반복하는 일, 그러다 드디어 나와 종이 위의 그가 합일을 이루는 일! 이 때의 기분을 당신과 나누고 싶다. 당신에게 ‘부드러운 용기, 작은 추동을 일으키는 바람, 따듯한 격려’를 건네고 싶다.”고.

 

“시를 쓰는 사람은 문장에 진실을 올려두고 아슬아슬 서있는 그것을, 바라보려는 사람입니다. 문장은 사진이나 영상이 담을 수 없는 것을 단 몇 줄로 보여줄 수 있습니다. 천년의 시간, 우주의 아득한 에너지, 평생 걸쳐 얻어낸 누군가의 깨달음을 종이 한 장에 담아낼 수 있습니다. 혼자 고요히, 종이와 연필이 있다면요.” p44

 

시인은 내게 홀로 있는 시간과 종이, 그리고 연필만 있다면 당신도 쓸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예술에는 답이 없습니다. 리듬, 소리, 운율, 색, 춤, 맛, 그리고 시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들은 이해할 게 아니라, ‘감각’해야 합니다. p49

 

“잘 만들어진 시조차 ‘태어나는 것’이기에, 의미를 찾으려 할수록 아리송해질 뿐입니다. 부디 시를 빵처럼 씹고, 커피처럼 마셔보세요. 맛이 없으면 뱉으면 됩니다. 당신의 입맛에 맞는 시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p51

 

이해하려 애쓰지 말고 감각할 것! 시를 좋아하고 시집을 가까이하는 내게도 어떤 시는 모국어로 쓰였음에도 몇 번을 다시 읽어봐도 통 읽어지지 않아 결국 다음 시로 넘어가거나 다른 시집을 기웃거리던 경험이 있기에 내 입맛에 맞는, 내게 맛있는 시가 있다는 시인에 말에 강한 공감이 되었다.

 

“시는 평이함 속에서 기적을 꺼내는 일입니다. ... 자연의 섭리, 그 평이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 감탄하는 일이지요.” p66 

 

그는 쓰는 일이란 당연한 일을 ‘당연하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일이라 말한다.

 

“시를 쓰기 위해 온갖 시집을 섭렵해 읽는 것만큼 중요한 건 반복해서 창작하고 퇴고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언어를 세우는 일입니다. 많이 써봐야 자기 소리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연습을 통해서만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습니다. 글은 생각이 아닙니다. 생각을 표현해낸 결과물이지요. 문장을 쌓고 지우고 다시 쌓으며 한 편의 시를 완성해낼 때 일어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한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시인의 색과 결을 결정합니다. 절대적인 연습 시간을 확보하지 않고 좋은 시인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p212

 

나 또한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인 터라, 이 책을 읽으며 공감이 되면서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나에게 있어 시를 쓴다는 영역은 타고난 언어적 감각을 부여받은 사람이 때때로 영감을 받을 때마다 언어를 선택하는 안목과 감각, 본인의 재능을 가지고 쉬이 그리고 자주, 그렇게 쓰여지는 줄로만 알았다. 어떤 분야든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들여야 하는 충분한 시간이 있듯이, 시를 쓰는 것 또한 홀로 수백 수천 번 써보며 자기만의 색과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 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로구나.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무조건적인 것이구나 하고.

 

“어떤 일을 오랜 시간 한 사람, 그 일만을 계속 생각하는 사람은 그 일이 삶이 됩니다. 열렬히 써본 사람, 쓰는 재미를 알게 된 사람은 결코 ‘읽는 사람’으로만 머무르려 하지 않을 거예요. 시인이나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그는 ‘쓰는 사람’으로 살게 될 거예요.” p213

 

앞으로 쓸 이들, 지금 쓰고 있는 이들에게 깊은 애정을 담아 보내는 시인의 편지를 읽은 것만 같은 느낌이다. 시인은 말한다. 의심하지 말고 자신을 믿으라고. 자신을 믿고 쓰면 된다고. 지금도 망설이고 있는 당신도 함께 “쓰는 기분”을 충만히 느껴보자고.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의 쓰는 일을 누구보다도 진정으로 바라고 응원하는 이가 여기 있다고 말한다. 그는 중간중간 아름다운 시, 마음을 일렁이게 하는 시, 같이 울고야 마는 시들을 소개하며 수없이 써왔던 그의 삶을 토대로 시는 어떻게 쓰여지며, 시인은 어떻게 태어나는지, 아름다운 그만의 언어로 말해준다. 시인이 되고 싶은 이에겐 그에 대한 강한 믿음과 함께, 다정하고도 힘있는 문장들로 계속 쓸수 있는 힘을 건네어 준다. 무언가를 쓰고 싶은 당신에게 나는 이 책을 건넨다. 

 

쓰고 싶지만 두렵고 망설여질 때마다 펴보아야지. 책 곳곳에서 쓸 용기를 길어 올려야지. 그리고 홀로 고요히 써 내려갈테다. 나 또한, ‘읽는 사람’이 아닌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으니 말이다.

 

“무언가를 좋아하면 자꾸 하게 되고, 하다 보면 그 속엔 시가 그득해서, 당신은 시를 안 써도 시에 둘러싸이게 될 겁니다.” P86

 

김은진 (윌로우리버 연합감리교회)​ 


 
   
 

 
Copyright(c) 2012 http://bible25.bible25.com All right reserved